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에 카리스마를 더했다. 평범한 듯 하지만 터프한 매력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에 배우 특유의 분위기가 절묘하게 녹아들었다. 영화 '뺑반(한준희 감독)'의 엘리트 경찰 은시연으로 또 한 번 변화와 도전에 나선 공효진이다.
스릴러 '도어락(이권 감독)'을 흥행으로 이끌며 내공과 저력을 과시한 공효진은 '뺑반'에서는 전작을 통해 볼 수 없었던 모습을 선보이려 노력했다. 작품과 캐릭터로 늘 변신을 꾀하는 공효진이지만 '사람 공효진'은 변함없이 털털하고 솔직하다. "저도 100억 작품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라며 꺄르르 지어보인 미소가 이를 반증한다. 공효진은 작품에 대해서도, 대중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또 스스로의 고민에 대해서도 거리낌없이 털어놨다.
어느 덧 데뷔 20년 차. 숱한 대표작이 있지만 연기를 멈출 수 없듯, 나름의 고뇌도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속내다. 누구보다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 왔고, 때마다 칭찬 받았디만 '또 다른 것'에 대한 갈망은 현재 진행형이다.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도 '공효진처럼' 보이는 것이 강점이라 생각한다면서도 탈피해야 하는 숙제라 받아 들인다는 자기객관화까지.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공효진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대중의 흥미는 쉽게 떨어질리 없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뺑반'은 걸크러쉬 영화가 될 것이라 주목받기도 했다. 염정아·전혜진과의 호흡은 어땠나. "사실 선생님들보다 어려운 것이 언니(?) 같은 선배님들이다. 동성 선배님들과 연기할 기회가 많지는 않다. 특히 10살 안 터울의 선배님들은 더 그렇다. 그 이상은 완전 선생님에 어른이셔서 후배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많이 차이가 나면 아예 이모 같고 엄마 같고 하는데, 언니 선배님들이라고 해야 할까? 근데 내가 학생일 때 TV에서 봐 왔던 염정아·전도연·김혜수 등 선배님들 같은 경우는 뭔가 더 어렵다.
그래서 내심 걱정스럽기도 했는데 염정아·전혜진 선배님은 두 분 다 나보다 더 털털한 분들이셔서 좋았다. 내 생각엔 배우 타입이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다. '나 지금부터 연기할거야! 나 이제 시작한다' 하면서 모든 에너지를 펼쳐내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털털하게? 쉽게 쉽게?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분들도 있다. '나한테 주목해' 하는 분들이 있다면 '나한테 주목하지마. 그럼 더 어색해. 내가 알아서 해 볼게'라고 하는 배우들도 있다고 해야 할까? 나는 후자 쪽이다. 그리고 염정아, 전혜진 선배님도 그런 편이었다. '하고 계신가?' 싶으면 어느덧 연기를 하고 계신. 나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파트너로 만났을 땐 어떤 타입을 더 잘 받아주는 편인가. "나는 이 타입도, 저 타입도 다 맞춘다. 뭘 타는 편은 아니다. 수 많은 배우들을 만났지만 누군가의 연기 방식으로 인해 '아, 나는 이럴 때 이런 영향을 받는구나' 했었던 적은 없다. 내가 즉흥적이긴 한데, 받아주는데는 다 문제 없다."
-조정석과는 드라마 '질투의화신' 이후 다시 만났다. "좀… 짓궂어 졌다. 결혼하니까 아주…. 하하. 예전에는 그냥 마냥 친절하기만 해서 '뭐 이런 천사가 다 있나' 했는데 좀 달라지긴 했다. 하여간 그런 것이 있다. 왜 유부남, 유부녀가 되면 나타나는 차이들이 있지 않나. 그런 변화의 일종 같다."
