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열린 한국프로축구연맹 2019년도 제4차 상벌위원회의 모습. 상벌위원회는 경남 구단에 제재금 2000만원 징계를 부과했다.
천만다행으로 승점 감점 등 중징계는 피했다. 하지만 '황교안 선거 유세' 논란에 불똥이 튄 경남 FC 입장에선 제재금 2000만원 징계가 썩 달갑진 않다.
'황교안 선거 유세' 논란에 휩싸인 경남이 제재금 20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총재 권오갑)은 지난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연맹 회의실에서 열린 2019년 제4차 상벌위원회에서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19' 4라운드 경기 때 발생한 '경기장 내 선거 유세' 사건에 관해 홈팀 경남 구단에 제재금 2000만원의 징계를 부과했다. 경남 구단 관계자는 "징계가 나오면 해당 후보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밝혔다.
축구계는 물론이고 정치계까지 뜨겁게 달군 이번 사건은 지난달 30일 경남 FC와 대구 FC 경기에서 발생했다. 3일 열리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역구 후보자인 강기윤 후보 유세를 위해 창원축구센터를 찾았다. 이들은 경기장 밖에서뿐 아니라 안에서도 당명이 적힌 유세용 점퍼를 입고 후보자 기호를 손가락으로 표시하는 등 적극적인 유세 활동을 펼쳤고, 관중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경기장 내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는 연맹 규정을 위반한 행위다. 연맹은 정관 제5조 '정치적 중립성 및 차별금지' 조항을 통해 "연맹은 행정 및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고 명시한 바 있다. 경남의 징계는 불가피한 일이었다. 문제는 징계 수위다. 정치적 중립 위반 사항에 대한 징계는 K리그 최초다. 상벌위원회도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조남돈 위원장을 비롯해 허정무(연맹 부총재) 오세권(대한축구협회 상벌위원) 윤영길(한국체대 교수) 홍은아(이화여대 교수) 김가람(변호사) 등 회의에 참석한 상벌위원들은 오전 10시부터 회의를 시작해 오후 2시30분 넘어서까지 의견을 교환했다.
연맹은 해당 규정을 위반한 클럽에 대해 ▲ 10점 이상의 승점 감점 ▲ 무관중 홈경기 ▲ 연맹이 지정하는 제3지역 홈경기 개최 ▲ 2000만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 ▲ 경고 등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이에 상벌위원회는 "경기 전부터 해당 지역에 이미 선거 열기가 고조되고 있었음에도 경호 인원을 증원하는 등 적절한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에서 경남 구단의 귀책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징계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관계자 진술과 영상 자료 등을 통해 당시 구단이 유세단의 경기장 진입과 유세 활동을 제지했던 사실을 확인했고, 타 정당의 경기장 진입은 미리 방지하는 등 경남 구단이 규정 준수를 위해 노력했던 점, 소수의 구단 사무국 인원으로 다수의 선거운동원들을 완전히 통제하기에는 다소 역부족이었던 점 등을 들어 승점 감점이나 무관중 경기 등 중징계는 내리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시·도민 구단 경남에 2000만원 제재금은 결코 가볍지 않다. 더구나 이번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황 대표와 강 후보는 아직 축구계와 경남 구단에 어떠한 사과도 전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도당이 지난 1일 성명에서 "선거법 위반은 없었으며, 연맹과 대한축구협회 규정에 경기장 내 선거운동을 금한다는 내용은 인지하지 못했다. 경남 FC 관계자와 축구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경남이 이번 일로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길 희망한다"고 언급한 것이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