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처가이자 원조 열정 부자로 유명한 배우 유준상이 KBS 2TV '왜그래 풍상씨'에선 시청자의 답답증을 유발하는 못난 가장으로 열연했다. 정작 자신은 답답하다고 욕먹는 줄도 모를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했고, 욕을 먹더라도 언젠간 진심이 통할 거라 믿고 달렸다고 한다. 막장이라는 욕도 많이 먹었지만 가족 해체가 가속화된 시대에 '가족은 힘이냐, 짐이냐'는 화두를 던졌다는 의미를 남기기도 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방귀남 역으로 '국민 남편'이라는 칭호를 받았다면 '왜그래 풍상씨'를 통해 '국민 맏형'이 됐다. 쾌활하고 밝은 모습이 익숙하지만 이번엔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역할이었다. 유준상은 "나에게 없었던 얼굴을 풍상이를 통해 봤다"며 또 새로운 연기 인생을 예고했다.
-KBS 수목극이 잘된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뿌듯하다. 좋다. 침체기였다고 다들 힘들어했는데 KBS가 반겨주셔서 잘됐구나 싶었다."
-응축된 감정을 연기하는 게 힘들지 않았는지. "첫 리딩부터 지적을 많이 받았다. 이후에 뉴욕에 갈 일이 있었는데 비행기에서 내내 연습했다. 그리고 두 번째 연습 때는 나도 서서 소리치고 오지호도 울면서 했다. 점점 감정이 잡히기 시작했다. 연습을 치열하게 했기 때문에 첫 세트 촬영에서 12페이지 분량을 NG 없이 끝냈다. 스태프들이 동시에 박수를 쳤다."
-답답하다고 욕도 많이 먹었다. "풍상이에게 빠져있어서 몰랐다. '우리가 욕을 먹는다고?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고? 왜?' 이런 반응이었다. 풍상이의 선택이 다 이해가 됐다. 문영남 작가님이 치밀하게 구성해놓은 걸 믿었다. 처음에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데 그걸 향해 달려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배우들의 반응은. "어느 순간 신동미가 많이 칭찬받고 있다는 얘길 듣고 '동미야 넌 좋겠다' 그랬다. 다른 배우들, 특히 오지호(이진상)와 이시영(이화상), 이보희(노양심)는 욕을 많이 먹는데도 흐트러짐 없이 자기 캐릭터를 향해 달려갔다. 욕을 너무 많이 먹으면 연기 방향을 바꿀 수도 있고 감독님이나 작가님에게 건의할 수도 있는데 다들 크게 개의치 않았다."
-유준상은 풍상이 편인가.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오지호와 이시영이 더하다. 자기들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고, 잘못한 거 없다고 했다. 그만큼 캐릭터에 푹 빠져있었다."
-항상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인데 풍상이라는 캐릭터에 몰입한 게 신기했다. "특별히 변화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뮤지컬 무대에서는 여러가지 다양한 면들을 보여줄 수 있는데 드라마에서 그런 감정들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없었다. 이번에 그런 걸 보여준 것 같다. 가족 이야기도 굉장히 와닿았다. 이 작품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가장으로서 유준상을 스스로 평가해본다면. "잘하려고 계속 노력하는 중이다. 점수는 못 매기겠다. 노력하려고 하고 풍상이처럼 계속 변화하려고 한다. 열정은 그대로지만 젊을 때만큼 혈기왕성하진 않다. 그 마음만은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건데 마침 풍상이도 그렇게 점점 나아지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나와 비슷했던 것 같다."
-홍은희의 반응은. "홍은희도 드라마를 재밌게 봤다. 내 손톱 분장이 안 지워지는 걸 보면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렇게 하기 때문에 드라마가 잘 되는 거라고 격려를 많이 해줬다."
-막장이란 비판도 있었다. "속상했지만 이야기를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연기에만 신경 썼다. 중간에 욕먹고 있는 줄도 몰랐고 그게 큰 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걸 신경 쓰면 사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누구도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
-하도 많이 울어 눈물이 많아졌을 것 같다. "원래 눈물이 많았다. 특히 공연할 때 너무 많이 운다. 눈물을 너무 흘려서 어느 순간 눈물이 안 나면 어떡하나 걱정하며 쓴 연주곡도 있다. 병원에 가서 검사도 받았다. 그런데 선생님이 앞으로 10년 이상 걱정 없을 거라고 했다. 근데 드라마나 영화에선 눈물 흘리는 걸 많이 보여주지 않은 것 같다."
-그럼 눈물 연기는 어렵지 않았겠다. "내 목표는 2층, 3층에 있는 관객들에게도 감정이 전달되는 거다. 눈물이 보이지 않더라도. 우는 척을 하면 가짜로 우는 걸 안다. 눈물이 떨어지는 건 눈을 안 감고 있기만 해도 된다. 눈물을 흘리냐 안 흘리냐가 아니라 그 감정이 전달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눈물보다는 그 순간의 감정에 더 몰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