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과 고 전태관은 서로에 밴드 봄여름가을겨울 멤버 그 이상이었다. 음악적 동료를 넘어 세월을 함께하며 우정을 쌓았다.
전태관은 지난 28일 새벽 신장암 투병 끝에 눈을 감았다. 곁을 지킨 김종진은 상주와 함께 고인의 빈소가 마련되는 대로 조문객을 맞는다. 앞서 김종진은 전태관의 투병이 알려지자 "안타까운 마음을 어떻게 다 말로 할 수 있겠는가. 가족보다도 나랑 더 오래 있었다. 표현할 길이 없다"며 슬픔을 삼켰다. 고인은 지난 4월 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사이에 딸 하나를 두고 있다.
김종진은 고인이 떠나기 전부터 물심양면으로 돕고자 봄여름가을겨울 데뷔 30주년 프로젝트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을 진행해 왔다. 프로젝트에 앞서 김종진은 "전태관 아내의 장례식에 많은 선후배 뮤지션이 와주셨다. 그 분들이 아내도 암으로 돌아가셨지만, 태관의 건강 또한 좋지 않은 모습에 속상해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을까 의견을 많이 모았고 이 과정에서 앨범을 만들어 수익금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일간스포츠에 밝혔다.
데뷔 30주년 트리뷰트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은 국내 최고의 뮤지션들이 음악적으로 가장 가까운 친구와 함께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를 리메이크 해 발표하는 프로젝트다. 한국 대중음악계를 이끌어온 봄여름가을겨울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하고 동시에 김종진. 전태관 두 사람의 우정을 기억하는 취지로 시작됐다. 가수 윤종신과 윤도현, 배우 황정민, 기타리스트 함춘호 등을 비롯해 십센치, 장기하, 어반자카파, 오혁, 데이식스, 이루마, 대니정 등이 함께 했고 수익은 전태관에 돌아간다. 음원 발매와 함께 내년 1월 16일부터 27일, 2월 13일부터 24일까지 홍대 구름아래 소극장에서 총 30회 '봄여름가을겨울 30주년 소극장 콘서트'를 준비했다. 이 또한 전태관과의 약속 중 하나이자 봄여름가을겨울로 활동하며 적은 '투 두 리스트'(to do list) 중 하나였다.
김종진은 음반 발매 간담회에서 "버스 타고 다니던 시절에 '그랜저를 타고 한 손으로 핸들을 돌리면서 1만석 공연장에 들어가는 대단한 뮤지션이 되어보자'고 했는데 이뤘다. 하나 이루지 못한 게 있다. '백발이 송송해도 무대 위에서 섹시한 뮤지션으로 남자', '무대 위에서 죽자'고 했는데 아직이다. 그런데 이제 그것도 이루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다 갖춰진 무대에서 음악을 해야지만 무대 위에서 죽는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딛는 모든 땅이 무대라고 생각한다. 언제 어디서건 음악을 하다가 떠나면, 무대에서 우리 음악이 나오다가 떠나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봄여름가을겨울은 1988년 1집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로 데뷔하고 30년 간 시대를 앞서가는 첨단 장비 사용과 퓨전 장르를 개척한 '대중음악사의 자존심'로 사랑받았다. 김종진은 "전태관은 30년 우정을 나눈 분신과도 같은 사람"이라며 "둘의 봄여름가을겨울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