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민은 올 시즌에도 변함없이 삼성 외야를 지킨다. 변수를 지웠다. 지난해 이맘때는 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990년생으로 현역 입대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아 공백을 피했다. 마땅한 대체 자원이 없었던 소속팀 삼성 입장에서도 핵심 전력을 고스란히 지켰다.
전인미답의 기록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올 시즌에도 도루 1위 자리를 지켜 낸다면 KBO 리그 역사상 첫 5년 연속 도루왕에 오른다. 정수근과 이대형 등 역대 리그를 대표하는 '대도'들도 밟아 보지 못한 대기록. 가능성은 충분하다. 통산 도루 성공률이 80.9%로 높다. 최근 2년 동안 도루 2위에 오른 '경쟁자' 로저 버나디나(전 KIA)가 한국을 떠난 것도 호재다. 욕심나지만 무리하진 않을 계획이다. 그는 "나만 위해, 개인 타이틀을 위해 도루하진 않을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눈여겨볼 부분은 장타다. 지난해 2루타와 홈런 부분에서 데뷔 이후 최고 성적을 냈다. 시즌 장타율도 0.432로 커리어 하이다. 장타 걱정 없이 상대하던 투수 입장에선 생각해야 할 변수가 생겼다. 무턱대고 결전을 펼치기가 어려워졌다. 그는 "지난해부터 타구 스피드가 좋아졌다"고 만족스러워했다.
- 몸이 좀 커진 느낌인데. "벌크업(bulk up)을 했다. 몸무게는 8kg 정도 늘었다. 어차피 활동량이 많아서 시즌에 들어가면 빠진다. 매년 반복하는 패턴인데, 올해 조금 더 체중을 늘리긴 했다. 될 수 있으면 덜 빠지는 쪽으로 생각 중이다."
- 힘이 좋아진 것 같다. "작년부터 타구 스피드가 조금 좋아졌다. 장타를 치기 위해 벌크업을 한 것은 아니다. 타구 스피드를 좀 더 빨리하고 싶어서 늘린 게 있다."
- 특별히 타구 스피드를 향상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지난해 9월 타구 스피드가 좋아져서 타율(9월 이후 타율 0.356)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타구 스피드가 빨라지면 야수들이 한발 더 빨리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잡기 어려울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몸무게를 늘렸다."
- 중심 타선이 강해져서 출루 쪽에 더 신경 쓰지 않을까. "매년 출루를 신경 쓰는데, 올해는 더 신경 써야 한다. 원래 성격이 급해서 초구부터 치는 것을 좋아했다. 그 부분을 많이 억누르고 있다. 스프링캠프나 시범 경기는 결과가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성격을 죽이는 데 신경 쓰고 있다.(웃음)"
- 안 좋은 쪽으로 역효과가 나진 않을까. "상황에 맞게 하려고 한다. 일단 내 성격이 치는 것을 좋아하니까 그 부분을 조금 억누르려고 노력하고 있다."
- 지난해 장타가 늘어난 이유가 배트 스피드 말고는 없나. "타이밍이랑 포인트다. 타격 포인트를 조금 앞으로 당겼다. 이전에 삼진을 많이 당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을 오래 보기 위해 포인트를 뒤에 놓았는데 그게 잘 맞지 않았다. 어차피 삼진을 1개도 기록하지 않을 순 없으니까 과감하게 치자는 생각으로 했던 게 장타가 늘어났던 것 같다."
- 리그 사상 첫 5년 연속 도루왕에 도전하는데. "하고는 싶다. KBO 리그 최초라는 타이틀은 진짜 영광스럽기 때문에 하고 싶은데, 항상 하는 말이지만 도루라는 게 위험하다. 내 몸뿐 아니라 팀 분위기도 망칠 수 있다. 뒤에 불러 줄 타자가 많은데 괜히 뛰었다가 죽으면 손해 보기 때문에 나만 위해, 개인 타이틀을 위해 도루하진 않을 생각이다."
- 최근 도루( 60개→52개→40개→36개)가 계속 줄었다. 하면 할수록 어렵지 않나. "'타고투저'라고 해도 투수와 포수가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매년 어려운 것 같다. 아무래도 많이 뛰면 체력 소모도 있다. 하지만 그게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다. 혼자 힘으로는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강명구 코치님 도움을 많이 받는다. 강 코치님을 전적으로 믿고 같이 공부하고 있다."
- 공인구의 반발 계수가 낮아져서 도루를 더 할 생각은 없는가. "상황이나 점수 차가 타이트하면 더 뛰어야 한다. 1점이 필요하다면. 지금까지는 선수들이 공인구 변화에 대한 차이를 잘 못 느끼는 것 같아서 시즌을 치러 봐야 알 것 같다."
- 감독은 센터 라인이 강해졌다고 하는데, 체감하는지. "확실히 좋아졌다. (이)학주가 들어오면서 센터 라인이 확실히 강해졌다. 투수들이 좀 더 편하게 던질 수 있지 않을까. 수비수들을 믿고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