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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아토피 환자들 "고통의 10년 대신 건강한 4년 선택"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고통의 10년 대신 건강한 4년의 삶을 선택할 정도로 삶의 질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사노피 젠자임의 한국사업부는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의 삶의 질에 대한 인식을 국내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가 3월 유럽 임상 약리학회 저널 ‘클리니컬 테라퓨틱스’에 게재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만 19세 이상 60세 미만의 일반인 155명을 대상으로 아토피피부염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효용가중치로 측정했다.
연구진은 실험 참여자들에게 아토피피부염 증상과 합병증, 수면 상태, 정서적인 영향 등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상황을 상세히 묘사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아토피피부염 환자로서 사는 10년을 사는 것이 완전한 건강상태로 몇 년을 살다 죽는 것과 가치가 같은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하도록 했다.
조사 결과, 치료하더라도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는 상태일 때의 효용가중치 값은 0.38이었다. 응답자들은 아토피피부염 환자로 건강하게 3.8년을 살고 6.2년의 삶을 포기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환 및 증상 등 각각의 건강상태가 개인에게 주는 효용의 정도를 측정한 질보정수명(QALY)에 대한 국내 연구에 따르면, 청각 장애와 시각 장애를 가진 환자들의 삶의 질 효용가중치는 0.39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아토피피부염의 효용가중치인 0.38과 비슷한 수치로 확인돼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의 삶의 질이 심각한 장애에 해당하는 삶의 질 수치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국내 연구에서 중증 위암은 0.3122, 심부전은 0.36의 수치를 보였고, 영국에서 조사된 타 질환의 효용가중치의 경우 식도암 0.52, 피부 흑색종 0.60, 다발성경화증 0.491으로 나타나 아토피피부염의 삶의 질을 중증 질환과 유사하게 생각하거나 더 낮게 인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치료에 잘 반응해 아토피피부염이 조절되는 상태일 경우 효용가중치는 0.85로 측정, 약 1.5년의 삶을 포기하겠다는 결과를 보였다.
즉, 중증 아토피피부염이 조절되지 않는 건강상태에서는 완벽한 건강 상태를 위해 약 62%의 기대여명 단축을 선택하는 반면, 잘 조절되는 경우에는 약 15%의 기대여명 단축을 선택하는 결과를 보여 치료 효과 유무에 따라 삶의 질 인식 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아토피피부염이라고 하면 영유아기에 발생하는 가벼운 피부질환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속적인 기저 염증으로 인해 극심한 가려움증, 발진, 건조증, 발적, 부스럼, 진물 등을 동반하는 만성질환이다.
특히 증상이 심각한 성인 중등도-중증 성인 환자들의 경우, 심한 가려움증과 이로 인한 수면장애, 불안, 우울증 등으로 사회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의 삶의 질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일주일에 평균 4일을 가려움증으로 인한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으며, 63%의 중증 환자는 12시간 이상 가려움이 지속되는 경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발표한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약학대학 송현진 박사는 “이번 연구는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의 낮은 삶의 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존 삶의 질 측정 방식으로 도출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에 대한 삶의 질 개선 및 치료 효과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고 환자가 아닌 일반인들의 인식도 반영할 수 있는 매우 포괄적인 조사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보건의료 기술평가 전문가 구혜민 박사는 “연구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매우 낮은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한 증상 조절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혁신신약 등 유효한 치료제의 접근성 제고가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용 기자 kwon.ohyo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