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가 지난 25일 KBO 리그 유·무선 중계권 사업자 우선 협상 대상자로 통신·포털 컨소시엄을 선택하면서 프로야구 중계권 시장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 통신·포털 컨소시엄은 수행 실적, 적합성, 사업 전략·계획, 시스템·인프라, 콘텐트 활성화, 커버리지 등을 포함한 기술평가에서 36점을 받은 데 이어 평가의 60%를 차지하는 가격평가에서도 방송사 컨소시엄을 압도했다. 계약이 성사되면 KBO 리그 유·무선 중계권료는 5년간 총액 1100억원(연평균 220억원) 규모로 커진다. 앞선 5년간 계약(465억원·연평균 93억원)보다 연평균 127억원 치솟은 금액이다.
인터넷·모바일·DMB를 포함한 뉴미디어 중계권 재계약은 이번 비시즌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중계권 판매 대행사인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가 지난 5년간 뉴미디어 권리를 독점 판매했고, 그 계약이 지난해 만료해 새로운 사업자를 찾아야 했다. 이전 계약에선 독점 대행사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진 데다 계약 내용 자체가 매우 불합리한 구조라 업계 불만이 높았다. 재주는 KBO와 구단이 부리고, 돈은 대행사가 챙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뉴미디어 시장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성장했지만, 구단들은 정당하게 그 수익을 배분받을 수 없었다. 기존 계약 만료와 동시에 각 구단이 정당한 권리 찾기에 나섰다. KBO 마케팅 자회사인 KBOP 이사진을 각 구단 단장에서 팀별 실무자 중심으로 재편하고, 최적의 개선안을 강구했다. 그 노력이 바로 지난 25일 결과물로 나타났다.
과거 대행사 체제의 폐해를 완전히 없앴다. 새 사업자 선정은 정운찬 KBO 총재의 공언대로 투명하고 합리적인 과정으로 진행됐다. 입찰부터 심사까지 공정성에 흠집 날 만한 위험 요소를 모두 없앴다. 입찰에 참여한 통신·포털 컨소시엄에 네이버·카카오·KT·LG U+·SK브로드밴드가 포함되자 통신 3개 사를 모기업으로 둔 LG·SK·KT 구단은 아예 사업자 심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KBOP 이사진으로 엄연히 평가위원 자격을 갖췄음에도 혹시 모를 논란을 배제하기 위해 심사 권리를 자발적으로 포기했다.
그럼에도 나머지 7개 구단은 통신·포털 컨소시엄을 최적의 파트너로 선정했다. 경쟁자였던 방송사 컨소시엄에는 지상파 케이블 3개 사 외에 그동안 독점적으로 중계권을 좌지우지해 온 대행사도 포함됐다. 방송사들은 그동안 대행사 체제에서 감수했던 금전적 손해를 새로운 뉴미디어 중계권 획득으로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여기에 기존 대행사까지 참여하면서 또 한 번 독과점에 카르텔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구단들은 기존 사업자들에게 우선권을 부여하지 않고, 아예 새판을 짰다. 프로야구 중계권 수익을 활성화하기 위한 새로운 토대를 마련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무선 중계권 사업자 선정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독점 대행사 체제에서 이뤄진 또 다른 플랫폼별 중계권 계약도 연이어 만료될 예정이다. 올해 말 지상파·케이블 중계권 계약과 2020년 말 IPTV 중계권 계약이 차례로 끝난다. KBO 리그가 또 한 번 산업화의 기틀을 다지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장이 열리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