8년 만에 SK의 한국시리즈(이상 KS) 우승을 이끈 트레이 힐만(55) 감독이 염경엽 단장에게 지휘봉을 넘기고 작별했다.
SK는 15일 오후 인천 문학경기장 내 그랜드오스티엄에서 6대 힐만 감독 이임식 및 7대 염경엽 감독 취임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SK 와이번스 최창원 구단주, 류준열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유니폼이 아닌 정장 차림으로 무대에 선 힐만 감독은 지난 2년 간 SK와 함께한 사진 앨범, 선수 사인볼 등을 전달받았다. 특유의 장난기와 재치있는 입담을 지닌 힐만 감독은 주장 자격으로 꽃다발을 전달한 이재원에게 홈런 세리머니를 요청하고, 정의윤과 최항을 불러 '의리'를 외치기도 했다. 애창곡인 블랙 아이드 피스의 'I Gotta Feeling'도 불렀다.
힐만 감독은 "감사한 사람을 빠트리지 않고 싶다"며 직접 준비한 메모지를 꺼내 일일이 이름을 불렀다. 최창원 구단주, 류준열 대표이사, 염경엽 단장 뿐만 아니라 매니저, 불펜 포수, 통역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고 표현했다.
2017년 SK와 2년 계약을 한 힐만 감독은 재계약 요청을 받았지만, 10월13일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작별을 예고했다. 그는 "구단이 나를 원하고, 계속 함께하고 싶다는 느낌을 주어 무척 고마웠지만 고심 끝에 결정했다. 오직 '가족' 문제로 미국에 돌아가야만 한다"고 밝혔다.
평소 힐만 감독과 격의 없이 지내며 두터운 신뢰를 보낸 선수들은 "잊지 못할 선물을 안기고 싶다"고 했다. 우승이다. SK는 넥센과 플레이오프(PO)에서 5차전까지 명승부 끝에 웃었고, KS에선 예상을 뒤엎고 정규시즌 우승팀 두산을 격파하고 8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힐만 감독은 이번 가을야구 선수 기용과 마운드 운영 등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KBO 리그 역대 외국인 감독 최초로 KS 우승을 달성했다. 현역 시절 3년 간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경력이 전부였던 그는 한·미·일 모든 구단에서 감독을 역임한 첫 번째 감독이자, 한국과 일본 무대 우승을 이끈 첫 번째 지도자가 됐다. 또 구단이 추구하는 '스포테인먼트'에도 적극 동참, 모발 기부 등 선행에도 앞장섰다.
선수들과 마지막 작별을 앞둔 힐만 감독은 "평소 코치는 코치를 해야하고 선수들은 야구를 해야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 여러분은 말 그대로 야구를 보여줬다. (포스트시즌에서의) 지난 3주간 만든 추억들은 평생 잊지 못할 일들이다. 여러분과 지난 2년간 그라운드에서 함께하며 정말 즐겁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 관계는 누구도 뺏을 수 없다. 여러분들의 인내심과 불굴의 의지는 정말 대단했다. 구단과 팀, 동료들을 위해 헌신하며 희생했다"며 "감독으로서 영광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재원은 "힐만 감독과 추억을 잘 간직하겠다. 많이 배웠고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힐만 감독은 마지막으로 지휘봉을 넘기면서 "GM(General Manager·단장) 염"이라고 말한 뒤 "나우(now) 감독님"이라고 재치있게 염경엽 단장을 소개했다.
염경엽 신임 감독은 "우승팀 단장으로 힐만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SK는 지난 2년 간 단장을 지낸 염경엽 신임감독과 계약기간 3년, 총 25억원(계약금 4억, 연봉 7억)에 사인했다. 염 감독은 이날 최창원 구단주로부터 등번호 85가 적힌 유니폼을 전달받고, 계약서에 사인했다. 넥센 감독 재임 시절 4년 연속 포스트시즌(2013~2016년) 진출을 이끄는 등 승률 0.567을 기록한 염경엽 감독은 "힐만 감독님, 정말 부럽다. 선수 코칭스태프와 합심해 힐만 감독님처럼 멋있게 후임 감독에게 지휘봉을 물려주고 싶은게 내 목표다"고 밝혔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