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행된 자동차 교환·환불제도(한국형 레몬법) 도입을 두고 국산차와 수입차 업계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산차 업체 중 대다수는 레몬법 시행에 적극 참여하는 반면, 수입차 점유율 1위인 메르세데스 벤츠를 비롯한 폭스바겐·아우디 등 다수의 수입차 업체는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은 높은 성장세에도 소비자 보호에는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불타는 소비자 마음을 돌려라…'한국형 레몬법'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은 고객에게 인도된 지 1년 이내, 주행거리가 2만km를 넘지 않은 새 차에서 고장이 반복되면 제작사가 이를 교환·환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렌지를 산 줄 알았더니 레몬을 구입한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유래가 있는 미국 소비자보호법 내 레몬법을 모델로 삼아 이른바 '한국판 레몬법'으로 불린다. 지난해 BMW의 잇따른 차량 화재로 자동차 안전 기준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그해 7월 말 정부가 입법 예고했다.
구체적으로 원동기와 동력장치·조향장치·제동장치 등 중요 부위에서 똑같은 하자가 발생해 2번 이상 수리했음에도 또 문제가 발생하면 교환 또는 환불 대상이 된다. 중요 부위가 아니어도 같은 하자가 4번 이상 발생하면 교환 또는 환불된다.
다만 강제성은 없어 제조사들이 자발적으로 신차 계약서에 명시해야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국산차, 한국GM 빼고 모두 참여
이날 기준으로 국내 5대 완성차 브랜드 중 한국GM을 제외한 모든 제조사는 계약서에 레몬법을 명시했다.
지난달부터 국내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 등이 나서면서 국산차 업계에 제도 도입이 본격화됐다.
현대·기아차는 한국형 레몬법을 올해 1월 계약 차량부터 소급 적용한다.
르노삼성과 쌍용차는 2월 신차 출고분부터 도입했다. 한국GM도 제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한국GM 관계자는 "레몬법은 정부가 시행하는 만큼 도입을 안 할 수 없다"며 "시기와 소급 적용 등을 놓고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미적대는 벤츠·폭스바겐
제도 도입에 적극적인 국내 완성차 업계와 달리 수입차 업계는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레몬법을 도입한 수입차는 BMW와 도요타·닛산·볼보·재규어 랜드로버 등 6~7개 브랜드에 불과하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등록된 수입차 브랜드는 총 24개다. 절반 이상이 불참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업계 1위인 메르세데스 벤츠는 레몬법과 관련해 '묵묵부답'이다. 벤츠는 지난해 수입차 단일 브랜드 최초로 7만 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레몬법 적용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 역시 아직 내부 논의 단계에 그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 관계자는 "도입 여부와 시기 등에 대해 내부 논의 중"이라며 "본사와 적극적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성명을 내고 "다수의 자동차 업체들이 레몬법이 강제 조항이 아닌, 매매계약서에 적용을 명시한 경우에만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을 악용해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며 "레몬법이 완전히 정착될 때까지 실태 조사와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교환·환불 처리 시스템 점검 등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