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극장가를 강타한 '아쿠아맨'(제임스 완 감독)이 아쉬운 번역으로 일부 영화팬들의 실망감을 사고 있다.
'아쿠아맨'은 마블 코믹스에 대적하는 DC 코믹스의 새 영화. 국내에서도 열광적인 팬들을 보유해 더욱 매서운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만족스럽지 못한 번역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의역과 비문이 여러 번 등장하자 일각에서 오역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 박지훈 번역가의 작품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쿠아맨'은 번역가를 공개하지 않았다.
치명적인 오역은 없지만 의역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등장인물이 두세 문장으로 길게 표현한 부분을 몇 개의 단어로 축약해 번역했다. 당연히 대사의 뉘앙스가 제대로 표현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주인공 아서(제이슨 모모아)의 아버지 토마스 커리(테무에라 모리슨)가 아틀라나 여왕(니콜 키드먼)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시적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대사가 "나는 등대지기"라는 짧고 밋밋한 대사로 바뀌었다. 이 밖에 격투를 벌이는 링은 "불의 고리"라는 의미가 불분명한 단어로 설명됐고, "해피아워를 놓쳤다"는 대사는 "해피아워가 안 끝났으니 술을 마시자"로 오역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완전 대박"이라는 감탄사가 상황에 맞지 않게 가벼워 보인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지난 4월 불거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앤서니 루소·조 루소 감독)의 오역 논란 이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관람할 때 번역가의 이름을 확인하는 절차는 필수가 됐다. 일부 영화들은 번역가의 이름을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한다. 연말 극장가를 강타한 '아쿠아맨' 또한 이 절차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아쿠아맨' 측이 번역가의 정체를 밝히지 않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오역 논란을 불러일으킨 박지훈 번역가의 작품이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등장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아쿠아맨'의 한국어 자막은 대체 누가 만든 것일까. 이에 '아쿠아맨' 측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쿠아맨' 관계자는 "DC 그래픽노블 '아쿠아맨'의 번역을 맡고 있는 임태현 번역가는 예고편의 감수만 맡았다. 원래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는 번역가를 공개한 적이 없다. '아쿠아맨'도 같은 방침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