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 50세인 '대성불패' 구대성이 실전에 깜짝 등판,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호주프로야구리그(ABL)의 한국인 팀 질롱 코리아의 감독 구대성은 지난 19일 호주 질롱 베이스볼센터에서 열린 2018~2019 ABL 브리즈번과 홈경기에서 2-9로 끌려가던 9회초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1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 1개씩을 줬지만, 점수를 주지 않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공 17개를 던져 10개를 스트라이크로 꽂았다.
질롱 코리아는 2-9로 져 7승32패로 ABL 남서부 지구 최하위를 면치 못했지만,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승패는 큰 의미가 없었다.
한·미·일 프로야구에서 큰 발자취를 남긴 구대성이 '지천명'에 이르러서도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질롱 코리아는 "구대성 감독이 9회초에 등판해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다"며 "특유의 투구 동작은 여전했고, 야구팬들은 구 감독의 이름을 연호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구속은 예전만 못했지만 제구력은 완벽했고, 직구로만 타자들을 압도했다. 변화구는 3개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질롱 코리아가 유튜브에 올린 구대성의 영상을 보면, 구대성은 공수 교대 때 심판에게 투수 교체를 알리고 자신이 등판한다고 통보했다.
감독으로 착용하던 보호 헬멧과 점퍼를 벗어던진 그는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르던 '대성불패' 전성기로 돌아갔다.
우리나라 팬들은 구대성의 이름을 딴 'DK(Daesung Koo)'를 연호했다.
구대성은 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에 들어오면서 환하게 웃으며 "힘들다"를 연발했다. 스파이크를 벗으면서 선수들에게 "이제 더는 못 던지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한참 어린 후배들은 손뼉을 치며 노익장을 뽐낸 구 감독을 열렬히 응원했다.
구대성은 질롱 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공을) 던져 힘들었다"며 "역시 나이를 먹어 던지면 안 된다는 점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팬서비스 차원이었고, 이제 더는 (실전에서 공을) 던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안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