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나라(41)의 매력에 홀릭됐다. 사람들과 얘기하는 게 좋고 행복하다고 밝힌 것처럼 얘기하는 내내 에너지가 넘쳤다. 수다가 체질인 것 같다면서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JTBC 금토극 'SKY캐슬' 속 진진희가 툭 튀어나온 모습이었다. 진진희의 사랑스러운 모습, 인간적인 모습, 그리고 오나라표 다정다감하고 솔직한 모습까지 곁들어지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 삼매경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오나라는 1996년 서울예술단에 입단, 1997년 뮤지컬 '심청'으로 데뷔했다. 뮤지컬 무대에서 존재감을 입증, '김종욱 찾기'로 2006년 12회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뮤지컬에서 TV로 넘어온 지도 어느새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난해 tvN '나의 아저씨' 정희와 'SKY캐슬' 진진희를 만나 연기력과 흥행력 모두를 보여주며 독보적인 개성을 가진 배우로 떠올랐다. '10년의 법칙'에 따라 그저 열심히 노력해왔다는 그녀의 얼굴에선 앞으로의 10년 후가 기대된다는 설렘이 묻어났다.
-20년 넘게 교제한 남자친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요. "어떻게 하면 좋아요. 나보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가 왜 높은 거죠? 내가 인터뷰를 했는데 난 3위, 오빠가 실시간 검색어 1위더라고요. 전화했더니 갑자기 많은 관심에 부담감이 온다고 약 먹고 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작년부터 나와 관련된 이야기가 기사화될 때마다 오빠가 같이 오르내렸어요. 그때마다 떨려 해요. 아직 적응이 안 된 것 같아요. 부담을 줘서 좀 미안해요. 근데 내심 즐기는 것 같기도 해요. 지금부터 피부관리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깨가 쏟아지는데 결혼식을 올릴 생각은 없나요. "결혼식을 일부러 안 한 건 아니고 일본에서 돌아와서 지금까지 너무 바빴어요. 비혼주의자가 절대 아니에요. 작품 수를 보면 연기를 쉬지 않고 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이 작품 끝나고 결혼해야지' 하다가 지금까지 왔어요. 근데 교제 20년이 넘으니 사실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요.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기는 한데 가장 예쁠 때 해야죠. 지금이 리즈시절이라고 하는데 더 주름이 가기 전에 하기는 해야 할 것 같아요. 아직까지 특별하게 계획을 짜진 않았어요. 올해 진한 멜로 한 번 찍고?(웃음) 내 편이 있다는 든든함은 진짜 좋아요."
-개인적으로 잊히지 않는 작품이 있다면요.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지금까지도 밥 벌어먹게 해줘요. 그 작품 덕에 캐스팅이 되곤 했어요. 그 전엔 무대 위에서 뛰어다니는 게 좋았다면, 진짜 연기의 맛을 알게 해줬어요. '김종욱 찾기'에 '나라의 결심'이란 노래가 있는데 뮤지컬 배우 지망생 중 이 노래를 안 불러본 친구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무대에 복귀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요. "무대에서 TV로 옮겨왔을 때 무(無)로 돌아가서 완전히 리셋했어요.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 받은 거 다 잊고 신인으로 시작했어요. 그때 당시 회사도 없었고 매니저, 코디도 없었어요. 혼자 운전하면서 몇 년을 그렇게 혼자 일했어요. 10년은 해야 빛을 본다는 선배들의 말을 믿고 앞만 보고 달려왔죠. 그리고 TV를 시작한 지 딱 10년 되는 해에 'SKY캐슬'을 만났어요. 선배들의 조언이 맞았죠. 10년의 법칙을 새삼 느끼고 있어요. 뮤지컬도 시작한 지 딱 10년 만에 여우주연상 받았어요. 교수로 일한 지도 10년이 됐고요. 다른 인생을 시작했고 앞으로 10년 뒤 어떤 배우가 되어 있을지 궁금해요."
-활동영역을 옮긴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성대라는 게 소모품이다 보니 베스트를 다하지 못할 때가 와요. 특히 여자 배우는 자리가 좁고 오나라라는 배우가 가창력이 뛰어난 배우는 아니었기에 한계를 느꼈어요. 더블 캐스팅을 선호하지 않았어요. 혼자서 몇백 개씩 소화했어요. 그런데도 한 번도 펑크를 낸 적이 없었어요. 그걸 자부심으로 삼았던 배우라 남들보다 목이 빨리 상했죠. 그러던 중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 제안이 들어왔죠. 자연스럽게 넘어왔어요. 이후 작품이 끊임없이 작은 역할이라도 들어오면서 운 좋게 여기까지 왔어요."
