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처음 방송된 KBS 2TV 월화극 '국민 여러분!'은 베테랑 사기꾼이 열혈 형사와 결혼하고, 갑자기 국회의원에 출마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은 코믹 범죄극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마음 편히 웃을 수 없다. 주연배우 최시원 때문이다.
최시원의 반려견이 2017년 9월 30일 이웃 주민의 정강이를 물었다. 피해자는 10월 6일 급성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당시 반려견은 목줄을 하지 않았다. 이웃 주민과 동물병원 관계자 등 증언으로 과거에도 상습적으로 사람을 공격해 문제를 일으켰음이 드러났다. 또 그런 성향을 알면서도 목줄이나 입마개 등 안전 장비 없이 외출해 온 것이 밝혀져 반려견 관리 소홀로 비판받았다. 이 사건으로 반려견의 안전관리 의무에 대한 입법 논의가 진행되는 등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국민 여러분!' 제작발표회에서 최시원은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저와 관련된 모든 일에 대해 더욱더 주의하고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사과는 했지만 물의를 일으키고 복귀한 다른 연예인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정중하게 마이크를 잡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것과 달리 자리에 앉아 고개만 '까딱' 숙였다.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그의 늦은 사과에 좀처럼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다.
여전히 시청자들은 최시원의 존재 자체를 불편해한다. 코믹 연기를 보면서도 유쾌하게 웃을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최시원 하차를 요구하는 게시 글이 방송 중에도 빗발친다. 하모씨는 '한 사람의 죽음에 원인을 제공하고도 책임지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은 연기자를 써야 할 만큼 남자 배우를 찾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저 얼굴을 보면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떠오른다'고 했다. 박모씨는 '피해자 가족들이 본다면 마음이 아플 것 같다'고 적었다.
성관계 영상을 몰래 촬영하고 유포한 정준영 탓에 방송을 중단한 KBS 2TV '1박 2일' 사태에서 어떤 교훈도 얻지 못했다는 비판이 다수다. 이모씨는 ''1박 2일'에서 제작진·연기자들이 정준영의 이미지를 세탁해 가며 복귀시켜 줬다가 지금 이렇게 된 게 보이지 않냐'며 물의를 빚은 최시원에게 복귀 무대를 마련해 준 KBS를 맹비판했다. 박모씨는 '정준영이나 최시원처럼 문제가 있는 연예인은 안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반응은 시청자들과 차이가 있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정준영과 같은 선에 놓고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정준영은 개인 성품과 관련한 문제라 재발 우려가 있지만 최시원 사건은 그런 경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송계 관계자는 "당시 사과한 뒤 2년 동안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아 충분히 자숙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는 "이 같은 대중과 업계의 온도 차는 대중이 최시원에게 남은 도의적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드라마 측은 합리적인 근거와 이유를 갖고 캐스팅을 진행했겠지만 최시원의 연기만으로는 대중을 설득하는 힘이 없다. 출연자 논란이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연예기획사가 여론을 더 민감하고 면밀하게 살펴봤어야 한다. 또 제작진은 물의를 일으킨 출연자를 섭외할 때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