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더 성장한 유아인이다. 남들과 다른 길을 일부러 걷는 것은 아니지만, 유아인의 선택은 유아인이라는 '대체불가 존재감'을 완성시키는데 많은 영향력을 끼쳤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최국희 감독)' 역시 계산적이지만, 계산적이지 않은 유아인이기에 선택 가능했던 작품이다. 더 돋보일 수 있는 캐릭터, 더 돋보일 수 있는 작품을 고를 수 있는 폭이 넓은 위치에 자리매김 했음에도 유아인은 흥미를 따랐고, 가치를 택했다. 김혜수는 이러한 유아인의 선택에 고마움을 표하며 "배우 유아인을 다시 보게 됐다"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무거운 소재에 대한 진정성이 담긴 '국가부도의 날'은 9일 손익분기점 26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여전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어 흥행 수치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로써 유아인은 '버닝(이창동 감독)'의 실패를 곧바로 만회했다. '버닝' 역시 대외적으로는 수치에 따른 실패라는 꼬리표가 붙지만, 작품으로도, 또 유아인에게도 많은 의미를 남긴 남겼다. 그래서 영화계는 유아인을 영리하다 말하고, 좋은 쓰임새로 꾸준히 활용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유아인은 그 선택을 선택으로 보답 중이다.
본업 잘하는 배우로 스스로를 브랜드화 시킨 유아인이지만 대중에게는 여전히 호불호 갈리는 트러블메이커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유아인은 이러한 대중의 반응이 때론 억울하고, 상처가 될 때도 있다며 "난 어느 한 쪽의 편이 아니고, 어느 한 쪽에 힘을 싣고 싶은 사람이 아니다.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생각과 의지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SNS 설전에 대해서도 거부없이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은 유아인은 자신을 "'욕 먹는 이미지'로 낙인찍지 말아 달라"는 당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 유아인에게 SNS란. "있으니까 하는 것 같다. 하는 이유를 여러 개 가져다 붙일 수는 있겠지만 있으니까 먹고, 있으니까 마시고, 있으니까 써보고, 눈에 보이니까 들여다 보고, 편하니까 편안함을 느껴보는 것과 같다. 우리는 편안함을 받아들이는 족속들인 것 같고, 편안함을 즐기면서 자기 반성적인 측면도 생기는 것 같다. '편안함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잘 즐길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것 같다."
- 싸이월드 시절부터 유명했다. "으하하하. 사실 나 혼자 몰래 몰래 가끔 보고 있다. 같이 보면 오그라드니까. 재미있는 것 같다. 영화가 됐건, SNS가 됐건, 드라마가 됐건, 휴대폰 속 문자가 됐건 표현하고 싶고 마음, 담고 싶은 것들이 어떤 형식으로 그려지고 쓰여져 있는지, 그 안에 들어있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 그런 의미에서 '국가부도의 날'에 담긴 마음은 어떤 것 같나.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저마다의 해석이 있겠지만 나로서는 최국희 감독님, 함께 한 배우 분들 지켜보면서 '진짜 마음이 진하다. 마음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잘 만들어야지,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지'라는 의지도 있겠지만 '세상과 의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 모두 돈의 세계에서 상처받았다'는 마음이 느껴져서, 그 마음을 느끼며 작업할 수 있어서 따뜻했다."
- 하루 다섯번 이상 본인 이름을 검색해 보나. "그런 날도 있다. 근데 내가 평소엔 휴대폰을 참 안 본다. 문자, 카톡 등 알림이 없다. 전화도 무음이다. 보고 싶을 때만 본다. 일을 할 때나 어떤 느낌이 들어서 소통하고 싶다거나 할 때만 본다. 휴대폰에 얽매여 있는 느낌을 갖고 싶지 않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는 항상 죄송한 마음이다. 실제로 맨날 미안하다고 한다. 내가 쓰는 문자의 시작은 늘 '답이 늦어 죄송합니다'다. 왜냐하면 알림이 없으니까 답이 늦을 수 밖에 없다."
- 무엇에도 얽매이기 싫지만, 얽매이지 않을 수 없는 직업이다. "어렵지만, 일과 나를 동시에 얽매이게 만드는 것은 최소한만 하고 싶다. 지금까지 나를 지켜봐 주시지 않았나. 이렇게 살아도 배우 일 하는데 크게 지장 없다. 계속 연기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걸 증명하는 사람의 모델로 나를 보여주고 싶다. 좀 더 재미있게 사시라고, 좀 더 자유롭게 사시라고. '선배님들 계실 땐 이렇게, 기자들이 있을 땐 이렇게, 카메라가 터지면 이렇게'라는 표준 모델이 있지 않나. 거기에서 벗어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내 마음이 전달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이다. 지금도 이렇게 말하는 내가 미울 수 있고, '재미없는 말만 하고 있네' 하실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 순간이 크게 나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욕 먹는 이미지가 굳혀졌는데. "아니? 나를 욕먹는 사람으로 낙인 찍지 말아 달라. 많은 관객 분들이 여전히 나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보여 주시고, 무한한 애정을 보내 주신다는걸 정말, 정말 정말 많이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고, 누군가 나를 미워하기 때문에 여기 있는 것이 아니다."
- '국가부도의 날'과 함께 한 과정이 꼭 필요했던 경험이자 시간이라고 했다. 전작 '버닝'은 어땠나. “내가 입은 옷을…. 음…. 영화에서도 실제로 옷을 벗지만. 하하. 뭔가 껴입고 있었던 갑옷을 다 벗어버렸던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다시 챙겨 입어야 하는 과정이 아주 순탄치는 않았지만, 있을 수 있을만한, 수용해 주시는 선 안에서 작품에 걸맞는 연기를 하기 위해 그 때도 많은 애를 썼다."
- 지금까지 연기한 모든 캐릭터엔 유아인의 실제 모습이 조금씩 담겨 있나. "내가 연기한 인물들만큼의 자아는 갖고 있는 것 같다. 점점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그걸 꼭 하려고 했던건 아닌데, 인물을 표현하려면 이야기가 속해있는 세상을 들여다 봐야 하고, 이해라는 것이 생겨난다. 아예 그 인물이 되거나, 내 안에서 끌어 당기는 성질들을 적용 시키거나, 확장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면의 거울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면 거울을 통해 그 인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다양성은 배우로서 축복이기도 하지만 인간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저주가 될 수도 있다. 어, 저주라는 단어 좀 센대? 타이틀로 뽑진 말아 주세요. 으하하."
- 오늘도 우황청심환을 먹었나. “안 먹었다. 하하. 요즘은 잘 안 먹는다. 절대 안 먹는다. 안 먹은지 꽤 됐다. 최근 가장 가까운 시상식이 언제였지? 그 때도 안 먹었다. 결국 불안함이 문제였던건데, 잘하고 싶은 의지에 불안함도 나왔던 것 같다. 지금은 그런 부분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 차기작은 결정했나. "약속상 다 말씀 드릴 순 없지만 내년 초 재미있는 사건으로 찾아 뵐 수 있을 것 같다. 그 동안 보여드리지 않았던 형식의 작품이 될 것 같고, 함께 기획하며 연출하고 있다. 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아닐 것이다. 자유를 추구하고 얽매이지 않음을 추구하지만 이 일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고민 끝에 결정하게 된 작품이다. 조만간 소개해 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