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두 기둥이 움직인다. 이름만으로 설레임이 동반되는 송강호와 김혜수가 올겨울 관객들과 함께 2018년을 마무리한다.
송강호와 김혜수는 각각 영화 '마약왕(우민호 감독)' '국가부도의 날(최국희 감독)'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김혜수는 '미옥(이안규 감독)' 이후 딱 1년 만, 송강호는 2017년 여름 1000만 관객 영화에 빛나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신작을 선보이게 됐다.
'마약왕'과 '국가부도의 날'은 송강호와 김혜수가 사실상 원톱 주연으로 나선 작품. 두 배우는 영화 안에서, 또 밖에서 깊이 있는 무게감과 이름값에 걸맞은 존재감을 내비치면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역시 송강호, 김혜수다'는 찬사를 뒤따르게 했다.
지난 19일은 그야말로 '송강호·김혜수 데이'였다. 오전에 '마약왕' 제작보고회가, 오후에 '국가부도의 날' 시사회가 진행됐다. "대부와 대모의 움직임에 영화계의 촉각이 곤두섰다"는 우스갯소리가 터질 만큼 영화계의 이목이 한꺼번에 집중된 날이 됐다. 송강호와 김혜수는 그 중심에서 영화와 행사를 진두지휘했다.
먼저 여름에서 겨울로 개봉일이 변경되면서 예비 관객들의 목을 빠지게 한 '마약왕'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근본 없는 밀수꾼이 전설의 마약왕이 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번 영화에서 송강호는 타이틀롤이자 국가는 범죄자, 세상은 왕이라고 부른 '전설의 마약왕' 이두삼 역할을 맡았다. 전작에서 보여 준 친근한 소시민의 모습에 광기를 더해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다시 한 번 입증할 전망이다. 완성된 영화가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송강호라는 이름만으로 신뢰도는 이미 최고치다.
송강호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려는 것이 목적이었다기보다 배우로서 색다른 소재의 이야기였고, 그 이야기를 통해 영화적 매력을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 배우로서 큰 기쁨이었다. 이두삼이 가공된 인물이기는 하지만 1970년대 사회상을 담은 만큼 암울했지만, 시대를 관통하면서 열심히 살아왔던 우리 이웃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적인 느낌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국가부도의 날'은 시사 직후 뜨거운 호평의 중심에 섰다. 특히 김혜수에 의한, 김혜수를 위한 작품으로 김혜수의 대표작이 바뀔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국가부도의 날'은 국가 부도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IMF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영화에서 김혜수는 경제전문가 한국은행 통화정책 팀장 한시현으로 분해 국가 부도의 위기를 가장 먼저 예견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대응책을 고민하는 것은 물론,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모든 장면이 대단하지만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영어 연기는 그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김혜수는 "초지일관하게 원칙을 갖고 움직이는 인물이기 때문에 고루하지 않게 진심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진정성을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고 전했다. 114분의 러닝타임은 김혜수의 진심으로 가득 찼다.
송강호와 김혜수의 작품이야 언제나 늘 믿어 의심치 않지만, 이들이 '인간 송강호·김혜수'로서 대단하게 각인되는 이유는 배우들의 배우로, 수많은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배로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데 있다. 송강호와 김혜수는 함께 연기한 동료들, 후배들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아끼지 않았고 단순히 인사치레식의 두루뭉술한 표현이 아닌, 내가 왜 이들에게 반했고, 예뻐하는지 명확한 이유를 들어 신뢰감을 더했다.
송강호는 "여두나·남정석"이라는 신선한 표현으로 재치 넘치는 입담까지 자랑해 눈길을 끌었고, 김혜수는 '허준호의 얼굴', '조우진의 연기' 그리고 '유아인의 선택'에 아낌없는 고마움을 표했다. 송강호와 김혜수가 보여 준 진심과 여유는 이들의 가치도 또 한 번 자연스레 높였다. "김혜수 선배와 함께 한 모든 시간이 감사하고 행복했다"는 조우진의 표현, "동 시대에 사는 것이 행복할 정도로 존경하는 선배님"이라는 배두나의 정의는 송강호와 김혜수를 바라보는 모든 영화인과 대중의 마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