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을 넘어 리그 평정까지 노리는 '투타 괴물'이 키움 캠프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외야수 이정후(21)와 투수 안우진(20)이다.
둘은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스프링캠프 훈련에 한창이다. 휘문고 1년 선후배 사이인 두 선수가 프로 1군 스프링캠프를 함께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는 이정후가 부상, 안우진이 구단 징계로 캠프에 참여하지 못했다. 올 시즌 처음으로 같은 출발선에서 새 시즌을 준비한다.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정후는 지난 18일(한국시간) 자체 평가전에서 어깨 부상 이후 처음으로 타석에 섰다. "비시즌에 정말 열심히 재활했다"는 장정석 감독의 평가대로, 개막전 정상 출격까지 가능한 몸 상태가 됐다.
그는 지난해 10월 20일 한화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다이빙 캐치를 하다 왼쪽 어깨를 부상당했다. 수술 이후 복귀까지 6개월 정도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구단은 5월 복귀를 예상, 마음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기대 이상의 속도로 회복해 재활기간을 무려 2개월이나 단축했다. 당초 어려워 보였던 스프링캠프 참가도 무리 없이 성사됐다. 수비 훈련은 정상적으로 소화한 지 오래. 이제 타격도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프리 배팅에 이어 평가전에도 출전했다. 무서운 상승세다.
안우진 역시 첫 풀타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권에서 1순위로 1차 지명을 받고 키움에 입단했지만, 고교 시절 학교 폭력 사건으로 5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 뒤늦게 1군 무대를 밟았던 그다. 올해는 선발로 전환해 진짜 '괴물'의 위용을 보여 줄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은 그 전초전이었다. 한화와 준플레이오프·SK와 플레이오프에서 정규 시즌보다 일취월장한 투구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큰 경기에서 더 강해지는 배짱과 스타 기질을 엿보였다. 불펜에서 뛰었던 지난해는 최고 시속 154㎞의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맞섰다면, 선발로 나서야 하는 올해는 커브를 새 무기로 내세웠다. 불펜피칭도 커브를 중점적으로 던지며 훈련하고 있다.
최근에는 캠프지에서 빅리그 동양인 최다승 투수 박찬호와 현역 메이저리거 류현진(LA 다저스)을 직접 만나 응원받기도 했다. 샌디에이고 구단 임원으로 방문한 박찬호는 안우진의 불펜피칭을 직접 지켜본 뒤 '정확성'을 강조했고, 류현진은 '자신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더 높은 도약은 안우진에게 좋은 동기부여이자 자극제가 됐다.
이정후와 안우진은 특급 유망주가 많기로 소문난 '베이징 키즈' 가운데서도 최상위 순번으로 꼽혔던 유망주들이다. 이미 '야구 천재 DNA'를 충분히 보여 준 이정후와 새로운 '괴물'의 탄생을 예감케 한 안우진 듀오는 내우외환에 시달렸던 키움의 히트 상품 후보다.
3월 23일 개막하는 정규 시즌에 둘은 얼마나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 줄까. 새 이름으로 새 출발하는 키움의 올 시즌 주요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