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가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Hall of Fame·HOF) 역사를 새롭게 썼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23일(한국시간), 리베라가 만장일치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다고 전했다. 리베라는 투표권이 있는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소속 425명의 기자에게 모두 표를 받아 사상 처음으로 만장일치를 만들어 냈다. 이 부문의 역대 최고는 2016년 켄 그리피 주니어가 작성한 99.3%(440표 중 437표). 투수 부문은 '메츠 레전드' 톰 시버가 1992년에 기록한 98.84%(430표 중 425표)가 최고 득표율이었다. 리베라는 HOF 입성을 결정하는 첫 번째 자격을 얻자마자 헌액 기준인 득표율 75%를 가뿐하게 넘었다. 파나마 출신으로는 1991년 로드 커루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만장일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평가됐다. HOF는 투표 자격이 있는 BBWAA 기자 한 명이 최대 10명까지 이름을 적을 수 있다. 문제는 기자의 성향. 특히 금지 약물이 암암리에 사용되었던 2000년대 초·중반에 활약한 선수들은 투표에서 적지 않은 손해를 봤다. 2014년에는 이른바 '약물의 시대(Steroid era)'에 뛰었다는 이유로, MLB닷컴 LA 다저스 담당 켄 거닉 기자가 투수 잭 모리스를 제외한 나머지 9명의 투표를 기권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누가 (약물을) 먹었고, 그렇지 않은지 나는 잘 모르겠다"며 그레그 매덕스조차 찍지 않았다. 사이 영상 4회, 골드글러브 18회를 수상한 매덕스는 그해 97.2%의 득표로 HOF에 들어갔다. 리베라는 1997년 빅리그에 데뷔해 매덕스와 동시대에 뛰었지만, 만장일치를 끌어냈다.
성적에는 이견이 없다. 메이저리그 통산(19년) 1115경기에 출전해 82승60패·652세이브·평균자책점 2.21을 기록했다. 세이브 역대 1위, 올스타 선정 13회 등 굵직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무엇보다 96경기에 출전한 포스트시즌(PS)에서 통산 8승1패·42세이브·평균자책점 0.70를 기록했다. 최소 30이닝을 소화한 역대 투수 중 PS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다. 여기에 월드시리즈 통산 성적은 2승1패·11세이브·평균자책점 0.99로 '무적'에 가깝다. 약물 논란에도 자유로워 플러스 요인이 됐다.
한편 이번 투표에는 로이 할러데이와 에드가 마르티네스·마이크 무시나도 함께 HOF에 헌액됐다. 할러데이와 마르티네스는 85.4%, 무니사는 76.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커트 실링(이하 득표율 60.9%)과 로저 클레멘스(59.5%)는 탈락했고, 매해 논란이 되는 '약물 홈런왕' 배리 본즈도 59.1%의 득표율로 HOF에 입성하지 못했다. HOF는 최소 10년 이상 현역으로 뛰었고, 은퇴 이후 5년이 지난 선수가 대상자다. 최대 도전 기회는 10번. 득표율 5% 미만을 기록하면 자연스럽게 자격이 박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