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재는 2019년 새해를 하루 앞두고 신년사를 발표했다. 2017년 11월 22대 총재로 추대됐다. 경제학자 이력 덕분에 프로야구의 산업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줬다. 실제로 부임 첫 달에 신한은행과 기간 3년, 총 240억 원 규모의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이끌었다. 국내 프로스포츠 리그 스폰서 계약 역대 최고 금액이었다.
그러나 정운찬 체제 1년 차에는 불미스러운 일이 많았다. 특히 현장과의 소통, 국민 정서 이해가 미흡했다. 국정감사에서는 전임감독제를 부정하고 책임 전가를 하는 뉘앙스의 사견을 전해 논란이 됐다.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사퇴로 이어지자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정 총재는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부터 드린다"는 말로 신년사를 시작했다. "국민, 야구팬 여러분에게 큰 실망감과 상처를 안겨 드렸다"고 인정했다. 리그 안팎에서 사건사고가 이어졌고, 대표팀 감독과 총재가 국회 국감장에 서는 초유의 사태를 언급하며 "나부터 국민 정서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내 부족함으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국민 여러분에게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전했다.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수많은 비난을 받으며 자신의 역할에 대해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정 총재는 "힘겨운 과정을 겪으며 KBO 커미셔너로서 해야 할 일과 사회적인 책임도 확실하게 알게 됐다. 질책과 충고가 야구에 대한 깊은 사랑과 관심의 표현임을 더욱 깊이 깨달았다. 이를 바탕으로 올 시즌 KBO 리그가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2019시즌 목표로는 "혁신의 해가 될 것임을 약속한다"고 했다. 지난해 중점 목표로 추진한 클린베이스볼 확립에 더욱 정진할 생각이다. 관행이나 관습이 단기간에 사라지기 힘들고, 이를 추진하다가 과거 불미스러운 일까지 드러날 수 있는 점도 인정했다. 그러나 "어떤 부정한 일도 감추지 않고 엄중한 징계와 끊임없는 교육을 통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한다"고 했다.
리그 내실 강화를 위한 노력 의지도 전했다.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선 양극화가 두드러진다. 10구단 체제에서 유망주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구단이 많다. 산업화도 더디다. 당장 2019년부터 새 사업자 선정에 들어가는 뉴미디어 중계권 협상에도 마케팅 자회사(KBOP)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정 총재는 "FA와 드래프트 등 제도 개선, KBO리그 산업화의 기반을 튼실히 다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아마추어, 유소년 야구 지원과 투자 계획도 전했다. 900만 관중 시대 개막을 위한 양질의 성장 동력 확보를 노리겠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국제대회 대비 계획을 전했다. 대표팀 문제는 지난해 정 총재가 가장 홍역을 치른 부분이다. 중재 역할을 하지 못했고 말실수도 했다. 일단 과오는 인정했다. 국제대회가 팬과 여론에 미치는 영향도 알았다. 오는 11월에 열리는 프리미어12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예선전을 겸하고 있다. 정 총재는 대회 중요도를 상기했고 선수 구성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성원을 받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춘 대표팀을 구성하겠다"고 했다. "공정한 기술위원회와 강력한 국가대표 지원팀을 구성해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예선라운드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