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배우' 송강호의 힘은 역시 강하다. 올 연말 최대 기대작으로 꼽혔던 영화 '마약왕(우민호 감독)'의 초반 상승세는 100% 송강호에 대한 믿음에 의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갈려도 송강호 연기에는 여지없이 찬사가 쏟아졌다. '장르'이자, '작품'이 된 송강호의 현 주소다.
몇 십년 째 '충무로 톱', '넘버원' 자리를 지켜내며 더 이상은 두려울 것 없어 보이는 송강호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책임감과 부담감은 끊임없이 뒤따른다. 배우 송강호의 집착과 욕망의 끝은 결국 '좋은 작품'. 천생배우의 솔직한 고백이 아닐 수 없다.
누구의 도움없이, 어떤 도움없이 오로지 홀로 감내해야 했던 '마약왕'은 송강호에게 재미와 외로움을 동시에 안겨준 작품이다. 촬영내내 신났지만 그만큼 외로움도 느껴야 했던 시간.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는 듯 펼쳐낸 '마약왕' 이두삼의 인생은 결국 송강호 스스로 이해하고 표현해내야만 했다. 그 결과는 역시 호평으로 뒤따른다.
'마약왕'의 성과를 떠나 송강호는 2019년에도 열심히 달린다. 다시 뭉친 거장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을 선보이고, '나랏말싸미' 촬영에도 한창이다. '기생충'은 칸 국제영화제 초청이 유력시 되고 있는 만큼 오랜만에 칸 레드카펫을 밟는 송강호의 모습에 기대감이 높다. 세종으로 분한 '나랏말싸미'는 사극의 새 지평을 열 전망. 발전하고 또 발전하려는 송강호의 노력과 도전 앞에 실망이란 없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송강호는 '소시민 아이콘'으로 유명하다. "일부러 선택한 것은 아닌데 지난 10여 년 필모그래피를 보면 정의를 위해 싸우는, 정의로운 소시민으로 관객들을 많이 만났다. 그래서 '마약왕'을 할 때 신났던 이유가 '20년 전부터 하고 싶었던, 내 속에만 있었던 모습들을 이 작품에는 마음껏 담아낼 수 있겠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관객 분들도 조금 반가워 하실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앞부분은 15년~20년 사이 내가 보여주고 연기했던 모습들이 담겼고, 뒷부분은 처음 보여주는 연기다. 친근함과 낯설음을 모두 표현해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그런 점에서 관객들에게도 즐겁고 다양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민호 감도과도 잘 통했던 것 같다. "맞다. 그래서 더 신났던 것일 수도 있다. '내부자들'이라는 작품을 나 역시 너무 좋아했다. '마약왕'을 들고 '택시운전사' 부산 촬영장을 찾아왔을 때 여러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난다. 흔쾌히 작업을 결정했다. 우민호 감독이 성격적으로도 나와 잘 맞는다. 다혈질인 구석도 있지만(웃음) 시원시원하고 호탕하고 그렇다. 아주 즐거웠다."
-비주얼적인 파격도 있다. "내가 비주얼적으로 표현하는 배우는 아닌데. 하하. 그 시대 풍미를 한껏 내기 위해서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정교하게 애쓰신 것 같다. 재미나기도 하지만 낯설기도 했다. 제일 마음에 드는 의상은… 역시 모피코트? 하하하하. 그럴 때 아니면 입어볼 수 없으니까. 옷을 입고 걸치면 또 맛이 안 살아나서 맨몸에 열심히 걸쳤다.(웃음)"
-경상도 사투리를 쓴 작품이 여러 편인데 이번에는 유독 더 현지 느낌이 강했다. "'변호인'도 있었고 '밀양'도 있었다. 캐릭터마다 연기가 달라지듯 사투리도 마찬가지다. 같은 사투리라도 해도 질감의 차이는 있지 않을까 싶다. 또 부산 지역과 경상도 지역 분들이 아니면 '이게 이거고, 그게 그거다'라고 생각 하시는데 지역 차이도 분명 있다."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와 맞붙었다. "아무래도 한정적인 시간이다 보니 캐릭터의 매력이 충분히 다 드러나지 않아 관객 입장에서도 아쉬운 부분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직접 연기하는 나는 당연히 큰 재미를 느꼈다. 익숙하게 호흡 맞춰 본 배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배우들도 있었다. 공통적으로 다들 너무 잘 하셔서 좋았다. 진짜다.(웃음)"
-조정석과는 '관상' 이후 다시 만났다. "조정석과는 '관상' 때부터 친형제처럼 즐거웠다. 평소에도 만나면 괴롭힌다. 워낙 노래를 잘 부르는 친구니까 가끔 노래 한 번씩 부탁하고 그런다.(웃음) 처음엔 슬쩍 빼다가도 무반주에 신나게 부르더라. 너무 좋아하는 친구다. 이번에는 대치하는 캐릭터라 그런지 또 다른 재미가 있었고 '이 친구, 역시 참 잘한다'는 생각을 새삼 느꼈다. 민망스러운 이야기지만 본인에게도 직접 다 한 말들이다. 현장에서 여러 번 '최고다'고 말했다." -김소진과 배두나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느껴진다. "정말 잘하지 않나. 특히 '콩밭' 장면은 진짜…. 하하. 그 장면을 찍을 때 나도 현장에 있었다. 촬영은 없었는데 보고 싶더라. 근데 두나 씨가 태어나 처음으로 그 욕을 한다며 나를 따로 살짝 불러 조언을 구하더라. 밤 잠을 못 자겠다고, 그 한 마디가 되게 스트레스를 준다고 하더라. 한 두번은 해봄직 한데 처음이라고 해서 내가 되려 놀랐던 기억이 난다.(웃음) 더 놀란건 해 본 적 없다면서 그렇게 잘 해냈다는 것이다. '배우는 배우다' 싶었다. 소진 씨는 뺨 때리는 장면에서 나름의 고충이 있었던 것 같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한 대만 때리게 돼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한 대만 때리면 안 될 것 같더라. 강력하게 양싸대기를 날려줘야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어 내가 먼저 '때려달라'고 제안했다. 그게 소진 씨에게는 너무 어려웠던 것이다. 처음 만나는 선배고, 한 대 때리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두 대를 때리라고 하니까.(웃음)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던 것 아닐까 싶다. 근데 뭐 소진 씨도 연기는 끝내주게 했다. 나 휘청하는 것 보이지 않았나. 하하."
-김소진은 '여자 송강호'라는 별명이 붙었다. "에이~ 그보다 더 큰 칭찬을 받아야 할 배우다. 인정 해주고 말고의 권리도 나에게는 없다."
-송강호의 집착과 욕망은 무엇인가 "정말 뻔한 말일 수 있는데, 좋은 작품에 대해 집착하고 갈구하게 된다. 여전히 그렇다. 원하는 작품, 원하는 사람들과의 작업은 원한다고 할 수 없다. 이 직업이 그렇다. 늘 조율이 필요하다. 그래서 원하는 판이 짜여졌을 때 즐겁고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