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활하지 못했던 소통'. 구단이 시범 경기 개막 하루 전까지 자체 중계 여부와 계획을 알리지 못한 이유다.
먼저 중계권 권리 구조를 짚어야 한다. 이진형 KBO 경영본부장은 "방송사가 KBO 리그의 모든 1군 경기에 대한 중계권을 갖고 있고,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자도 영상 콘텐트 재판매를 할 때 방송사의 더티피드를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방송사가 중계하지 않아 더티피드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은 KBOP와 협의를 통해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자가 방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송·뉴미디어 모두 중계권 권리가 없는 구단이 자체 중계하기 위해서는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자와 협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 예정자는 지난달 25일 선정된 통신 3개 사와 포털 컨소시엄이다. 이 본부장은 "아직 우선 협상자지만 큰 틀에서 이미 합의를 이뤘기 때문에 이변이 없다면 99% 진행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과거 방송사와 중계권 협상에서도 당해 계약에 대해서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고 한다.
구단은 자체 중계를 두고 방송사나 KBOP가 아닌 통신사와 포털 컨소시엄과 협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다. 관계자 다수가 "어디와 소통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것 같았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권리를 갖고 있었던 에이클라인지, 아직은 '우선 협상' 딱지를 떼지 못한 새 사업자인지 말이다. 구단 관계자B는 "중계해도 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교통정리가 되지 않으면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몇몇 구단은 방송사의 시범 경기 중계 포기 소식을 접한 지난 8일, 바로 자체 중계를 계획했다. 그러나 대부분 11일까지 결정을 유보해야 했다. 앞서 언급한 혼선 탓이다. 11일 오후 6시를 넘어서야 컨소시엄 대표 창구인 네이버와 유의미한 협의를 진행한 구단이 나왔다.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늦은 오후에야 명확한 소통 창구를 확인한 것이다.
운영 기관인 KBO가 조율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KBO는 이미 구단들이 협의해야 할 사업자에 대해 명쾌한 입장을 내놨다. "방송사가 구단의 자체 중계를 막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진작에 진행했어야 할 사안이 지지부진했다. 그리고 11일 반나절 만에 속결됐다.
누군가는 통신 3개 사와 포털 컨소시엄을 현시점에서 뉴미디어 사업자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높인 게 분명하다. KBO도 이런 입장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구단의 자체 중계까지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팬심(心)이 요동쳤고, 심각성을 깨달은 그 누군가가 비로소 순리를 받아들인 것이다. 모양새가 그렇다.
구단은 하지 않아도 될 중계에 비용을 들여 가며 나섰다. 포털도 구단을 배려했다. 당장은 기존에 중계 계약을 하지 않았던 플랫폼, 쉽게 말해 경쟁 업체에서 중계도 용인한다. 야구팬에게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대의를 추구한 것이다.
방송사는 중계 포기 결정을 구단과 KBO에 가급적 빨리 알려야 했다. KBO도 더 능숙하고 신속한 조율이 필요했다. 이전에도 방송사 사정에 따라 중계하지 않은 시범 경기가 있었다. 그러나 전면 포기는 개막 분위기에 악재다. 더는 부정적인 소식을 야구팬에게 전해서는 안 된다. 이해관계자 모두가 배려와 대의를 추구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의를 먼저 내세우는 행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