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렌체의 시뇨리아 광장은 건축물과 조각이 어우러지고, 바닥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다 지루해지면 어느 구석에든 있는 미술관에 들어가 작품들을 마음껏 향유한다.
인천광역시 영종도에 이 시뇨리아 광장을 옮겨 놓은 곳이 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방문하는 고객들이 예술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광장’을 구상했다. 3000여 점의 예술 작품과 더불어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한층 더 새로워진 파라다이스시티를 찾았다.
예술과 함께하는 하룻밤
서울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역에서 내려 셔틀버스를 타면 파라다이스시티에 어렵지 않게 도착한다.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향하는 관광객들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가니, 퍽 여행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난 7일 찾은 파라다이스시티는 9월 예술(아트)과 즐거움(엔터테인먼트)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아트테인먼트 리조트’로 업그레이드돼 더욱 볼거리가 다양해진 모습이었다.
이번에 개장한 2차 시설은 총면적 11만㎡ 규모에 문화·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럭셔리 부티크 호텔 ‘아트파라디소’, K스타일 스파 ‘씨메르’, 동북아 최대 규모 클럽 ‘크로마’, 예술 전시 공간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 이벤트형 쇼핑 아케이드 ‘플라자’ 그리고 내년 상반기에 개장하는 가족형 실내 테마파크 ‘원더박스’ 등 복합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한 공간에 한꺼번에 개장하면서 놀 거리와 볼거리가 많아졌다.
‘플라자’는 웅장했다. 높은 천장에 이국적 건축 디자인이 눈을 즐겁게 한다. 이날 파라다이스시티를 처음 방문했다는 변모씨(30)는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했던 공간인 것 같다"며 "낮의 분위기와 밤의 분위기가 또 다르다. 다음에는 꼭 1박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호텔 특유의 고가 레스토랑이 아닌 저렴한 가격대의 ‘미식로드’가 조성돼 있어 편안히 음식을 즐기는 방문객들도 보였고, 중간중간에 배치해 놓은 조각을 가만히 서서 즐기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면세점을 비롯해 파라다이스가 선별한 셀렉트 숍들이 들어서 있어 진짜 해외의 어느 도시 광장에 온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예술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플라자와 이어지는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는 단번에 방문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다른 미술관들에서 꽉 닫힌 문을 통과해야 했다면, 이곳 아트 스페이스는 그저 기둥 사이를 통과하면 곧장 작품과 만날 수 있다.
처음으로 보이는 작품은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의 소장품인 작가 제프 쿤스의 ‘게이징 볼-파르네스 헤라클레스’. 높이 3.26m에 이르는 헤라클레스 석고상으로, 오른쪽 어깨에 파란색 게이징 볼이 놓여 있다.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라고 말하는 작품 중 하나기도 하다.
아울러 아트 디렉터 정구호가 디자인한 장소와 큐레이터들의 멋진 의상도 볼거리다.
사실 파라다이스시티는 리조트 전체가 예술 작품으로 가득하다. 내·외부를 통틀어 파라다이스시티 전체를 보자기처럼 감싼 작품 수만 3000여 점이다.
특히 파라다이스시티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데미언 허스트의 ‘골든 레전드’와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은 ‘인증샷’을 부르는 작품으로 꼽힌다.
파라다이스시티 관계자는 “독일 메르클린(Marklin)에서 가져온 정밀한 모형 기차가 치유의 의미를 담은 노란 ‘호박’ 주위를 돌고 있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광장에서 이어지는 부티크 호텔 ‘아트파라디소’도 감각적이다. 4개 타입의 58개 스위트룸으로 구성된 아트파라디소는 어두운 인테리어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검은색과 빨간색의 조화로 화려하면서도 대리석으로 고급스러움을 풍기는 아트파라디소는 젊고 트렌디한 느낌을 살려 전 객실 노키즈존, 오직 성인만을 위해 운영된다. 특히 연말 파티를 하기 위해 호텔을 찾는 젊은층에게 인기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놀 거리’ 풍성
새로워진 파라다이스시티에는 구경할 것들도 많지만, 즐길 거리들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스파시설 ‘씨메르’, 클럽 ‘크로마’, 실내 테마파크 ‘원더박스’가 바로 그것. 가족 단위, 연인,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는 고객들이 ‘무엇을 할까’ 고민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먼저 씨메르는 유럽풍의 인테리어와 한국 고유의 찜질방 문화를 접목해 현대적으로 해석한 스파 시설로 1만3223㎡(4000평) 규모, 동시 수용 인원은 약 2000명이다.
