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른 뉴미디어 중계권, 그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은 치열했다.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자 선정 관련 논의는 각 구단의 마케팅 담당자를 필두로 계약 만료를 1년 앞둔 지난해 초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시즌이 모두 마감된 12월 이후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됐다. 뉴미디어 사업의 추산 금액이 올드 미디어 중계권 사업을 훨씬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시장이 커져, 뉴미디어 중계권을 놓고 벌인 경쟁과 논의는 치열했다.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입찰 방식 등 사업자 선정을 놓고 쉽게 결론 내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각종 논란과 특혜 시비가 일어났다.
처음부터 대결 구도는 대행사를 낀 방송 3개 사와 통신 3개 사,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지난해 12월 12~13일 부산에서 1박 2일로 진행된 10개 구단 단장 워크숍에서 뉴미디어 중계권이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앞서 마케팅팀장 회의 때 논의됐던 상황이 뒤집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기존에 뉴미디어 관련 권리를 갖고 있었던 대행사 체제에 유리한 쪽이었다. 그동안 마케팅팀장 회의에서는 특정 업체에 사업 권리를 몰아주는 형태를 반대했다.
12월 18일 비공개로 열린 10개 구단 사장단 이사간담회에서 "실행위원회에서 다시 재검토"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원점 재검토의 의미는 무엇일까. 논의에서 프로야구 10개 구단 회원사의 이익을 우선시하자는 결정인 셈이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관련 실무를 봐 온 담당자가 선수 출신 위주로 구성된 단장 대신 나서서 전문적으로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해를 넘겨 올 초 1월 11일 KBOP 1차 이사회가 열렸고 3개 구단은 단장, 나머지 7개 구단은 실무자가 참석했다. KBOP 이사회는 원래 단장들로 구성돼 있다.
이 자리에서 다시 특혜 시비가 일어났다. 지상파 스포츠 케이블 3개 사가 중계권 입찰과 관련한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시에 "뉴미디어 중계권을 방송사들이 가져가지 못할 경우, 향후 케이블 TV 중계권 입찰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압박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방송 3개 사는 한 차례 더 PT 기회를 가졌다. KBOP 관계자는 이와 관련, "케이블 방송 3개 사는 그동안 수십, 수백억원을 쏟아부으면서 KBO 리그 발전에 공헌한 부분이 있다"며 "오랜 기간 KBO 리그에 힘을 쏟았던 파트너에 그 정도 예우는 할 수 있다고 여겼을 뿐, 특혜를 준다는 의미는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케이블 방송 3개 사에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는 더욱 거세졌다. 취임 당시부터 '공정함'을 강조한 정운찬 총재의 생각과 역행하는 모습이었다.
KBOP는 1월 24일 제2차 이사회를 개최해 공개 입찰 쪽으로 결정한 뒤 추후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그동안 논란이 된 지상파 방송 3개 사에 유리한 '프로야구 기여도' 항목은 빼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그사이 사실상 대행사를 낀 방송 3개 사에 대항하기 위해 통신 3개 사는 포털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막판까지 치열한 싸움이 펼쳐졌다. 방송 4개 사 컨소시엄(SPOTV 포함)은 지난 20일 KBOP에 입찰 심사위원 일부를 교체해 달라는 취지의 이메일 공문을 보냈다. "KT·SK 그리고 LG 소속 KBOP 이사가 모기업인 통신사에 유리한 심사를 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당초 입찰 평가는 KBOP 이사회에 참석한 각 구단의 10인이 참여하기로 일찌감치 결정된 뒤였다. 막판에 뒤늦게 평가위원 제외를 요청한 셈이다.
25일 열린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자 선장 입찰 평가에서 LG·SK·KT 3개 구단 이사진은 추후 문제의 소지를 방지하기 위해 방송 4개 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자발적으로 최종 결정에서 빠졌다.
그럼에도 나머지 7개 구단은 통신·포털 컨소시엄의 손을 들어 줬다. 이번 결정은 수익의 극대화뿐 아니라 콘텐트 경쟁력 확보 및 활성화 차원에서 향후 뉴미디어 사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