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원년에는 극기 훈련에 가까웠다. 추운 산이나 계곡에 들어가 정신 수양을 우선으로 했다. 구단마다 얼음을 깨고 들어가 소리 지르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1983년 OB 베어스가 대만 가오슝에서 훈련하며 '해외' 스프링캠프의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대부분이 국내에서 시즌을 대비했다. 1989년에는 김성근 당시 태평양 감독이 오대산으로 극기 훈련을 떠나 눈길을 끌었다. 태평양이 그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자 삼성이 팔공산으로 선수들을 데려가 훈련을 진행했다. 말은 스프링캠프지만 실상은 지옥 훈련에 가까웠다. 오죽하면 절에 들어가 명상하는 팀도 있었고 눈발이 날리는 산을 뛰어다니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1993년 LG트윈스의 전지훈련. 베이스볼긱 용 사진물
2005년 LG는 패배주의를 극복하겠다는 의미로 숯불 위를 걷거나 송판을 깨는 '차력'에 가까운 훈련을 진행했다. 하지만 점점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스프링캠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일본과 미국을 비롯해 대만·하와이·괌·호주·사이판 등에서 훈련했고, 주로 국내에서 몸을 만들던 2군 선수들도 해외로 눈을 돌렸다. 선수단 운영 비용이 조금 올라가더라도 '좀 더 따뜻한 곳에서 훈련시키겠다'는 구단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올 시즌에도 담금질은 이미 시작됐다. 1월 29일 미국 애리조나 투산으로 떠난 kt를 시작으로, 1월 31일 가까운 일본 오키나와로 향한 두산·한화·KIA를 끝으로 10개 구단 모두 스프링캠프지로 출발했다. 전지훈련 공식 개시일은 2월 1일이지만 현지 적응과 이동 거리 등을 감안해 조금 일찍 떠난 구단도 있다. 몇몇 선수들은 소속팀의 공식 전지훈련 출발에 앞서 먼저 스프링캠프지로 떠나 일찌감치 구슬땀을 쏟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SK를 비롯해 키움·kt·NC가 미국 플로리다 및 애리조나에 1차 캠프를 차렸다. LG는 호주 시드니, 롯데는 대만 가오슝에서 1차 전지훈련을 소화한다. 한화와 KIA·삼성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이동 없이 약 40일간 줄곧 머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