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환갑인 가수 김흥국은 새 마음으로 새로운 일들을 벌이고 있다. 재도약하기 위한 호랑나비의 날개짓이다.
김흥국은 지난해 대한가수협회 내홍과 협회 내부 고소고발건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 미투 논란까지 번지며 그 어느 때 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힘겹게 가수협회 회장직 임기를 채우고 자리에서 물러났고, 성폭행 혐의는 무혐의 처분을 받으며 일부 명예는 되찾았지만 지난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으아, 들이대"를 외치며 모르는 사람과도 친근하게 손잡고 인사하던 김흥국. 논란 이후엔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닌다. 그를 향한 시선이 예전 같진 않다. 미투 논란만 기억하고 정작 관련 성폭행 혐의가 '혐의 없음'으로 마무리된 걸 모르는 대중들이 여전히 많다. 한 때 '예능 치트키' '흥궈신(예능에서 흥을 돋우는 예능신)'으로 불린 그는 다시 용기를 내 대중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방송을 시작했고, 신곡을 발표했다. BTN불교TV에서 하는 '불교 노래자랑' MC도 맡고 있다. 인터뷰 장소로 조계사를 택한 김흥국은 "요즘 절에 자주 온다. 절에 오면 마음이 편해진다. 내 불찰도 반성하고 또 '나에게도 봄이 오지 않겠나'라며 스스로를 달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많은 일이 있었다. 어떻게 지난 한 해를 마무리했나. "이미 다 기사도 나오고 다 아는 이야기를 굳이 또 하고 싶지 않다. 그냥 작년에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면서 나한테는 이런 일이 닥칠지 몰랐는데 하는 일이 나에게도 생길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 내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도 많이 했다. 친한 지인들 조차도 조심해야된다는 걸 이번 일을 겪으면서 느꼈다. 내 사건 같은 경우는 날 시기 질투한 주변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였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떨쳐내려고 아침엔 조기 축구를 하러 나갔다. 밥도 안 먹히고, 가족들도 힘들어해서 집에 있는 것도 마음이 불편했다. 사우나 가는 걸 좋아하는데 사람들이 없는 곳을 찾아다니고 그랬다. 미세먼지 때문에 원래도 마스크를 종종 했지만 작년에 일을 겪은 뒤엔 더 마스크를 하고 가리고 다닌다. 김포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 잠원동 쪽으로 이사도 갔다. 가장 힘든 건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것이었다. 가족을 위해서 살아왔는데 이런 일이 터지고 오해가 생기고, 그게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그러니 감당이 안 됐다. 이걸 어떻게 극복해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몇 군데 가는 절을 정해서 시간 날 때마다 절에도 갔다. 참선하고 명상하면서 많이 생각했다. 아버지 어머니도 다 돌아가시고 의지할 곳도 없어 절을 더 찾은 것 같다. 이제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올라가는 건 정말 오래 걸리고 힘들었는데 내려가는 건 정말 한순간이더라."
-명상할 때 화두는 뭔가. "아무래도 가족한테 미안하니깐 가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늦둥이 막내 아들로 태어나서 부모님이 살아계셨을 때 날 참 예뻐해주셨다. 내 몸을 잘 다스리고 주변 관리를 잘 했어야했는데 그러지 못 해서 벌어진 이들로 실망을 많이 하셨을 것 같다. 돌아가신 부모님께도 죄송하고 와이프, 딸, 아들한테도 미안함이 크다. 다시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과 참선을 한다."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 낀 반지는 결혼반지인가. "원래 결혼 반지를 꼈는데 술 마시다가 잃어버렸다. 얼마 전에 와이프한테 말해서 다시 하나 장만했다. 잃어버린 건 금이었는데 이번엔 은 반지로 맞췄다.(웃음)"
-지난해 논란으로 가수협회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추락했다. "회장을 한다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누구한테 잘 보일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근데 마치 가수협회 회장을 하면 대단한 이득이 있는 줄 아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선후배 가수들을 위해서 잘 해보려고 했는데 끝이 이렇게 끝나 마음이 안 좋다. 선후배 가수들에게도 죄송하다. 역사에 남는 회장이 되고 싶었는데 여러모로 아쉽다. 내 돈까지 써가며 노력했는데 수 많은 가수들의 마음을 뭉치는 게 쉽지 않더라. 국민들에게 웃음과 행복, 감동을 주는 가수들이 뭉치면 안 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가수들의 뜻과 마음을 잘 뭉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해줄 수 있는 분이 잘 협회를 이끌어나갔으면 좋겠다."