-조정석은 인터뷰에서 '이제 공효진은 눈만 봐도 다 안다'고 하더라. "내가 원래 남이 나를 봤을 때 다 보이는 타입이다. 근데 난 정석 씨를 봐도 100% 다 알지는 못한다. 모르겠다. 나는 정석 씨에게 다 파악이 된 것 같은데 난 정석 씨를 다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정석 씨가 원래 수다스러운 스타일 아니다. 친해도 '이랬는데 저랬는데 아까 그랬다?'라고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나중에 '그랬다며?' 하면 '어, 맞아. 그랬어'라고 한다.
정석 씨가 결혼하는 것도 난 기사로 봤다. 물론 '하겠구나' 생각은 들었는데 그게 이번 달인지, 언제인지, 진짜 하는지는 전혀 몰랐다. 더 웃긴건 심지어 '뺑반'을 같이 찍고 있을 때였다. 안 만나고 쉬는데 전화해서 '나 결혼해~ 진짜 하게 됐어' 뭐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만 같이 현장에 있었는데 기사가 나와서 '뭐지?' 싶었다.(웃음)"
-류준열은 '공효진 팬'이라고 대외적 발언을 하고 있다. "음…. 팬이라는 건 좀…. 그렇게까지 확실하게 믿기지는 않는다. 하하. 내가 듣기로는 많은 선배님들에게 다 그런다고 하더라.(웃음) 애가 워낙 긍정적이다 보니까 모두를 좋아하는 것 같다. 현장에서 보면 '누나~ (손가락) 하트!'를 엄청 날렸다. 처음엔 '어우 야~ 그만해. 됐어~' 했는데 나중엔 '그만해! 쟤 그만하라 그래!'라고 했다. 분장하고 있을 때도 해맑게 '잘 잤어요, 공블리?' 하면서 하트를 그렇게 날리더라. 아주 눈만 뜨면 하트를 날린다. '쟤가 어리긴 어리구나' 싶었다. 줄인말도 잘 쓰더라."
-함께 호흡맞춘 류준열은 어땠나. "촬영 전 감독님과 준열 씨, 나 이렇게 셋이 만나서 밥을 먹은 적이 있다. 준열 씨는 술을 진짜 한 잔도 못 마시고, 밤 10시가 되면 자야 하는 생체 리듬을 갖고 있는 아이더라. 어제도 일하는데 10시 되니까 힘들어 했다. 근데 아무리 늦게 자도 오전 9시면 눈이 딱 떠지는 아침형 인간인 것 같다. 하여간 재미있다. 우기긴 웃긴 친구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워낙 재미없게 해서 그렇지 웃기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지 않을까 싶은데, 말을 하면 뭔가 확 꽂히는, 유혹적인 말은 많지 않다. 재미있는 말은 하는데 또 착한 말만 하는 아이? 같은 느낌이다.
이번이 데뷔 5년 차라고 하더라. 재미있고 개그감이 넘치는 아이인데 아직은 본인이 신인이라 더 못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다. 곧 그런 매력이 시작될 것 같다. 충분히 웃긴 애다. 현장에서는 아무래도 예의 발라야 하고, '막내다' 이런 마음이 있지 않겠나. 영화계에서는 어린 나이인건 맞다. 시작한지도 얼마 안 됐고. 그래서 아직 준열 씨에 대해 파악이 덜 된 분들은 '이 아이의 재미있는 부분을 모르시겠구나' 싶더라. 근데 친해지니까 재미있다. '그걸 다 내 놔. 표출해!'라고 했는데 아직까지는 못 하더라."
-지금까지 작품을 하면서 가장 웃긴 배우는 누구였나. "차승원 선배님. 그리고 이병헌 선배님. 특히(온처리) 공효진 인터뷰3 이병헌 선배님은 진짜 처음엔 하나도 안 웃겨서 '에이~ 뭐야~' 그랬는데 은근 중독성 있는 개그를 친다. 생각만 해도 웃기고, 지나갔는데 몇 분 있다가 웃긴다. 처음엔 엄청 부정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빠지게 되더라. 요즘 SNS를 보면 웃겨 죽겠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