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이 이끈 2011년 한국축구대표팀’과 ‘손흥민이 이끈 2019년 한국축구대표팀’ 중 어느 쪽이 더 강할까.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은 3위를 기록했는데, 당시 대표팀은 ‘아시아컵 역대급 팀’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한국은 8강에서 ‘난적’ 이란을 상대로 윤빛가람의 연장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4강에서 ‘숙적’ 일본과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0-3으로 졌다.
한국은 연장 후반 종료 직전 황재원의 동점골로 승부를 승부차기로 몰고갔지만, 구자철~이용래~홍정호 모두 실패했다. 한국은 3-4위전에서 구자철과 지동원이 3골을 합작해 3-2로 승리했다.
그 때는 조광래 한국 감독이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만화축구’를 펼쳤다. 강한 압박과 함께 빠르고 세밀한 패스플레이를 구사했다.
주로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는데, 원톱 공격수로 지동원이 나섰다. 공격형 미드필더에 구자철, 양쪽 날개로 박지성과 이청용이 출전했다. 중앙 미드필더는 기성용과 이용래였다. 포백 이영표-황재원(또는 조용형)-이정수-차두리가 골키퍼 정성룡과 함께 최후의 저지선을 지켰다.
당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캡틴박’ 박지성이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이청용은 프리미어리그 명문 볼턴에서 뛰면서 빅클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20살 지동원과 22살 구자철은 이름의 앞글자를 따 ‘지구특공대’라 불리면서 활약했다. 구자철은 5골을 터트려 득점왕에 오르면서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입단했고, 차후에 지동원 역시 잉글랜드 선덜랜드로 이적했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축구대표팀 멤버과 비교하면 어떨까. 2011년에 맨유 박지성이 팀의 리더였다면, 2019년에는 잉글랜드 토트넘 손흥민(27)이 팀을 이끈다. 박지성은 2011년 1월31일 대표팀 은퇴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후계자로 손흥민을 지목했는데, 손흥민이 그 길을 잘 따르고 있다.
한국은 2019 아시안컵 필리핀과 조별리그 1차전, 키르기스스탄과 2차전에서 연이어 1-0 진땀승을 거뒀다. 기성용(뉴캐슬)은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 중이고, 이재성(홀슈타인 킬)은 발바닥 부상으로 16강 출전이 불투명한 악재가 겹쳤다.
그런 와중에 에이스 손흥민은 16일 중국과 3차전을 앞두고 가세했다. 이청용(보훔)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은 한층 더 성숙했다.
사령탑은 유로2012에서 포르투강를 4강에 올려놓은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다. 주로 4-2-3-1 포메이션을 쓴다.
토너먼트부터 베스트 멤버를 가동할 수 있다면 원톱 공격수는 지난해 각종대회에서 33골을 터트린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출전한다. 2선 공격수에 손흥민-구자철-이청용이 나설 수 있다.
중앙 미드필더 기성용과 황인범(대전), 정우영(알 사드) 중 2명이 출전한다. 수비수 김진수(전북)-김영권(광저우 헝다)-김민재(전북)-이용(전북)이 서고,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비셀 고베)가 낀다. 황희찬(함부르크), 이승우(베로나),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등 유럽파도 늘었다.
축구전문가들은 “단순하게 2011년 아시안컵 대표팀과 2019년 대표팀을 비교할 순 없다. 두팀 모두 각각의 장점이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먼저 김환 JTBC 해설위원은 “2011년 당시 박지성과 이영표가 팀의 중심을 잘 잡아줬다. 구자철, 기성용, 지동원 등 20대 초반 선수들이 펄펄 날았다”며 “지금은 누구든 주인공이 될 수 있게 역할을 골고루 나눠 가진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은 “이름값에서는 2011년이 더 높아 보일 수 있지만, 2019년에는 좀 더 큰 무대에서 뛰는 선수의 숫자가 늘었다. 2011년은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약간 있었지만, 2019년에는 23명 선수들의 실력 차가 크지 않은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2011년 당시 박지성은 후배들의 든든한 정신적 지주였다. 당시 클럽은 맨유였다. 아우라가 대단한 리더였다. 이영표, 차두리와 함께 중심을 잡았다”면서 “또한 이청용이 최고조의 전성기였고 기성용도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점점 살아나고 있었다. 지동원과 구자철은 지구특공대로 활약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위원은 “2011년 당시 프리미어리그 전성기였던 이청용이 있었다면, 지금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손흥민이 있다. 당시 박지성과 이영표, 차두리의 역할이 2019년에는 기성용, 이청용, 구자철에게 넘어갔다”면서 “황의조의 지난해 페이스는 가히 역대급이라 기대할만하다. 황인범은 2011년 당시 구자철 수준 만큼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