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허수봉은 18일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우리카드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0득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KOVO 제공
단기전은 변수가 많다.
큰 무대에서 더 강한 기세를 보이는 선수가 등장한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작전과 기용도 많다. 19일 마무리된 2018~2019 도드람 V리그 플레이오프에서도 그랬다. 몇몇 선수가 발산한 '봄' DNA가 코트를 달궜다.
남자부 플레이오프는 허수봉(21·현대캐피탈)이라는 깜짝 스타를 남겼다. 프로 입성 3년 차인 그는 주로 로테이션 멤버로 출전하던 선수다. 그러나 우리카드와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외인 선수이자 주포인 파다르가 허리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기회를 얻었다.
이 경기에서 20득점, 공격성공률 62.5%를 기록했다. 두 팀 모두 30점을 넘어선 1세트 접전 승부에서만 팀 내 최다인 6점을 기록했다. 2세트도 그의 독무대였다. 특히 세트 초반 서브 에이스 2개를 성공시키며 상대 기세를 꺾었다. 3세트에 기록한 공격성공률은 무려 83.33%. 서브 득점 2개도 곁들이며 8점을 쏟아 냈다. 파다르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먼저 1승을 거둔 현대캐피탈은 연승 분위기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가 큰 무대에서 긴장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발휘했다. 경기 이후 허수봉은 "코치님이 '미칠 때가 됐다'고 하더라. 겁 없이 뛰었다"고 했다. 오는 22일부터 열리는 대한항공과 최종 무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도 파다르의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려를 덜었다.
GS칼텍스 리베로 한다혜(24)도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는 지난 17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완수했다. 리시브 효율, 세트당 디그 모두 정규 시즌 평균보다 높다. 무엇보다 상대 주 득점원인 파튜를 봉쇄했다. 1차전에서 29득점을 기록한 파튜는 2차전에서는 15점, 공격성공률 27.8%에 그쳤다.
한다혜는 블로커가 위치하지 않은 라인에 자리 잡았다. 다른 동료에게는 그 공간을 비워 달라고 했다. 책임지겠다는 의미였다. 블로커 라인이 완벽하게 구축되지 않았을 때는 분석대로 움직였다. 왼쪽에서 시도하는 공격은 대각, 오른쪽에서는 스트레이트 코스에서 잡았다. 파튜와 승부를 겨뤘고, 뛰어난 반사 신경으로 수비에 성공했다. 상대 외인은 세트가 이어질수록 득점력이 떨어졌다.
그는 2013~2014시즌을 앞두고 프로 무대에 입성한 선수다. 6년 차지만 주로 원 포인트 서버나 교체 리베로로 나섰다. 그러나 올 시즌 중반 주전 리베로 나현정이 팀을 떠난 뒤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더 빛났다. "부담감도 있었지만 지금은 즐기고 있다"는 말도 남겼다.
봄 배구 무대에서 정규 시즌보다 더 타오르는 선수도 있다. 도로공사의 파튜는 1차전에서 초반 공격을 주도했다. 친동생들 그리고 고국 세네갈 영사의 응원 속에 거침없이 상대 코트를 폭격했다. 2차전에서는 GS칼텍스 강소휘가 개인 시즌 최다인 31점을 득점했다. 선수는 "장내를 가득 메워 주신 팬들을 위해서라도 '지면 죽는다'는 각오로 뛰었다"고 돌아봤다.
사령탑들은 봄 배구에서 정규 시즌에는 잘 시도하지 않던 전술을 시도한다. 이미 분석이 철저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수가 크게 작용한다. 분석을 비웃는 스타플레이어도 있다. 오는 21일부터 챔피언결정전이 시작된다. 또 다른 깜짝 스타, '미치는 선수'의 등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