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작품에서 세련된 도시 여자 혹은 철없는 엄마 역할을 도맡았다. 독특한 목소리와 화려한 생김새 덕이었다. KBS 2TV '왜그래 풍상씨'의 간분실 역은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었다.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신동미를 발견했다. 신동미는 '최선을 다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는 말을 한 뒤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왜그래 풍상씨'를 만나기 전 지독한 슬럼프를 겪으며 연기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던 배우 신동미에게 '민낯 연기'는 최후의 결단과 같은 것이었다. 그 간절함이 브라운관을 넘어 안방 시청자들에게까지 전달됐다. 비록 포털사이트엔 조연이라고 소개돼있지만 신동미의 간분실은 '왜그래 풍상씨'의 주인공이었다.
-유준상과 호흡도 좋았다. "남편이 유준상과 내가 실제 부부 같다고 할 정도였다. 파트너복이 있는 것 같다. 유준상은 최고였고 앞으로도 최고일 것이다. 많이 의지했는데 그게 표현된 것 같다. 가끔은 헷갈려서 촬영이 아닌데도 '여보'라고 불렀다. 현장에서 내가 뭘 하든 다 받아줬다."
-풍상씨 오남매와 호흡은. "사이가 좋고 팀 분위기도 좋았다. 이렇게 현장 분위기가 좋은 게 10년 만인 것 같다. 고성 한 번 없었다. 장난치면서 친하게 지냈다. 너무 재밌었다. 오지호는 이번에 인생캐릭터를 만났다고, 한국의 주성치라고 했다. 너무 잘 어울렸고 재밌었다. 리딩하는데 '진상아' 소리가 그냥 나왔다. 화상이도 너무 잘하고 정상이도 너무 세상에 너무나 찰떡이어서 초반에 '나만 잘하면 된다'고 더 긴장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별 어려움 없이 재밌게 찍었다. 좋은 사람들과 작업하는 건 행복한 일이다."
-막장이라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 "속상했다. 사실 진짜 현실적인 이야기다. 실제 이런 분들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고 개인적으로 SNS 통해서 '우리집 이야기인 것 같다'는 피드백도 받았다. 너무 현실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막장이라는 얘기를 듣는 것 같다. 그래도 가족과 부부를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됐다고 생각한다."
-촬영하면서 부부나 가족에 대해 많이 생각했을 것 같은데. "옛날엔 일밖에 모르고 살았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나서 행복의 기준이 바뀌었다. 남편과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면서 일을 살짝 놓으니 더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 그러고 있다가 슬럼프를 겪었다가 이 작품을 만나면서 다시 한번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여러 가지로 잊지 못할 작품이다." -가족이란, 부부란 무엇일까. "남편은 애증의 관계다. 너무 사랑하지만 또 밉고, 그렇지만 기댈 수밖에 없고 그 사람밖에 없는 그런 관계다. 남편과는 친구로 만나 결혼했기 때문에 지금도 친구처럼 지낸다. 대화도 많이 하고 잘 지내지만 부부는 부부다. 남편은 어린 애다. 남편 별명이 '규린이'(허규+어린이)다. 그렇지만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해준다. 너무 웃긴 관계다. 유행어 가사처럼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 그런데 신뢰감이 쌓이고 세월이 더해지면 그보다 강력한 게 없다."
-슬럼프를 완벽히 털어낸 것 같다. "배우로서 자질이 없다고 생각할 때 이 작품을 만났고 너무 큰 역할이라 힘들었지만 주위의 도움으로 해냈다. 혼자 이겨낸 건 아닌 것 같다. 기쁘고 뿌듯하다. 10년 주기로 이런 슬럼프가 오는 것 같은데 앞으로 10년을 힘 받아서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각오도 새로울 것 같은데. "각오라기보다는, 난 항상 최고가 되고 싶어서 안달복달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작품은 내게 최고보다 최선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줬다. 부족할 수 있지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음 작품이 뭘진 모르겠지만 이번 작품을 계기로 최선을 다할 거다. 또 최선을 다하는 배우로 인식되고 싶다. (눈물)"
-신동미에게 '왜그래 풍상씨'란. "이번 역할은 감정을 따라가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더 많이 배웠다. 연기는 리액션이고, 나 혼자 할 수 없다는 것도 배웠다. 장면을 위해서 최고가 되려는 욕심을 내는 게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상대방과 어떻게 해야할지, 어떻게 집중할지 더 많이 고민했다. 그러면서 최선이라는 게 연기의 전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반성도 했다. 그래서 힘들었지만 정말 많이 배웠다. 여태껏 가보지 못했던 깊이의 감정도 겪어봤다. 최고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보다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걸 알려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