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트래블러'가 배낭을 멘 스타들이 진짜 나를 찾아 떠나는 모습을 매주 목요일 심야에 전하고 있다. 편안하게 빠져드는 배낭여행의 묘미를 안방극장까지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는 것. 배낭여행 베테랑들이 모였다. 최창수 PD는 2007년 유라시아 횡단 포토에세이 '지구별 사진관', 김멋지-위선임 작가는 718일 세계여행 에세이 '서른, 결혼대신 야반도주'를 각각 출간한 여행 전문가들이다. 여기에 연예계 대표 배낭여행자 류준열과 초보 여행자 이제훈이 가세했다. 배우들이 직접 참여한 내레이션까지 곁들어져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누군가에겐 배낭여행의 추억을, 누군가에겐 배낭여행의 용기를 불어넣어 주며 힐링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이제 6회까지 방송됐다. 최종회(10회)까지는 4회가 남은 상황. 반환점을 돌아 후반부로 달려가고 있는 '트래블러' 제작진이 마지막까지 프로그램 고유의 콘셉트를 가지고 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트래블러'가 6부까지 방송됐다.
최창수 PD (이하 최) "기획할 때부터 예능과 다큐멘터리를 결합하겠다고 했는데 실체가 없어 어떻게 구현할지 명확하지 않았다. 작년부터 작가들과 구상했는데 우리가 구상한 게 100이라면 90% 가까이 구현했다고 자부한다. 그 부분을 시청자들도 알아봐 준 게 제일 고맙고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홍상훈 PD (이하 홍) "시청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게 제작진 입장에서 제일 고무적이지 않나 싶다. 주위 반응이나 SNS 반응이 좋아 끝까지 잘 유지해서 끝내고 싶다."
김멋지 작가 (이하 김) "가장 듣고 싶은 말이 '같이 떠나고 싶다'는 반응이었는데 그런 반응을 얻을 수 있어 기쁘다."
위선임 작가 (이하 위) "방송 작가로 일하는 건 '트래블러'가 처음이다. (김멋지 작가와의) 2년간 여행을 브라운관에 그대로 옮겨 놓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부분이 잘 전해진 것 같다. 촬영하는 동안 지켜보기도 했지만 만들면서, 또 내레이션을 하면서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온전히 잘 전달이 된 것 같다."
-무엇이 당초 목표였나.
최 "배낭여행이란 문화가 대한민국에 들어온 지 불과 20년 정도 밖에 안 됐을 것이다. 한비야 작가의 책이 나온 후 대학생들이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리 역사가 길지 않다. 40대 초반이 지금 사회생활 깊숙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이 배낭여행의 초창기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여행과 멀어진 분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보고 20년 전, 혹은 15년 전 배낭여행 시절을 떠올린다는 후기를 보고 뿌듯했다. 이전 세대들의 감수성을 되살리면서 배낭여행 DNA를 가진 사람들에게 설렘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위 "'나도 저기 가보고 싶다' 이런 걸 이끌어내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트래블러를 보면서 저런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더라."
-쿠바로 여행지를 결정한 결정적 이유가 있나.
최 "기본적으로 쿠바란 나라가 인터넷이 잘 안 된다. 미국으로부터 고립을 당하면서 고유의 문화, 아날로그적인 모습이 많이 남은 나라 중 하나다. 배낭여행을 하려면 숙소나 교통이 중요한 데 거기 가면 좀 더 옛날 방식으로 여행할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쿠바만의 독특한 색채가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이 1인칭 시점으로 내레이션을 직접 소화했다.
최 "류준열은 진중한 느낌으로 편안하게 다가온다. 이제훈은 특유의 귀엽고 감미로운 느낌이 있다. 보완이 잘 된 것 같다. 기획할 때부터 내레이션은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인칭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심리를 표현하는데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배우들이 스케줄이 빠듯하지만 쿠바여행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본인들이 직접 내레이션을 하겠다고 쿠바에서 결정했다. 격주로 와서 지금도 내레이션 녹음을 하고 있다. 스케줄이 바쁜 와중에도 애정이 대단하다."
