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부도의 날(최국희 감독)' 개봉을 앞두고 있는 김혜수는 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오 마이 갓"을 외칠 수 밖에 없었던 뱅상 카셀 캐스팅 순간부터 떨리고 설렜던 만남, 그리고 감탄하게 만든 연기 호흡까지 A to Z를 대방출했다.
이번 영화에서 김혜수는 경제 전문가 한국은행 통화정책 팀장 한시현으로 분해 국가부도의 위기를 가장 먼저 예견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대응책을 고민하는 것은 물론,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프랑스 국민배우 뱅상 카셀이 협상을 위해 비밀리에 입국한 IMF 총재로 등장해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며 한시현과 팽팽한 대립 구도를 형성한다. 여유로운 태도와 치밀한 전략으로 구제금융을 앞세워 협상 전부터 무리한 조건들을 제시하며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흔드는 IMF 총재는 한치의 양보 없는 태도로 한국 정부를 압박한다.
"IMF 총재 역을 누가 맡을 지 나 역시 궁금했다"고 운을 뗀 김혜수는 "어차피 외국 사람 올텐데. 미국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유러피안 오려나?' 정도로 생각했다.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지만 제작진이 캐스팅에 그렇게까지 공력을 들인 줄은 몰랐다. 나중에 '극비예요' 하면서 뱅상 카셀이 캐스팅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뭐? 오 마이 갓! 뭐라구요? 어떻게 캐스팅 했어요?'를 계속 외쳤던 기억이 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혜수는 "워낙 중요한 역할이라 제작진이 뱅상 카셀 측에 정식으로 시나리오를 보냈다고 하더라. 이 분도 참 놀랍다. 시나리오를 보고, 정말 시나리오에 흥미가 있어 출연을 결정하신 것이다. 멋지죠. 진심으로 감동 받았고, 난 너무 떨렸다. 나랑 같이 연기해야 하잖아"라며 스타를 만난 소녀처럼 설렜던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내가 연기를 오래 했지만 국제 무대에서 외국 배우들과 호흡한 다양한 경험은 없다. 어쨌든 배우는 다 배우라고 하지만 말이 그렇지 배우가 다 같은 배우냐. 뱅상 카셀인데"라며 솔직한 속내를 거듭 드러내 좌중을 폭소케 했다. "난 그 배우를 너무 좋아했거든"이라며 고백 타임도 가진 김혜수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생기냐. 캐스팅 소식을 듣고 제작진에 '신을 바꿔야겠어요. 앞에서 막 치고받고 하다가 뒤에서 따로 만나 협상해야겠어요'라는 농담도 했다. 그만큼 설레었고, 일단 '뱅상 카셀과 연기를 한다'는 것을 생각하기 전 '그가 온다. 만난다'는 것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밝혔다.
촬영에 임박해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는 김혜수는 "물론 난 그 배우의 얼굴을 좋아했지만, 얼굴이 좋아서 영화를 다 챙겨 봤더니 연기는 더 끝내주게 하더라. 그 배우야 말로 참 다채롭다. 특별한 얼굴에서 굉장히 다양한 연기가 나온다"며 "안 그래도 긴장되는데 그냥 '하이' 정도의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경제용어를 써가면서 하이라이트 신을 만들어내야 했다. 부담감과 압박감이 오더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혜수는 명장면 중에서도 명장면을 완성시키는데 성공했다. 뱅상 카셀과 함께여서 빛났고, 또 김혜수여서 더욱 빛난 시퀀스다. 김혜수는 연기에서 더 나아가 뱅상 카셀이 역으로 궁금해 할 특별한 소재의 한국 영화 현장, 그러한 작품을 대하는 한국 영화인들의 태도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있는 그대로, 진정성 가득한 그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후문이다. "그냥 대화하는 것도 떨렸다. 앞에서는 괜찮은 척 했지만 솔직히 떨렸다"며 꺄르르 미소지은 김혜수는 "외국배우들을 몇 번 실제로 볼 기회가 있었는데, 대부분 작품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카리스마보다 젠틀하고 부드럽더라. 뱅상 카셀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장에서는 너무나 프로페셔널 했고, 모두에게 나이스 했다"고 회상했다.
또 "그러면서도 연기를 할 땐 우리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하는 텐션을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더라. 그냥 연기한 장면이 하나도 없지 않나. 연기만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 시나리오에 관심을 갖고, 그 의미를 보고 출연한 것이라 더 좋았다. 나에겐 강렬한 3일이자 다시는 못할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야말로 럭키였다"고 강조했다.
'국가부도의 날'은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IMF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8일 개봉한다. 28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