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롯데 유니폼을 입은 짐 아두치(34)는 그해 타율 0.314, 28홈런 106타점 24도루를 기록,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활약을 보여 줬다. 롯데 구단 프랜차이즈 역사상 처음으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도 가입했다. 펠릭스 호세(1999·2001·2006∼2007)의 뒤를 잇는 '장수' 외인 타자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 그러나 인연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유는 부상도, 부진도 아니었다.
KBO 리그 2년 차 시즌이었던 2016년 7월 1월 금지 약물 복용이 적발됐다. 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인 옥시코돈이 검출된 게 화근이었다. "근육 강화가 아니라 고질적인 허리 통증 완화를 위해 복용했다"는 소명을 받아들여 72경기가 아닌 36경기 출전 정지로 징계가 줄어들었지만 '퇴출'은 피할 수 없었다. 롯데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발표 직후 내부 회의를 거쳐 아두치를 웨이버 공시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성실한 훈련 모습을 보였고, 통증 완화 목적이었다는 설명에도 '약물 타자'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팀 입장에서는 함께하는 게 부담이었다.
아두치는 미국으로 돌아간 뒤 2017년 디트로이트 소속으로 빅리그 무대를 다시 밟았다. 그리고 지난 시즌에는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커리어 한 시즌 최다인 5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7, 3홈런 21타점으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다. 현재는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 트리플 A에서 또 다른 기회를 잡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다. 그는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한국을 떠나야만 했을 때 야구를 다시 못할 줄 알았다"며 "야구를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KBO 리그에 반드시 가고 싶다.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복귀하지 못해도 가족과 한국에 꼭 방문할 것이다"라고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 현재 근황은 어떤가. "시카고 컵스(마이너리그 트리플 A)에 소속돼 있다. 컵스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몸담았던 팀이라 익숙하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한다".
- 지난해 디트로이트에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는데 자리 잡진 못했다. "그게 야구다. 아쉽거나 나 자신에게 실망하진 않는다. 어떤 리그에 있더라도 팀이 이길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선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늘 하던 대로 준비하고 있다.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한국을 떠나야만 했을 때 야구를 다시 못할 줄 알았다. 야구를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아빠의 야구 하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어 행복하다".
- 2016년에 KBO 리그를 불명예스럽게 떠났는데. "지금도 그 일을 떠올리면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다. 한국에서 야구를 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그렇게 떠난 것에 대해 아직도 미안하다. 프로야구 선수기 때문에 철저하게 지켰어야 했다".
- 옥시코돈 검출이 문제였다. "2015년 시즌 중 허리 통증이 발생했다. 시즌 내내 치료받으면서 뛰었다. 당시 롯데 트레이너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야구장 밖에서 침 치료도 했다. 그리고 2016시즌 시작 전 미국에서 통증 약을 처방받았는데 거기에 옥시코돈이 들어 있는지 몰랐다. 2015년에 좋은 성적을 거뒀고, 2016년에는 작은 통증도 없이 뛰고 싶었다. 그래서 약을 복용했는데…명백한 나의 실수다".
- 지금 허리 상태는 어떤가. "통증이 전혀 없어 잘 뛰고 있다. 플레이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그 사건 이후로 약은 전혀 복용하지 않는다".
- 미국으로 돌아가 선수 생활을 할 때 KBO 리그 경험이 도움이 된 부분이 있나. "메릴 켈리(현 애리조나)를 봐라. 켈리는 한국(4년간 SK 소속)에서 기량이 월등하게 좋아졌고, 결국 메이저리거가 되지 않았나. 나도 마찬가지다. 롯데에서 뛰면서 다양한 유형의 수준 높은 투수들을 많이 상대했다. 그러면서 더 경쟁력 있는 타자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무대도 다시 밟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은 매우 높다".
- KBO 리그 소식은 접하고 있나. "물론이다. 인터넷으로 찾아보기도 하고, 친한 친구인 레일리(롯데)와 안부를 주고받으면서 항상 듣는다. 볼 때마다 한국에서 뛰었던 즐거운 추억이 생각난다. 내 커리어 중 가장 소중한 부분이다".
- 롯데팬들의 열광적인 응원과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는데. "롯데팬들은 정말 '크레이지(crazy)'하다. 아, 물론 나쁜 의미의 크레이지가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사직야구장의 열정적이고 다이내믹한 분위기를 전혀 못 느낀다. 오직 사직에서만 느낄 수 있는데, 그건 바로 롯데팬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항상 선수를 존경해 주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다가왔던 게 기억에 남는다. 부산에서 가족들과 식당에 가면 '이모'들이 너무 잘 챙겨 주셨고, 길을 거닐면 항상 팬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와 말을 걸어 주고 응원해 줬다. 좋은 기억을 만들어 준 롯데팬들에게 너무 고맙다".
- KBO 리그 복귀도 생각하는가. "물론이다.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반드시 가고 싶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마지막에 좋지 않은 모습으로 한국을 떠났는데, 한국 팬들한테 그런 모습으로 남고 싶지 않다. 다시 한 번 열정적인 플레이를 보여 주고 싶다. 한국에서 넘치는 사랑을 받은 만큼 좋은 모습으로 남고 싶을 뿐이다. 혹시라도 KBO 리그에 복귀하지 못해도 가족들과 한국을 꼭 방문할 것이다. 아내와 한국에서 만든 추억에 대해 아직도 많은 얘기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