1층 워터 플라자부터 동굴 스파, 버추얼 스파 등 각각 다른 분위기의 스파존을 즐길 수 있다. 특히 탁 트인 천장 아래 이탈리아 산마르코 광장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워터 플라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계절 내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일요일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3층에는 영종도에서 보이는 서해의 노을을 즐길 수 있는 인피니티풀과 밀키탕·히노키탕 등 노천스파존이 있고, 4층에는 실내 플랫폼에서 출발해 1층 실내 랜딩풀로 내려오는 아쿠아루프 슬라이드·토네이도 슬라이드가 있어 워터파크를 방불케 했다.
씨메르의 찜질존 역시 내·외국인 관광객에게 매력적인 공간이다. 섭씨 75도의 뜨거운 불가마부터 자연의 에너지를 내뿜는 편백나무룸·자수정방 등 한국의 찜질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리클라이너가 설치된 릴랙스룸에서는 취침과 동시에 TV 시청 등이 가능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씨메르 바로 옆에는 동북아 최대 규모 클럽 ‘크로마(CHROMA)’가 젊은층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트랜스와 하우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맞춰 클러빙을 즐길 수 있는 이 공간은 동시에 3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큰 규모라고 했다.
특히 4층의 ‘비치 클럽(Beach Club)’은 국내 최초로 사계절 내내 풀파티가 가능한 공간으로 꾸며져, 매주 색다른 클러빙을 즐기려는 클러버들이 찾는다. 최근에는 ‘크로마’에서 해외 유명 아티스트 ‘입스브이’와 ‘티에스토’ ‘스티브 아오키’의 공연 소식을 알려 주목받았다.
지난 9월 파라다이스시티의 2차 시설이 공개됐지만, 놀이 시설이 모인 ‘원더박스’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오는 2019년 상반기에 개장하는 원더박스는 놀이와 축제·예술과 즐거움이 융합된 가족형 놀이 시설로 조성될 예정이다.
파라다이스 측은 “빈티지한 밤의 유원지를 테마로 한 원더박스는 미디어 아트를 활용해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환상적이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연출할 것”이라며 “회전목마와 대관람차 등 클래식한 놀이기구와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360도 회전형 메가믹스 등 총 11종의 어트랙션(놀이시설)이 준비될 예정이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카니발 게임들로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매직쇼·서커스·스트리트 공연 등 이색적이고 화려한 퍼포먼스가 늘 펼쳐진다.
영종도(인천)= 권지예 기자 kwon.jiye@jtbc.co.kr
<사설>
전경 <사설>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 전경. 파라다이스시티 제공 플라자 <사설> 지난 9월 개장한 2차 시설 중 '플라자' 모습. 권지예 기자 헤라클레스 <사설>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 전시된 제프 쿤스의 ‘게이징 볼-파르네스 헤라클레스’. 권지예 기자 크로마, 내부 <사설> 유명 디제이들을 초청해 공연을 여는 클럽 '크로마'. 권지예 기자 시메르, 씨메르_야외 <사설> 스파와 한국형 찜질방을 체험할 수 있는 '씨메르'. 권지예 기자 씨메르_워터 플라자 <사설> 씨메르 메인 스파 시설인 '워터 플라자'는 사계절 내내 이용할 수 있다. 파라다이스시티 제공 씨메르_소금방 <사설> 씨메르 내 찜질존에 있는 '소금방'. 파라다이스시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