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의 날' 최국희 감독이 개봉 3일 차, 영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 관객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최국희 감독)'을 통해 '스플릿(2016)' 이후 꼬박 2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최국희 감독은 30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상업적으로만 보기에는 다소 무거운 소재이기 때문에 개봉 전 걱정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고 운을 뗐다.
'국가부도의 날'은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IMF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최초로 1997년 IMF 위기 상황 그 자체를 영화로 담아내 제작 단계부터 주목 받았다.
일각에서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어차피 결론이 나 있는 이야기, 웃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이유로 영화적 재미와 상업적 성과에 대한 의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28일 공식 개봉한 '국가부도의 날'은 개봉 이틀만에 누적관객수 50만 명을 돌파하며 모두의 우려를 깨고 기분좋은 출발을 알렸다.
특히 IMF의 직격탄을 맞은 세대는 물론,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했던 세대까지 20년만에 영화로 다시 만나게 된 '그 날의 이야기'에 전 연령층이 반응했고, 영화에 대한 호평 역시 쏟아지고 있는 상황. '국가부도의 날'이 전하고자 했던 '공감의 메시지'가 제대로 통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손익분기점까지는 더 많은 시간 달려야 하지만 초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이에 최국희 감독은 "당시의 상처를 여전히 품고 사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다양한 이유로 접근하기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소재보다 중요한 건 결국 이야기고, 그 이야기가 잘 맞아 들어간 것 같아 이제야 한시름 놓인다"고 진심을 드러냈다. 관객들의 관람 후기와 의견을 일일이 살펴보고 있다는 최국희 감독은 "가장 와 닿는 내용은 부모님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부모님 고생하셨던 것 생각난다', '그 때는 상황도, 부모님의 마음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영화를 보니까 확 와 닿는다'는 반응을 볼 때 만든 사람으로서는 보람 아닌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부모님도 IMF를 직접 적으로 겪었다. 아버지가 사업을 하셨는데 IMF로 인해 굉장히 어려워 하셨다. 물론 난 군대에 있었던 때라 세상 물정을 잘 몰랐다. 제대하고 집에 가 보니 무언가 많이 달라져 있더라"고 회상했다.
"부모님도 '국가부도의 날'을 관람했냐"고 묻자 최국희 감독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보셨다. 어머니가 우시더라. 힘들었던 때가 다시금 생각나신 것 같다. 아버지에게는 칭찬 받았다. 평소 말을 많이 하시는 편이 아닌데 '잘했다. 잘 만들었다'고 해 주셨다. 뿌듯했고 감사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최국희 감독은 "물론 감독으로서 연출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늘 100% 만족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울분과, 그 안에 담긴 진정성을 최대한 잘 그려내기 위해 노력했다"며 "20년이 지난 후, 말 그대로 어느정도 다시 살만한 나라가 됐음에도 곳곳에서 문제는 터지지 않나. '제2의 한시현, 제3의 한시현도 끊임없이 나타난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 공감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