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두 번째 기적을 꿈꾼다. 오는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서 16강 진출 이상의 성적을 달성하는 게 '윤덕여호'의 목표다. 쉽지 않은 여정이다. 한국은 개최국 프랑스·노르웨이·나이지리아와 함께 A조에 속했는데, 우승 후보로 꼽히는 프랑스와 북유럽의 복병 노르웨이가 특히 만만치 않다.
하지만 윤 감독을 필두로 대표팀 선수들은 4년 전 캐나다에서 일궜던 '기적'의 맛을 기억한다. 4년 전 지소연(첼시 레이디스) 조소현(웨스트햄) 전가을(화천KSPO) 등 한국 여자 축구의 '황금 세대'가 주축이 된 윤덕여호는 캐나다에서 사상 첫 16강 진출의 쾌거를 올린 바 있다. 당시에도 본선 대진표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브라질·코스타리카·스페인과 한 조로 묶여 스페인에 2-1 승리를 거두는 등 분전하며 본선 성적 1승1무1패로 한국 여자축구의 새 역사를 썼다. 2003 여자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뒤 두 번째로 나선 대회에서 올린 쾌거다.
윤덕여호의 사상 첫 16강 진출을 수식하는 말은 언제나 '기적'이었다. 여자 축구 변방으로 손꼽히는 한국에서 대회 두 번째 출전 만에 16강 진출에 성공했으니 모두가 기적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비인기 종목인 여자 축구를 좀 더 알리기 위해 피땀 흘려 공을 찼던 선수들도 자신들이 일군 '기적'에 환하게 웃었다.
그러나 두 번째 월드컵 16강을 준비하는 윤덕여호의 마음가짐은 그때와는 조금 다르다. 4년 전 성적이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기적'이었다면, 이번 월드컵에서 또 한 번 기적을 써 '실력'임을 인정받고 한 단계 더 발전한 한국 여자축구의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대표팀의 주축인 지소연은 "4년 전보다 더 성숙한 모습으로 월드컵에 임해야 할 것 같다. 월드컵은 누구나 꿈꾸지만 쉬운 무대가 아니고, 압박감을 이겨 내야 한국 여자 축구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여자 실업축구인 WK리그가 존재하고, 축구를 업으로 삼는 프로 선수들이 존재하지만 여자 축구는 언제나 비인기 스포츠로 분류된다. 그러나 선수들은 '남 탓'을 하는 대신 '더 발전하겠다'며 축구화 끈을 고쳐 맨다.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고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이어 간다면 여자 축구를 보는 시선도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다. '황금 세대'를 중심으로 무서운 성장을 일궈 내고도 이들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스스로 채찍질한다.
월드컵을 앞둔 윤덕여호가 기다리는 눈앞의 일정은 오는 6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국내에서 열리는 아이슬란드와 평가전이다. 남자 축구에 비해 A매치 기회가 적은 여자 축구에서 국내 초청 평가전을 치르기란 쉽지 않다. 당연히 여자 축구선수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기회다. 최근 남자 축구대표팀 A매치가 연일 매진 행렬을 기록하며 흥행 중인 점도 동기부여가 된다. 전가을은 "오랜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평가전이니 그때보다 발전한 경기력을 보여 주겠다. 남자 축구대표팀 분위기를 이어서 우리도 좋은 경기를 보여 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윤덕여호는 4일까지 파주에서 훈련하고, 5일 용인시민체육공원에서 공식 훈련을 치른 뒤 6일 아이슬란드와 1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