-무용을 전공했는데 노래도 잘했네요. "그간 가창력을 요구하는 작품이 많다가 노래를 말처럼 하는 배우가 툭 튀어나오니 쇼킹했나봐요. 그리고 여자주인공이 공주처럼 예쁘고 사랑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망가지면서도 귀여울 수 있고 매력이 있다는 게 어필되면서 로맨틱 코미디 부흥기가 찾아왔어요. 큰 무대보다 소극장 무대를 선호했고요. 그런 것들이 날 더 특이하게 만들었나 봐요. 소극장 무대이자 로맨틱 코미디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건 내가 처음이었어요. 진짜 상을 받을지도 몰랐는데 '그때 진짜야?' 이러면서 너무 놀라 콧물부터 나오더라고요."
-교수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여우주연상을 받은 해에 'TV유치원'도 했는데 그때 당시 백석예술대에 뮤지컬과가 생기면서 제안을 받았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거예요. 연기과가 신설되면서 연기과 교수가 됐어요. 현역 배우이기 때문에 학생들과 나중에 현장에서 만나요. 그러면 어깨가 더 무거워요. 교수인데 학생들한테 못 한다는 얘기는 듣지 말아야 한다는 부분이 날 자극시켜요."
-공연 기획에 대한 욕심은 없나요. "넓게 보면서 뭔가를 멋있게 만들 수 있는 재주는 없어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에요. 난 주어진 대로 연기를 하는 게 좋아요. 그 역할에 만족해요."
-일본에서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한국에서 열심히 활동하다가 일본 사계라는 극단에 스카우트가 된 거였어요. 일본에서 4년 가까이 활동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왔죠. 다른 나라의 언어로 연기하니 확 와닿지 않더라고요. 그때쯤 슬럼프가 오면서 내 나라말로 연기하는 게 행복하다는 걸 느꼈어요. '아이 러브 유'라는 초연작을 만났어요. 그때 내 에너지를 퍼부었고 오나라라는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어요. '아이 러브 유'가 성공하면서 '김종욱 찾기' '싱글즈'로 이어진 거예요."
-22년이란 시간이 정말 다채로웠네요. "다양한 분야에서 끼를 발산하는 게 좋아요.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게 보람 있거든요. 언어, 춤 등 연기와 연관된 취미생활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그것 외엔 철저하게 쉬죠. 에너지를 비축해야 하니까요."
-특별한 몸매 관리 비법이 있나요. "스타일리스트가 잘 만들어줘요. 사실 콤플렉스가 많은데 발레를 했던 경험이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발레가 선의 예술이잖아요. 어떻게 하면 라인이 예뻐 보이는지 몸이 체득돼 효과를 본 것 같아요. 무대에서도 가만히 서 있는데 다른 느낌을 주고, 움직여도 더 고급지게 톡톡 튀게 만드는 효과를 주죠. 무용을 전공했던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요."
-올해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하루를 무사히 보내고 편안하게 침대에 들어가는 게 목표예요. 주어진 대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차기작은 회사나 제작사에서 심사숙고를 하는 분위기인 것 같은데 정작 난 그렇지 않아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주연이나 조연 역할에 상관없이 내가 재밌는 걸 하고 싶어요."
-샴푸 광고가 들어왔다고요. "SNS상에서 진진희가 빨간 드레스를 입은 캡처 화면과 함께 샴푸 광고가 잘 어울린다고 했었는데 실제 해당 브랜드의 바이럴광고가 들어왔어요. 최초 유포자를 찾아서 그분께 상을 드리고 싶어요.(웃음)"
-늘어나는 광고에 행복하겠네요. "지금은 좀 즐기려고요. 나중에 안 들어오게 돼도 괜찮아요. 내가 언제부터 스타였나요. 약간 구름 위를 밟는 느낌이지만 그게 사라진다고 한들 무섭지 않아요. 어차피 난 나이 70까지 연기할 사람이니까요. 현재 연기하고 있는 게 성공한 거라고 생각하니 두렵지 않아요."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사진=박세완 기자 영상=박찬우 기자 장소=양재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