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MBC 연기대상에서 남자 신인상과 우수연기상을 동시에 거머쥔 배우 김선호(32)가 그 진가를 tvN '백일의 낭군님'에서도 여실히 보여줬다.
2009년 뮤지컬 '뉴 보잉보잉'으로 공연계에 데뷔한 김선호는 지난해 '김과장' '최강 배달꾼' '투깝스' 등 굵직한 드라마에 연달아 출연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확한 발음과 발성에 뒷받침된 탄탄한 연기력과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찰떡같이 소화하는 능력으로 단번에 주연급까지 성장했다. '백일의 낭군님'에서는 조선 최고의 뇌섹남이지만 안면인식장애가 있는 정제윤을 맡아 의문의 사건을 수사하는 모습부터 남지현(홍심)을 짝사랑하는 직진남의 면모까지 보여줬다. 아쉬움이 남는 캐릭터였지만 "답답하다"는 시청자들의 핀잔까지도 재미있었다고 한다. 김선호는 연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음에도 함께 하고 싶은 배우'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소신을 밝혔다.
-종영 소감은. "촬영 끝날 때는 시원섭섭했다. 그런데 매번 시청률이 오르고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그러니 축제가 끝난 것처럼 아쉽고 서운하다. 좋은 이링 많아서 더 그렇다."
-이번 작품은 오디션이었나, 캐스팅이었나. "이번 드라마는 처음으로 오디션을 보지 않고 들어왔다. 조금 늦게 합류하게 됐다. 대본을 받고 2주 동안 생각했다. 그때 (김)기두 형이 '네가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무래도 사극이 처음이고 대본을 급하게 받았기 때문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생각하며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기두 형이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예쁜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다'라고 말했다. 큰 힘이 됐다. 그래서 결정했다."
-시청률이 잘 나올 줄 알았나. "다른 배우들은 예상했다는데 나는 진짜 몰랐다. 작품이 아무리 좋아도 시청률은 하늘의 뜻이라고 얘기했다. 운도 필요하다. 그런데 첫 방송부터 5%가 나왔다. 처음엔 엑소 덕분이라고 생각했고 그게 유지되고 더 올라가니 궁궐에 있는 조성하 선배님과 송주현의 이준혁 선배 등의 밸런스가 잘 맞아서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드라마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도경수와 남지현의 로맨스가 잘 살 수 있게 다른 배우들이 잘 도와준 것 같다. 참 조화로웠다."
-'조선 최고의 뇌섹남' 캐릭터는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는지. "똑똑하고 위트있긴 하지만 최고의 뇌섹남이라는 걸 명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없었다. 안면인식장애라는 점도 디테일하게 살리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최대한 시선 처리나 소리를 듣는 모습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뇌섹남이었지만 답답하단 말도 많이 들었다. "네이버 톡을 자주 봤는데 '제윤이 일 좀 하라'는 댓글이 있었다. 또 일 안 하고 홍심이한테 치근대기나 한다고 나무라더라. 시청자들은 원득이와 홍심이가 혼인한 걸 알았지만 당시 제윤이는 몰랐었다. 그래도 재밌게 봤다. 고구마다, 답답하다 하는데 마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처럼 재밌었다."
-그래도 남지현을 쿨하게 놓아줬다. "제윤이가 원득이와 홍심이를 도와주길래 안심했다. 홍심이를 좋아하긴 했지만 혼인을 했기 때문에, 혼인한 사람을 건드리는 건 파렴치한 아닌가. 작가님도 생각이 같았던 것 같다. 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잘 정리할 수 있어서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짝사랑 상대인 남지현과 나이 차이가 있었는데. "로맨스보다도 세대 차이를 걱정했다. 그런데 남지현이 오자마자 멘토스나 새콤달콤 같은 걸 주면서 먼저 말을 걸고 야식 먹었냐고 챙겨줬다. 그래서 어울리는 게 어렵거나 힘든 적은 없었다."
-도경수와는 어땠나. "내게 도경수는 아이돌보다도 영화배우였다. '형'과 '신과 함께'를 봤기 때문에 유명 영화배우가 내게 와서 내 작품을 잘 봤다고 얘기를 해줘서 감동받았다. 연기도 훌륭하지만 내적으로도 완성된 친구다. 점점 친해지면서 나이는 잊고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