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정민이 다시 연극 무대를 찾는다. "1년에 한 번은 연극을 하겠다"는 관객과 약속을 성실히 지키고 있다.
황정민은 오는 29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오이디푸스(서재형 연출)'에서 오이디푸스를 연기한다. '오이디푸스'는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인 소포클레스의 작품으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혼인해 그 사이에서 자식을 낳을 것이라는 신탁을 받아 버려지고, 아무리 벗어나려 애써도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비극적 운명을 타고난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많은 관객들이 익히 알고 있는 바로 그 '오이디푸스'다. 황정민은 "내가 연기한다고 해서 특출나게 다르지는 않겠으나 열심히 접근했다. '오이디푸스'를 이미 봤지만 '황정민의 색깔이 있더라'는 평을 들으면 다행일 것 같다"고 말했다.
황정민은 지난해 초 무대에 올린 연극 '리차드 3세'를 통해 10년 만에 연극 무대로 복귀했다. 그의 출연만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영화판에서 고향과도 같은 연극판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은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대중은 그가 연극을 통해 잠시 쉬어 간다고 생각했다. 연극은 영화에 비해 파급력이 적을 뿐더러 출연료 면에서도 아쉬울 터이기 때문. 그러나 그는 1년 만에 다시 리차드 3세에서 오이디푸스로 변신해 무대로 돌아왔다.
그는 '오이디푸스' 제작과 출연을 발표하면서 "1년에 한 번은 연극을 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연극배우 황정민을 반기던 팬들에게 희소식을 알렸다. 이를 두고 그는 "스스로와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연극을 늘 생각하고 있었다.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라며 "과거에는 관객이 없어서 공연을 올리지 못한 적도 있었다. 당시 '진짜 유명해지면 이런 날이 없겠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진짜 유명해지면 많은 관객들과 소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이야기했다. 또 "영화도 좋지만 연극이 더 좋다. 2시간 동안 무대에 올라 연기하고 있을 때 제일 자유롭다. 그간 연극을 못했던 이유는 덜 유명해서였다. 유명해지려고 영화를 많이 하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것 같다. 계속해서 연극을 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민의 이 같은 열정은 동료 배우들에게도 큰 울림을 줬다. 그와 서울예술대학교 연극학과 동기이기도 한 배우 류승룡은 "영화 '극한직업' 출연진과 함께 황정민이 나오는 '리차드 3세'를 봤다. 그의 연극을 보고 기립박수를 쳤다. 동행한 배우들과 공연장을 나오자마자 연습실로 향했다. 황정민의 연극 같은 양질의 공연을 보면 동기부여가 된다"고 밝혔다.
스크린의 1000만 배우 황정민의 활약은 보기 힘들어진 것일까. 물론 아니다. 제작을 준비 중이던 '귀환'의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으나, 쉬지 않고 영화 '인질'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두 편의 출연을 검토하고 있다. 2019년에도 "황정민이 또…"라는 기분 좋은 평가가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