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이 장악한 스크린이다. 흥행을 '진두지휘' 하는 김혜수·공효진이 더할나위없이 반갑다.
김혜수의 '국가부도의 날(최국희 감독)'에 이어 공효진의 '도어락(이권 감독)'까지 여배우를 원톱으로 내세운 두 편의 영화가 극장가 관객몰이에 힘을 더하고 있다. 특히 두 작품은 여배우들을 단순한 캐릭터로 이용하는 것이 아닌, 이들을 중심에 세우고 이들로 하여금 스토리 전반을 이끌게 만든 장르물로 그 의미를 더한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8일 '국가부도의 날'은 25만5947명을 끌어모아 누적관객수 247만8000명을 기록, 9일 내 손익분기점 26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개봉 2주 차 주말 박스오피스 1위 탈환에 성공하는 등 입소문에 이제 막 불이 붙은 만큼 이미 완벽한 '흥행 성공'으로 볼 수 있다.
개봉 후 3일간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린 '도어락'은 같은 날 23만3785명을 동원해 누적관객수 62만9098명을 나타냈다. 주말에 들어서면서 순위는 3위로 변동됐지만 1, 2, 3위 관객 수가 큰 폭으로 차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연 '쌍끌이 흥행' 주역이라 할만 하다. '국가부도의 날'은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IMF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번 영화에서 김혜수는 경제전문가 한국은행 통화정책 팀장 한시현으로 분해 국가 부도의 위기를 가장 먼저 예견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대응책을 고민하는 것은 물론,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실제 90% 이상 노메이크업에 밤샘 장면을 찍을 땐 실제 전날부터 일부러 밤을 새우고 눈을 충혈시킨 상태로 촬영에 임하는 등 김혜수는 오로지 작품과 자신의 캐릭터를 위해 할 수 있는 방법과 변화를 모조리 끌어냈다. 이 같은 진정성은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들었고, 스토리와 함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주 요인으로 흥행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도어락'에서 극 중 실체를 알 수 없는 낯선 자에게 쫓기며 살아 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민 역을 맡은 공효진은 극한 감정을 담은 열연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전망. '도어락'은열려있는 도어락, 낯선 사람의 침입 흔적, 혼자 사는 경민의 원룸에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시작되는 현실공포 스릴러 영화다. 공효진 역시 평범한 직장인에서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는 경민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카메라가 얼어붙는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강추위 속에서 액션은 물론 맨발 투혼까지 불사하며 현장 스태프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또 미세한 동공의 떨림, 호흡의 강약까지 조절하는 열연을 펼쳐 호평받고 있다.
김혜수와 공효진은 각각 '차이나타운(한준희 감독)', '미씽(이언희 감독)' 등 이미 여성 중심 영화를 여러 번 이끈 저력이 있는 배우들이다. 꼼꼼하고 세심한 연기는 언제나 빛을 발했지만 흥행은 또 다른 문제였다. 하지만 이들의 꾸준한 노력과 도전, 존재감 그리고 그에 따른 사회적 변화는 조금 더 과감한 작품 탄생으로 이어졌고 흥행의 맛까지 보게 만들었다.
흔해진 남탕영화에 지겨워 하는 관객들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여배우들의 활약은 남배우들에게도 긍정적 긴장감을 선사하기 충분하다. 김혜수 공효진이 불러 일으킨 여풍(女風)이 더욱 반가운 이유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