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3월 A매치에서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이끄는 콜롬비아와 만난다. 한국은 이번 A매치 기간 동안 오는 22일 볼리비아(울산)-26일 콜롬비아(서울)를 상대하는데, 두 번째 상대인 콜롬비아의 사령탑이 바로 한국에도 익숙한 인물인 케이로스 감독이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수석 코치로 일하면서 지도자로 유명세를 탄 케이로스 감독은 이후 레알 마드리드 감독을 맡아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졌다. 특히 2011년부터 올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8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란 축구대표팀을 이끌면서 한국과 여러 번 부딪혀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 축구와 케이로스 감독은 '악연'이었다. 케이로스 감독은 2013년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최종전에서 한국을 1-0으로 꺾었고, 당시 사령탑이었던 최강희 감독을 상대로 '주먹감자'를 날리면서 최악의 인상을 남겼다. 축구팬들은 물론이고 국내 여론도 케이로스 감독의 신경질적 태도와 무례한 '주먹감자'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이후로도 한국과 케이로스 감독의 악연은 계속됐다. 아시아 정상을 다투는 '빅4'에 속한 두 팀은 2014·2018 월드컵 최종예선과 2015·2019 아시안컵 등 국제 대회 때마다 만나 결전을 펼쳤다. 그러나 케이로스 감독이 이란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동안 한국은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한국 사령탑이 네 번이나 바뀌는 동안 다섯 번 대결을 펼쳐 1무4패, 케이로스 감독의 이란 앞에서는 언제나 작아지는 한국이었다.
한국과는 여러모로 악연이지만, '여우'란 별명답게 심리전을 통해 상대를 자극하고,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관철시키며 8년 가까운 시간 동안 대표팀을 지휘한 케이로스 감독은 어느새 이란 축구의 상징 같은 인물이 됐다. 이란의 월드컵 통산 본선 5회 진출 그리고 사상 첫 2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안긴 것도 케이로스 감독이다.
그런 케이로스 감독이 아시안컵을 끝으로 이란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으며 한국과 악연은 이대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콜롬비아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그의 데뷔 무대가 될 3월 A매치 동아시아투어에서 다시 한 번 맞대결이 성사됐다.
물론 이란을 떠나 콜롬비아로 옮긴 케이로스 감독이나, 새로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 체제의 한국이나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격돌할 가능성이 크다. 케이로스 감독은 오는 22일 일본과 경기서 콜롬비아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 뒤 곧바로 한국을 향할 예정이다.
케이로스 역시 자신의 첫 A매치인 만큼 최정예 멤버를 선발했다. 콜롬비아 대표팀의 주전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라다멜 팔카오. 케이로스 감독이 사령탑 부임 이후 처음 맞는 A매치 주간인 만큼 가동할 수 있는 최상의 자원을 모두 소집했다. 라다멜 팔카오(AS 모나코)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 다비드 오스피나(나폴리) 등 콜롬비아 대표팀의 주전을 대거 불러들였다. 이에 맞서는 벤투호도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해외파를 다수 불러들였고, 권창훈(디종)과 이강인(발렌시아)을 소집하며 화끈한 승부를 예고했다.
이란 축구대표팀 사령탑 시절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케이로스 감독이지만, 이번에는 결과가 다를 수 있다. 한국은 콜롬비아를 상대로 A매치에서 3승2무1패의 근소한 우위를 점한다. 마지막으로 치른 2017년 11월 친선경기 때도 손흥민의 멀티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둔 바 있어, 이번 맞대결 결과에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