홍 "두 사람이 내레이션 경험도 있어서 정말 잘한다. 안정적이다." 위 "본인이 다녀온 여행에 대해 내레이션을 하는 것이다 보니 작가로서 써주는 의도를 정확히, 그 이상으로 이해해서 녹음을 해주더라. 연기력이 정말 좋다. 작가 입장에서 쓸맛이 난다.(웃음)"
최 "내레이션인지 현장 오디오인지 헷갈릴 정도로 영상을 보고 그때 상황으로 돌아가 몰입해서 내레이션해준다. 본인들이 겪은 일이라 몰입을 더 잘하는 것 같다." -류준열·이제훈 조합의 탄생 계기는.
최 "배낭여행이라는 걸 실현하려면 배낭여행 경험이 없으면 안 됐다. 배낭여행을 해본 사람 중 하나가 류준열이었다. 혼자서 주도적으로 여행하는 모습은 이미 tvN '꽃보다 청춘'을 통해 검증이 됐다. 캐스팅 들어가기 전부터 가상으로 세웠던 트래블러의 표상, 기준이었다. 장기 배낭여행객들은 두 사람이 함께하는 조합이 많다. 서로 의지가 되기 때문이다. 류준열과 나이가 비슷하거나 활동 경력이 비슷하면서도 청춘의 이미지를 잘 가지고 있는 남자 배우를 섭외하고 싶었다. 그때 이제훈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두 사람 다 여행을 좋아했고 스케줄도 맞아 떨어졌다. 서로 친하지는 않았지만 호감과 존경을 가지고 있던 사이였다."
-첫 시작은 류준열의 혼자 여행으로, 이후엔 이제훈과의 함께하는 여행으로 풀어냈다.
최 "원래는 처음부터 둘이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2주 이상 스케줄을 빼기가 쉽지 않았다. 딱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 여행 성수기에 가는 것이라 비행기 티켓 값도 만만치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류준열이 먼저 떠나고 그 이후에 이제훈이 합류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혼자 여행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둘이 함께하는 모습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류준열이 아니었으면 그렇게 혼자 배낭여행 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여행을 많이 해봐서 거침이 없었다."
-베테랑 여행자 류준열과 초보 여행자 이제훈 조합이라 신선하게 다가왔다.
최 "류준열이 여행을 주도했지만 여행지에 대한 감상이나 순간적으로 느낀 표현은 이제훈이 더 많이 했다. 류준열은 그간 여행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약간 무뎌진 것인데, 이제훈은 배낭여행 초보라 뭘 봐도 다 신기함을 표했다. 류준열은 본래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잘 안 간다고 했는데 이제훈 때문에 아바나에서 미술관에 갔다. 근데 너무 재밌어하더라."
위 "비날레스에서 류준열이 한 말이 있다. 이제훈이 오기 전에 '형은 모든 게 처음일 테니 커다란 무언가를 가져줄 것이다. 색다른 에너지를 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정말 그랬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굉장히 새로운 심상들을 많이 주더라. 서로 보완이 잘 된 것 같다."
-두 사람의 시너지를 직접 확인하니 어땠나.
홍 "상호보완적인 모습들이 점점 더 나온다. 예를 들면 류준열은 자신감 있게 먼저 가서 무언가를 하고 이제훈은 흥정할 때 애교를 부린다. 약간 상반된 두 캐릭터지만 같이 다녀 재밌는 일도 많고 기억에 남는 일도 많았던 것 같다."
최 "친해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대화'다. 숙소에 들어가면 카메라가 없었다. 두 사람이 밤을 새워 대화를 나눴다.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제작진도 모른다. 다음 날 일어나면 전날과 다른 표정을 지으면서 나왔다. 도시 이동할 때도 택시를 타면 4시간 정도 가는데, 둘이서 4시간 동안 계속 이야기를 나누더라. 사석에서 친분이 있지 않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궁금했던 것 같다."
위 "현장에서도 편안한다고 하더라. 금세 친해졌다. 형, 동생 사이인데 어떻게 보면 역할이 바뀐 것 같아 보인다. 이제훈은 애교가 많고, 류준열은 리더십이 있다. 동생한테 의지하면서 감사함을 표현하는 이제훈과 리드하면서도 형을 깍듯하게 대하는 류준열의 모습에서 시너지가 발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