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은 궁중화장품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이하 후)'가 올해 누적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고 27일 밝혔다.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단일 브랜드로 매출 2조원을 돌파한 것은 '후'가 처음이다.
후는 대륙의 여심을 훔치는 데 성공했다. 궁중 한방화장품을 표방해 2003년 출시된 후는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마케팅으로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초기만 해도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의 럭셔리 라인인 '설화수'에 다소 밀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06년 드라마 '대장금'으로 아시아 스타로 거듭난 이영애를 모델로 기용했고 이후 중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2013년 2000억원대 매출을 올린 뒤로는, 2016년 국내 화장품 단일 브랜드 가운데 가장 빨리 매출 1조원에 도달했다.
'사드' 후폭풍도 피해 갔다. 2017년 K뷰티 업계 전반이 중국 관광객 감소로 휘청였지만 후만은 끄떡없었다. 차별화된 컨셉트와 화려한 디자인의 용기, 모델 이영애의 힘이 중국 내 마니아층을 형성한 덕분이다. 후는 지난해 1조4200억원을 팔아 치운 데 이어 올해도 한국 화장품 업계 사상 최초로 2조원 매출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후는 글로벌 화장품 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판매가 기준으로 후의 매출을 환산하면 약 3조원에 달한다.
LG생건 측은 "글로벌 톱3 럭셔리 화장품인 랑콤(5조3000억원), 시세이도(4조7000억원), 에스티 로더(4조4000억원) 등 글로벌 브랜드들과도 어깨를 견줄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LG생건의 질주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후의 대를 이을 제품으로 평가받는 '숨'의 성적도 좋다. 지난 2007년 출시된 숨은 올해 44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매출(3800억원)보다 15.8% 증가한 것으로 소비자판매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7000억원에 이른다. '자연·발효' 컨셉트를 접목하면서 순하고 효과가 좋은 제품으로 입소문이 났다.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권에 빠르게 번지고 있다.
LG생건 측은 "후와 숨 두 브랜드의 올해 매출을 합하면 약 2조44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9년 전인 2009년 LG생건 전사 매출인 2조2165억원을 훌쩍 웃도는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