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다시 류승룡 시대, 긴 잠에서 깨어난 호랑이다. 상반기 메인 무대인 스크린과 유행을 선두하려 준비 중인 새 플랫폼을 동시에 사로잡은 류승룡이 배우 류승룡의 진가와 가치를 작품과 성적으로 증명했다. 인생의 굴곡이 한편의 영화다. 스스로를 이기고 또 이겼다. 정점을 찍었다 바닥을 맛 본 이들이 예전의 위치를 고스란히 되찾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 류승룡은 본인의 능력으로 하늘의 별을 따는데 성공했고, 배우 류승룡의 부활을 알렸다. 버티는 자가 역시 승리한다.
영화 '극한직업(이병헌 감독)'과 넷플릭스 '킹덤'은 류승룡에게 '배우 인생 2막'을 열어 준 작품과 다름없다. 특히 '극한직업'은 이미 2019년 최고 흥행작 자리를 따놓은 상황. 이후 작품들이 줄줄이 개봉하고 있지만 흥행성면에서도, 화제성면에서도 '극한직업'과 류승룡을 뛰어넘진 못하고 있다. 오랜 침체기 후 맛본 달콤함은 그래서 더 고맙고 감사하다. 뼈아픈 과도기를 겪은 류승룡은 득도의 경지에 오른 듯 한층 여유롭지만 한껏 더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류승룡의 2019년 상반기는 '킹덤'으로 시작해 '킹덤'으로 끝날 전망. 현재 시즌2 촬영에 한창이다. "시즌10까지 이어지면 환갑 때까지 고용 보장이다"며 특유의 유머와 너스레를 뽐낸 류승룡은 "시즌2는 시즌1보다 더 어마어마한 내용이 휘몰아칠 것이다"고 예고해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여전히 박스오피스 10위권 내에서 눈에 띄는 '극한직업'과 "1년을 어찌 기다리냐"며 '킹덤앓이'에 푹 빠진 시청자들의 아우성까지. 작품과 류승룡의 존재감은 당분간 이어질 모양새다. 류승룡은 '초심'과 '열일'의 결과로 감사한 호응에 보답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극한직업'에 '킹덤'까지. 류승룡 시대가 다시 열렸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의도치 않게 공개 시점이 겹쳐 '보시는데 피로감이 있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했다. 너그럽게 봐 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작품을 찍은 시기는 전혀 달랐다. 상반된 캐릭터라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전혀 다른 모습을 동시에 보여드릴 수 있을니까."
-'극한직업'은 감독도, 배우들도 예상못한 대박 흥행을 일궈냈다. "한 작품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열심히 찍었는데, 배우 입장에서는 그 분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할 따름이다. 개봉 전 배우들과 그런 이야기를 했다. '영화가 과정과 결과가 있는데,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건 과정이다. 과정을 최대한 행복하고 즐겁게 완성하자. 결과는 관객들의 몫이다. 행복의 반은 우리가 만들 수 있지만 나머지 반은 아니다. 결과가 좋으면 더 좋겠지만 관객들이 우리가 느낀 행복을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보자'"
-수치를 뛰어넘은 감동으로 보답 받았다. "그 이상으로 좋아 해주시니 우린 당연히 좋을 수 밖에 없다. 무대인사 가면 관객 분들이 소리 질러 주고, 응원해 주고, 에너지를 정말 많이 나눠주셨다. '후련하다' '소상공인에 대한 애환을 잘 다뤄줬다' '처음부터 끝까지 장르에 충실해 좋았다' 등 반응도 다양했다. 우리끼린 '감사하다' '좋다' '행복하다'는 말만 무한 반복했다."
-몇 년간 성적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을텐데, "음…. 그 쪽으로는 무감각해진지 오래됐다. 하하. 어떤 성적보다 새로운 소재나 이야기에 대한 도전? 배고픔? 허기?가 있었다. '극한직업' 같은 경우 그간 많이 봐 왔던 조폭 형사물일 수 있지만 그 속에 새로운 시도들을 연결 지으면서 색다르게 탄생했다. 나는 늘 그런 작품을 찾아왔고, 선택했다. 이번엔 관객들에게도 통한 것 같다.(웃음)"
-'킹덤' 화제도 체감했나. "난 다른 배우들처럼 직접 구글링을 하거나 인터넷을 막 찾아보지는 않아서 솔직히 잘 모르겠다. 넷플릭스가 '이렇다' 하면 그런 줄 알고 있다.(웃음) 다만 지난해 싱가포르 행사에 갔을 때 '아, '킹덤'에 대한 관심과 기대치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구나'라는 생각은 했다. 해외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6부작 정주행했나. "완전.(웃음) 싱가포르에서 1, 2회를 스크린으로 보고 전 회차가 다 공개됐을 때 휴대폰으로 보고 TV로도 봤다. 이게 한꺼번에 공개되니까 끊이지 않고 보는 맛이 있더라. 외국어 더빙 버전도 슬쩍 틀어봤다. 내 캐릭터를 어떻게 더빙 했을까 싶어서.(웃음) 나 역시 시청자 입장에서 보다보니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외국어를 공부하는데도 좋겠더라." -완성도는 만족했나. "시공을 떠나 여러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장 한국적인 미학에 잘 녹여낸 것 같다. 어디에나 배고픔은 있고, 권력, 욕망도 있다. 좀비보다 무서운 사람의 본성, 괴물로 변해가는 인간의 군상도 존재한다. '킹덤'도 보편성 속에서 다름을 어필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가장 마음에 든 신이 있다면. "아름다운 단풍이 가득한 호수에 나룻배를 타고 나가 시체를 수장시킨다. 그 장면이 가장 '킹덤스러운' 장면이 아닐까 싶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정서 아래 깔린 무서움이 있다. 그런 감성을 그려내는 것이 김은희 작가님의 특기인 것 같기도 하다."
-현장은 영화를 찍는 것 같았다고. "'최종병기 활', '명량'을 함께 했던 스태프들이 '킹덤' 현장에 다 있었다. '영화 세 편 찍은 것 같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다.(웃음) 근데 모두가 고생한만큼 완성된 작품도 긴 영화를 붙여 보는 느낌이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