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KBO 리그 '최우수선수'에 두산 김재환(30)이 선정됐다. 치열한 'MVP 집안 경쟁'에서 1위를 차지했다.
김재환은 19일 르 메르디앙 서울 호텔에서 열린 2018 KBO 시상식에서 MVP에 뽑혔다. 총 111명의 기자단 투표 가운데 487점을 획득해 팀 동료 조쉬 린드블럼(367점)을 가볍게 제쳤다. 총투표자 수의 절반에 가까운 51장의 1위 표를 받았고, 2위 표(12장) 3위 표(8장) 4위 표(2장) 5위 표(3장)까지 총 76명의 기자단 투표인단에게 표를 얻었다.
올해 MVP 수상은 두산의 '집안 경쟁'이었다. 압도적인 정규 시즌 1위(93승51패, 승률 0.646)를 차지한 두산은 투타에서 맹활약한 선수가 많았다. MVP 투표는 포스트시즌 돌입 전에 마감됐고 실제 뚜껑을 열어 보니 김재환·린드블럼이 1~2위, 양의지(254점) 세스 후랭코프(110점)가 4~5위를 차지했다. 두산의 독식에 가까웠다.
그 가운데서도 김재환이 '최고의 선수'로 손꼽혔다. 김재환은 올해 타율 0.334 44홈런 133타점을 기록했다. 이날 MVP 외에 홈런과 타점 1위 트로피도 품에 안았다. 김재환은 올 시즌 역대 두산 선수 중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썼다. 특히 KBO 리그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한 국내 선수로는 1995년 김상호(25개) 이후 20년 만에 홈런왕에 올랐다. 역대 '잠실 홈런왕'은 김상호, 타이론 우즈(1998년 42개·이상 OB) 둘뿐이었다.
김재환은 거포를 상징하는 3할-30홈런-100타점을 3연 연속 돌파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그럼에도 마음의 짐이 있다. 김재환은 "내가 앞으로 계속 짊어지고 가야 할 책임이 있다"는 말로 표현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2011 파나마야구월드컵 당시 실시한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성분이 검출됐고, 1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에 이번 MVP 투표 결과를 놓고 '차가운 시선'도 존재한다.
7년 전 실수에 대해 먼저 언급한 그는 "(약물 이야기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약속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일에 대해) 아직도 후회하고 있다. 하루도 안 빠지고 후회한 것 같다"고 했다.
2008년 두산 2차 1라운드 4순위로 입단한 김재환은 기대에 비해 성장세가 더뎠다. 원래 포수로 입단했지만 '화수분 야구'를 자랑하는 두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1루수, 외야수로 전향했다. 2015년까지 백업에 그친 김재환은 2016년 김현수(현 LG)가 미국 무대로 떠나면서 기회를 얻기 시작했고, 이를 잘 살렸다. 2016년 타율 0.325 37홈런 124타점을 기록한 김재환은 지난해 타율 0.340 35홈런 115타점을 올렸다. 올해 커리어 하이 성적을 기록했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대표팀 일원으로 활약했다. 그는 "2016년부터 월요일에도 쉬지 않고 구장에 나와 훈련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데 (부진해서) 야구를 그만두려고까지 했다. 그대 '1년만 야구에 집중하자'라는 생각으로 쉬지 않고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회상했다.
김재환은 부상으로 받은 약 3300만원 상당의 승용차도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할 계획이다.
지금껏 야구 인생에서 가장 큰 상을 받은 날이지만 김재환은 내내 침착하며 환하게 웃지 않았다. 일부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김재환은 "앞으로 인생이 더 중요하다"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