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시상식이 큰 논란없이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뜻깊은 수상 결과에 소감까지, 모두가 감동을 함께 했고 특별한 이변과 반전도 없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LA 돌비극장(Dolby Theatre)에서는 제91회 아카데미시상식(Academy Awards)이 열렸다. 이날 시상식은 작품상·감독상·주연상 등 총 25개 부문에 대한 시상이 진행됐다.
기대를 모았던 작품상은 '그린북'에게 돌아갔다. '그린북'은 1962년 미국, 교양과 우아함 그 자체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와 허풍과 주먹이 전부인 운전사이자 매니저 토니의 특별한 우정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그린북'은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조연상, 각본상을 거머쥐며 주요 부문을 싹쓸이 하는데 성공했다. 10개 부문에 최다 노미네이트 되며 시상식 전부터 주목 받았던 '로마'와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각각 감독상과 촬영상, 외국어영화상, 올리비아 콜맨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데 그치며 최다 관왕까지 오르지는 못했다. 물론 '로마'는 멕시코 감독이 멕시코 배우들과 멕시코에서 촬영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주요 부문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룩하며 그 의미를 높였다.
이 날 시상식의 주인공은 역시 '보헤미안 랩소디'였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라미 말렉이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은 것과 함께 음향편집상, 음향효과상 편집상까지 4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2005년 '워 앳 홈'으로 데뷔한 라미 말렉은 '보헤미안 랩소디' 한 편으로 전 세계 관객들에게 이름과 얼굴을 명확히 각인 시킨 것은 물론, 배우로서 최정상 위치에 오르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와 함께 주제가상은 '스타 이즈 본'의 'Shallow'에게 돌아갔고, 해당 영화의 주인공이자 주제가를 부른 레이디 가가는 눈물을 쏟아 보는 이들을 감동케 했다. 또 장편 애니메이션작품상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가 오스카를 품에 안았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백인 중심 시상식'이라는 시선에서도 탈피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후보에서도 그 변화는 감지됐지만 수상 결과는 더 이상 그들만의 세계에 머물러 있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확인케 했다.
시상자의 절반을 흑인 배우들로 채운 것과 남녀조연상을 '그린북' 마허샬라 알리,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 레지나 킹이 가져간 것, 각색상 '블랙클랜스맨', 흑인 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가 의상상, 미술상, 음악상 등 3관왕을 차지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쇼' 자체도 달라졌다. 30년만에 사회자 없이 시상식을 치르는 큰 모험을 감행했지만 결과는 성공적. 특히 오프닝을 꾸민 '보헤미안 랩소디' 주인공 퀸과 애덤 램버트의 합동 공연은 시상식의 분위기를 띄우기 충분했고, '스타 이즈 본'에서 호흡맞춘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의 축하 무대는 시상식의 격을 높였다.
91년의 전통은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준비 과정에서 터진 여러 잡음과 실수를 본 시상식으로 달래는데 성공했다.
1927년 창설된 아카데미시상식은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아카데미협회(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을 시상하는 자리다. 전해에 발표된 미국영화 및 미국에서 상영된 외국영화를 대상으로 우수한 작품과 그 밖의 업적에 대해 논하며,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는 것이 배우들에게는 최고의 영예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