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혜영은 올리브 '은주의 방'에서 '워라밸' 없는 회사에서 뛰쳐나와 백수가 된 29세 심은주를 연기했다. 소꿉친구 김재영(서민석)의 인도로 셀프 인테리어에 눈을 뜨면서 집을 꾸미고 동시에 망가진 삶도 회복해가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힐링을 선사했다. 심은주는 영화 '특별시민' 이후 공백기를 가진 류혜영과도 흡사했다. tvN '응답하라 1988'에서 성보라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많은 사랑을 받은 터라 긴 휴식은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류혜영은 그동안 '은주의 방' 은주와 비슷한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결과물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쉬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없어서는 안 될 값진 시간이었다고 지난 2년의 의미를 되새겼다.
-오랜만에 작품을 했다. 오래 쉬었는데. "은주랑 비슷한 것 같다. 쉬었지만 쉬는 게 아니었다. 치열하게 고민했다. '나는 누구인가'부터 시작해서 '뭘 할 때 가장 행복한가' '뭐가 싫은가'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뭔가' 고민했다. 값진 시간이었고 필요한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거친 뒤 나온 결론이 있다면.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누구나 각자의 시기가 있다는 거다. 그걸 들어서 아는 거랑 체감하는 건 다르다. 이번엔 깨달음이 있었다. 그래서 여유가 생겼다."
-많은 사람이 '왜 작품 안 하느냐'고 궁금해했다. "그런 반응을 알고 있었고 볼 때마다 육성으로 대답했다. '저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라고. SNS는 있지만 홍보용으로 만든 거라 작품이 없을 때 근황을 올리기가 죄송스러웠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결과물이 없는 거니까. 가끔 팬분들이 SNS 메시지도 보내주셨는데 그런 걸 확인할 때마다 큰 힘이 됐다. 팬이라는 존재를 실감하지 못했을 땐 그렇게 큰 힘이 될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그냥 어떤 잡히지 않는 긍정적인 여론일 뿐인 것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응팔' 이후 정말 팬이 많이 생기고 그걸 실감하게 된 순간부터는 팬들이 주는 엄청난 힘을 느끼고 있다. 그 힘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내가 무너졌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힘을 내고 다시 일어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응팔'이 큰 인기를 얻어서 다음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건가. "당연히 그런 부담도 있었다. 어떤 배우든지 인기를 얻거나 주목을 받는 작품이나 캐릭터를 하고 나면 그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런 걸 나만 느끼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자신감이 생겼다. 그 때문에 작품을 고르는 데 고민이 더 많았지만, 은주는 보라랑 많이 달랐다. 은주를 연기하는 동안엔 '보라랑 비슷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보라랑 은주 중에 실제 성격에 가까운 캐릭터가 있다면. "어느 게 더 비슷하다고 하긴 힘들다. 보라만큼 예민한 면도 있고 은주처럼 털털한 면도 있다. 보라의 지성을 닮고 싶다. 은주의 감각, 감성적인 것에 대한 부분을 닮고 싶다."
-은주는 쉬는 동안 인테리어를 하면서 변했는데 쉬면서 뭘 했는지. "나도 은주처럼 인테리어 채널 같은 걸 많이 봤다. 하나에 빠지면 질릴 때까지 그것만 하는 스타일이다. 한번은 루미큐브라는 게임에 빠져서 잠도 안 자고 한 적이 있다. 전 세계 랭킹이 나오는데 11위까지 갔었다." -공백이 길어져 부모님이나 지인이 걱정했을 것 같은데. "'은주의 방'에서도 보면 민석이가 봤을 땐 은주가 마냥 노는 것 같으니까 정신차리라고 충고한다. 그런데 은주가 '어느 날은 열심히도 살고 어느 날은 그냥도 지낸다' 이렇게 말하는데 굉장히 와닿았다. 게임을 열심히 하긴 했지만 그것에만 매달려서 사는 것도 아니고 작품에 대해 생각하는 날도 있고 내가 원하는 작품을 못 얻었을 수도 있고 그런 일련의 과정이 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속상하긴 했다. 그래도 행복해지기 위해,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정해놓은 게 있기 때문에 크게 흔들리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