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진실 공방을 이어오던 두 사람은 이미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지난 9월 조덕제가 영화 '사랑은 없다' 촬영 중 반민정을 성추행한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조덕제와 반민정은 언론과 SNS를 이용해 장외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 27일에는 반민정이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에서 당시 사건 영상을 공개하면서 다시 한번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조덕제도 곧장 반박에 나섰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영상 짜깁기VS전체 공개 요구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에서 반민정은 "조덕제가 억울하다며 공개했던 영상은 성추행 전후의 상황"이라며 조덕제가 앞서 공개한 사건 영상이 짜깁기된 것이라 주장했다. "실제 영상을 보면, 옷이 다 찢긴 상태에서 카메라 반대 방향으로 도망간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반민정이 공개한 영상을 분석한 영상공학 전문가 윤용인 박사는 "(반민정의)하체에 여러 차례 손이 닿은 것으로 보인다.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박사는 앞서 연예매체 디스패치의 의뢰에 성추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으나, 이후 다시 번복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윤용인 박사는 "(첫 분석 당시) 빨리 분석을 해달라는 요청에 약 3일 만에 결과를 보내줬다"며 분석 결과를 번복한 이유를 설명했다.
방송 직후 조덕제는 SNS를 통해 반민정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윤용인 박사가 최초 디스패치 측 감정의뢰를 받았을 때 충분히 감정할 시간이 부족하였다면 감정인의 직업 윤리상 감정소견서를 작성하여 주어서는 안된다'며 '윤 박사는 본인이 언론에 밝힌 바대로 반민정이 제출한 2주 상해진단서와 자료를 기반으로 감정을 했다고 했는데, 이 상해진단서가 1심,2심 모두 증거로 인정되지 않은 자료라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근거로 감정을 한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반민정에게 영상 전체를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반민정 구하기 아니고? 이제 영상 전부를 공개할 것을 제안한다'라며 '13번 장면 영상 전부를 언론에 공개하는 것에 반민정이 동의해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짜뉴스의 진실
이번 성추행 진실 공방에는 이재포 가짜뉴스 사건이 관련돼 있다. 반민정이 자신이 식중독이라고 주장하며 한 식당에 금전적인 요구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조덕제는 "반민정의 평소 행실을 보여줄 수 있다"며 이 보도와 관련된 자료를 성추행 소송 중 재판부에 제출했다. 해당 기사를 쓴 코미디언 출신 기자 이재포와 조덕제는 친분이 있는 사이. 이 사건으로 이재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에서 반민정은 "식중독 증상이 있었고, 식당 주인이 치료를 권유했다. 보험사를 통해 정식으로 처리했고, 피해 보상금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이 사건을 보도한 매체의 대표는 "알지도 못하는 반민정의 기사에 5명의 기자들이 매달렸다. 이재포가 한 것이다"며 "사건 전에 (이재포와 조덕제가) 영화를 한 번 같이 작업한 적 있다. 다른 의도나 뭐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덕제는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가 이재포 가짜뉴스 사건을 반민정에게 유리하도록 편향적으로 보도했다고 반발했다. 그는 '반민정이 가짜뉴스라고 하는데 이재포 기사중 어떤 내용이 가짜란 말인가'라며 '이재포가 기사를 보도하기 바로 전날, 취재를 위해 식당을 찾아온 기자들과 인터뷰를 할지 말지에 대한 나의 동의를 구하기위해 전화를 한 식당사장에게 절대 인터뷰에 응하지 말아달라는 내 녹취록은 왜 방송에 내보내지 않았나'라고 토로했다.
▶'제3자이자 목격자' 감독 입 열까
두 사람은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영상이 공개되고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결국 그간 침묵을 지켜온 '사랑은 없다'의 장훈 감독이 입을 열 것으로 보인다. 장 감독은 조덕제에게 잘못된 연기 지도를 해 이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는 일각의 비난을 받아왔다. 제3자이자, 목격자이자, 사건의 피해자이기도 한 장훈 감독이 어떤 증언을 할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훈 감독은 28일 SNS에 '지질한 감독, 비겁한 감독으로 3년여의 시간을 송장으로 살았다. 어떤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하는 건지 너무나 힘들었다. 버틸 수 있을만큼 말을 아꼈다. 바보같은 시간들이 그렇게 흘러갔다'며 '오늘부턴 그럴 이유가 없어졌다. 차마 하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하나식 끄집어 낼까한다'는 글을 적었다. 장 감독은 SNS 글 게재 후 취재진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