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나오미(22·일본)는 26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페트라 크비토바(체코)를 2시간 27분간 혈투 끝에 2-1(7-6<7-2> 5-7 6-4)로 꺾고 우승했다. 지난해 9월 US오픈에 이어 최근 메이저 대회 2개를 연달아 제패한 오사카는 28일 발표되는 세계 랭킹에서 1위 자리를 확정했다. 남녀를 통틀어 아시아 국적 선수가 테니스 단식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것은 오사카가 처음이다.
오사카 전성시대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세계 랭킹은 최근 1년간 성적을 토대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4대 메이저 대회 중 2개를 우승한 오사카는 랭킹 포인트 7030점으로 2위 크비토바(6280점)에 740점 앞선다. 크비토바가 다음 메이저에서 우승하고 오사카가 첫 라운드에서 탈락하지 않는 이상 700~800점 차를 단번에 뒤집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1997년 10월생인 오사카는 21세3개월에 세계 1위를 차지해 9년 전 캐롤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에 이어 9년 만에 최연소 세계 1위에 올랐다. 보즈니아키는 20세3개월의 나이로 정상에 섰다.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 연속 우승도 오랜만이다. 종전 기록인 2015년 윔블던의 세리나 윌리엄스(미국) 이후 4년 만이다.
아이티인 아버지(레오나드 막스 프랑수아)와 일본인 어머니(다마키)를 둔 오사카는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3세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2014년부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본선에 뛰어든 그는 180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강서브와 유연한 움직임을 앞세워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2016년 첫 투어 대회 단식에서 준우승을 하며 WTA 투어 신인상 격인 '올해 새로 등장한 선수상(Newcomer of the Year)'을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 최고 시속 192㎞에 이르는 강서브를 뿌린 오사카는 7경기를 치르면서 서브 에이스 59개를 꽂아 여자 선수 가운데 최다를 올렸다. 2위 카롤리나 플리스코바(체코·37개)와는 무려 22개 차.
오사카의 활약에 일본 열도도 들썩인다. 27일 요미우리·아사히·마이니치 등 일본 신문은 일제히 오사카의 우승 소식을 1면 톱기사로 보도하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요미우리는 "현재 4위인 오사카의 세계 랭킹은 대회 이후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1위로 확정됐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랭킹 1위가 내 목표는 아니다. 어떤 대회에서도 이기고 싶다"는 오사카의 소감에 주목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새로운 세계 여왕의 탄생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더욱더 활약하기를 기대한다"는 글까지 게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