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닷컴은 ‘우즈의 적수들’이라는 기사를 통해 타이거 우즈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 온 인물 1위로 필 미켈슨을 꼽았다.
우즈와 미켈슨은 한때 ‘앙숙’이라고 불릴 만큼 서로 으르렁거리는 사이였다. 1992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데뷔한 미켈슨과 1996년 PGA투어에 합류한 우즈의 전성기가 겹치면서 불편한 관계가 됐다. 공식적인 자리에선 못 이기는 척 서로를 치켜세웠지만 뒤에선 서로 인사도 하지 않을 만큼 살벌한 관계가 이어졌다. ‘골프 황제’ 우즈와 ‘2인자’ 미켈슨의 관계는 마치 복싱 라이벌인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매니 파퀴아오 사이를 연상시켰다.
그러나 한때 으르렁거렸던 두 선수의 관계는 강산이 두 번 바뀐다는 20년이 흐르며 달라졌다. 40대가 된 우즈와 미켈슨은 과거같이 날이 잔뜩 선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지난 4월 시즌 첫 메이저 마스터스에선 둘이 한 팀을 이뤄 연습 라운드를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둘이 연습 라운드를 함께한 것은 1998년 LA오픈 이후 무려 20년 만이다.
필 미켈슨
우즈와 미켈슨이 ‘세기의 라이벌 대결’을 펼친다. 우즈와 미켈슨은 24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 크리크 골프코스에서 열리는 ‘캐피털 원스 더 매치: 타이거 vs 필’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우즈와 미켈슨은 ‘영원한 라이벌’ 관계로 통한다. 우즈는 PGA투어 통산 상금 1억1550만4853달러(약 1302억원)를 벌어 역대 1위, 미켈슨은 8817만3124달러(약 994억원)로 2위에 올라 있다. PGA투어 통산 우승은 우즈가 80승(2위), 미켈슨이 43승(9위)으로 꽤 차이가 나지만 현역에서 활동 중인 선수 중 우즈 다음으로 승 수가 많은 이는 미켈슨이다. 투어 상금을 비롯해 광고, 초청비 등 코스 밖 수입을 모두 더한 통산 수입도 우즈는 2017년 말 기준으로 17억 달러(약 1조9159억원)로 1위, 미켈슨은 8억1000만 달러(약 913억원)로 4위에 올라 있다. 2위와 3위는 아놀드 파머와 잭 니클라우스기 때문에 현역 선수로만 본다면 미켈슨은 우즈 다음이다.
특히 미켈슨은 우즈와 맞대결에서 자웅을 겨루기 쉽지 않을 만큼 신경전을 벌였다. 우즈와 미켈슨은 그동안 37번의 동반 플레이를 펼쳐 우즈가 18번, 미켈슨이 15번 더 좋은 성적을 냈다. 같은 타수를 적어 낸 것은 4번이었고, 둘의 맞대결 평균 타수는 우즈가 69.70타, 미켈슨은 70.92타였다. 우승 경쟁을 펼친 대회에서 미켈슨이 우즈를 2위로 밀어 내고 우승을 차지한 것은 5번, 우즈가 우승, 미켈슨이 2위를 한 것은 4번이었다. 필 미켈슨(왼쪽)과 타이거 우즈, 세기의 대결이 준비돼 있다. 성적에서 우즈가 미켈슨을 앞서지만 미국 팬들의 사랑을 더 많이 받은 것은 미켈슨이었다. 아내 에이미와 사이에서 세 아이를 둔 미켈슨은 유방암에 걸린 아내의 곁을 지키고, 딸아이의 졸업식을 위해 메이저 대회에 불참하는 가정적인 선수로 인식됐다. 반면 우즈는 2009년 터진 불륜 스캔들과 이혼 그리고 여러 금발 미녀들과 염문으로 오랜 시간 동안 홍역을 앓았다. 언론과 팬들에게 더 친화적인 선수도 미켈슨, 불친절한 선수는 우즈였다.
우즈와 미켈슨의 세기의 대결이 처음 예고된 것은 지난 5월 열린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때였다. 2014년 PGA 챔피언십 이후 4년 만의 맞대결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자 미켈슨은 “이렇게 우리에게 관심이 뜨겁다면 매치플레이를 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미켈슨에 이어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우즈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겠다. 그가 불편해할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응수했다.
우즈와 미켈슨이 정규 투어가 아닌 이벤트 대회에서 맞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주요 매체들은 “추수감사절 기간에 골프계에선 보기 드문 세기의 대결이 펼쳐진다”며 둘의 맞대결을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권투 대결과 비교했다.
이번 대회는 18홀 1 대 1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치러지며 승자가 상금 900만 달러(약 101억원)를 독식한다. 일반 갤러리에게 별도의 입장권을 판매하지 않는 대신 미국 내에서 19.99달러(약 2만2000원)를 내면 경기를 볼 수 있다. 한국에선 이 세기의 대결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JTBC와 JTBC골프에서 24일 오전 5시부터 18홀 경기를 생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