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대한민국이 1973년 첫 앨범을 발매, 데뷔 45주년을 맞이한 영국 록밴드 퀸에 빠졌다. 단순한 향수 자극이 아니다. 새롭게 탄생한 '퀸 팬덤'이다. 퀸을 기억하는 5060 세대 뿐만 아니라 2030 세대까지 퀸과 퀸의 음악에 제대로 미쳤다. 한 번 애정하면 끝장을 보는 '덕질의 나라' 내공이 역대급으로 빛나고 있는 11월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브라이언 싱어)'가 쏘아올린 어마어마한 공이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과 함께 퀸의 인기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전설의 록밴드 퀸과,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들의 인생사와 함께 탄생된 퀸의 명곡들이 '보헤미안 랩소디'를 완성했고,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지난달 31일 개봉 후 개봉 4주차에 접어든 '보헤미안 랩소디'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데이빗 예이츠)', '성난황소(김민호 감독)' 등 잇따라 개봉한 국내외 신작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25일까지 누적관객수는 464만 명으로 곧 500만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체감은 이미 1000만이다. 입소문 터진 '보헤미안 랩소디'가 오프라인 스크린을 서서히 잠식하더니 온라인도 덩달아 퀸에 점령 당했다. 그야말로 퀸에 의한, 퀸을 위한 '퀸망진창'의 하루 하루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는 하루도 빠짐없이 퀸에 대한 정보로 채워지고 있다.
특히 퀸의 음악은 익히 들어 알지만 퀸과 쉽게 매치시키지는 못한, 즉 퀸을 알게 된 계기가 '보헤미안 랩소디'인 일명 '퀸알못' 2030 세대는 그동안 퀸을 몰랐다는 한풀이(?)를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다. 과거영상과 사진, 다큐멘터리, 인터뷰 등 구할 수 있는 자료란 자료는 모조리 찾아내 공유하고 있고, 멤버 프레디 머큐리, 브라이언 메이, 로저 테일러, 존 디콘 개개인의 성격을 비롯해 멤버간의 관계성 파악도 마쳤다. 여느 아이돌 못지 않은 '퀸 팬덤'이 제대로 형성됐다.
퀸에 빠진 관객들은 '45년 떡밥 파티', '그 유명한 노래들이 다 퀸 음악이었다니. 여태 몰랐던게 더 놀랍다', '알면 알 수록, 파면 팔 수록 멤버들이 프레디 머큐리를 얼마나 애정했는지 알겠다', '최애의 만수무강을 기원하게 될 줄이야. 로저옹 건강하세요', '난리난 한국 신드롬을 퀸은 알까', '퀸 때문에 현망진창. 프레디 머큐리는 사랑둥이' 등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직접 만날 수 없는 퀸이기에 팬들은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 역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싱어롱 상영관이 오픈되면서 영화관은 콘서트장으로 변한지 오래됐고, 지난 24일 레디 머큐리의 사망 27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개최된 메모리얼 상영회는 10분만에 전국 상영관이 전석 매진되면서 피켓팅 대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충무로 관계자는 "'흥의 민족'이라 불리는 한국 관객들의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한 작품이다. 영화의 힘과 음악의 힘이 하나 된 좋은 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프레디 머큐리의 삶도 관객들을 매료했다"며 "스릴러, 히어로, 판타지에 이어 음악 영화 역시 국내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더 나아가 신드롬 현장을 만드는 장르임이 입증됐다. 비수기 복병이자 다크호스로 올해 영화계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