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의 출연료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억소리 난다'는 반응도 귀여울 정도다. 달갑지만은 않은 변화다.
오를 줄만 알지 내려올 줄은 모르는 출연료에 제작자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영화를 흥행시키자니 톱 배우가 필요하고, 그러자니 제작비가 수직 상승한다. 제작비가 상승하면 결국 흥행 강박에 빠질 수밖에 없다.
흥행 강박은 신선한 영화를 만드는 일에 악영향을 미치곤 한다. 그렇다면 결국 제작자들은 지금껏 흥행했던 영화들과 비슷한 작품을 만드는 안전한 방법을 택하게 된다. 지난해 수 많은 영화들이 이같은 위험한 선택으로 예상치 못한 흥행 저조를 맛 봤다. 돈은 돈대로 들였지만 결과는 처참. 본인들은 "다르다"고 어필했지만 재탕 느낌을 피하지는 못했다. 영화계 안팎에서 "이래선 안 된다"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물론 제작비가 높아진다 하더라도 톱 배우를 놓칠 수는 없는 일이다. 티켓파워가 입증된 배우가 출연을 결정하면 제작과 관련된 모든 일이 잘 풀린다. 투자 문제로 몇 년간 표류하는 작품도 셀 수 없이 많은데, 배우의 이름 하나만으로 투자부터 제작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덕분에 고액 출연료를 감수하면서까지 캐스팅하겠다는 제작진이 줄을 선다. 톱 배우를 써도 망하고 안 써도 망한다면 일단 쓰고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 하자는 판단이다. 배우들은 몸값을 높여도 써주니 아쉬울 것이 없다. 하지만 "'적정 선'은 지켜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토로도 상당하다.
대형 상업 영화 제작자들만 딜레마에 빠진 것이 아니다. 허리급 영화들을 만드는 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화계 관계자는 "시나리오에 자신이 있어도 제작비가 없어 톱 배우 섭외가 어렵다. 섭외에 난항을 겪다가 결국 생각지도 못한 캐스팅을 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영화계 새 얼굴을 찾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