-힘든 시간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연예계 동료는. "(김)구라가 내 걱정을 많이 해줬다. 구라가 제일 힘을 많이 주는 것 같다. 어떻게 지내냐고 연락도 먼저 해주고 그랬다. 탁재훈이랑, 지상렬도 연락와서 술도 같이 마시고 그랬다. 양아들 이정은 며칠 전에도 만나 저녁을 먹었다. '좋은 노래를 들고 나타나서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 최고의 행복이다'라고 한 마디 했더니 '알았다'고 하더라. 이정이 더 활발히 노래도 내고 그랬으면 좋겠다. 하하도 연락이 왔다. 기회가 되면 레게 음악 같이 하자고 그랬는데 같이 하면 재밌을 것 같다. 그런데 그 말 하고는 연락이 없더라.(웃음)"
-신곡도 내고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맨날 방송하고 밖에서 일하던 사람이 아무 것도 안 하려니 답답하더라. 또 남한테 얻어먹는 성격이 아니고, 워낙 밥 사고 술 사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벌이가 없으니 벌었던 돈도 금방 다 날아가더라.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안 찾아줘서 내가 계속 이렇게 숨쉬고 있고 꿀렁거린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요즘 동영상 시대, 유튜브 시대, 미디어 시대이지 않나. 나도 뭔가 나만의 콘텐츠가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시작했다. 방송도 많이 해봤지만 그건 결국 내 콘텐츠가 되지 않더라. 그래서 유튜브를 시작해봤다. '김흥국의 들이대 8090쇼'라는 이름의 영상인데 6회까지 만들었다. 대본도 없고 오직 리얼로 진행한다. 작가가 없기 때문에 섭외도 직접 한다. '오프닝 레전드 초대석' '사연있는 들이대' 등 프로그램 안에 꼭지만 크게 정한 뒤 그 때 상황에 맞춰 진행한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분들이 구독할지 고민을 하면서 계속 영상을 만들고 있다. 이혜민씨랑 신곡 '내 나이 되면 알거다'와 '내일이면'도 새로 냈다. 심의를 넣은 단계고, 이 노래로 많은 무대를 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올해 계획과 소망이 있다면. "이제 추운 겨울을 지나 꽃이 피는 봄이 되지 않나. 나에게도 기다리면 언젠가 봄이 다시 오지 않겠나. 나무가 추운 겨울을 버티고 견디며 따뜻한 봄을 맞이하듯이, 나 역시 힘든 시간을 견디고 이겨내 봄을 맞고 싶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고, 한 번 호랑나비는 영원한 호랑나비다. 몇 배로 더 열심히 뛰어서 호랑나비가 다시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황금돼지띠인데 올해가 마친 기해년이니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또 가족이 화목했으면 좋겠다. 가족을 포함해 그동안 나를 좋아해준 모든 분들에게 큰 실망을 드렸는데 죄송하다. 모두에게 자랑스럽고 떳떳한 김흥국이 되겠다. 특히 딸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나고 미안하다. 5월에 딸이미국에 있는 대학에 간다.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접지 않고 춤과 노래 연습도 열심히 한다. 딸에게도 이야기 했지만 아버지 신경쓰지 말고 하고 싶은대로 다 했으면 좋겠다. 멀리서 항상 응원하고 후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