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배심원들'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2008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배심원들'은 첫 국민참여재판에 어쩌다 배심원이 된 보통의 사람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문소리, 박형식, 백수장, 김미경, 윤경호, 서정연, 조한철, 김홍파, 조수향 등이 출연한다.
법정 영화라는 익숙한 틀 안에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담았다.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은 홍승완 감독은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되는 과정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심판을 하는 상황이 굉장히 재미있게 다가왔다.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배심원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상황에서, 어느날 갑자기 평범한 사람들이 법정에서 살인사건의 진실을 찾아야하는 상황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재미있고 의미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며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많은 출연진을 이끄는 이는 문소리다. 문소리는 "시나리오를 서너장 넘겼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다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가 궁금했다. 가장 좋았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머리와 마음을 모아 무언가를 해내어 나가는 과정과 결과다. 뿌듯하고 뭉클했다. 관객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관객 여러분들이 보시기에도 흔치 않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한다"며 출연을 결정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극중 문소리는 재판관 김준겸 역을 맡았다. 원칙을 중요시하는 강단있는 인물.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혼 그이지만 판사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여성 판사님들, 김영란 전 대법원장님 이런 분들을 만나뵈며 리서치를 많이 했다. 국민참여재판에 실제로 가서 참관도 많이 했다"는 문소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세월을 법정에서 살아온 이들의 느낌을 담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출연 결정한 순간부터 촬영 종료까지 무언가를 읽었다. 그 분들은 늘 무언가를 읽더라. 그들처럼 뭔가를 많이 읽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법정 세트에 앉으면 상체가 반 밖에 안 보인다. 제가 할 수 있는 연기가 고개를 돌리는 것 정도다. 호탕하게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 굉장히 고민스러웠다. 법복이 저를 꽁꽁 묶어놓은 것 같았다. 몸 쓰는 걸 좋아하는 배우인데 이번에 꼼짝을 못하게 하니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속에서부터 어떤 느낌이 배어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할 수 있는 것은 말의 태도와 느낌이었다. 음성에 훨씬 더 집중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박형식은 이번 영화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다. 그간 여러 드라마에서 두각을 드러낸 박형식. 이번엔 신인으로 돌아가 많은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며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갔다. 박형식이 맡은 역할은 8번 배심원 권남우, 포기를 모르는 청년 창업가로, 국민참여재판에 가장 마지막으로 참여해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진실을 찾으려는 인물이다.
박형식은 "잠을 못 잤다. 긴장도 되고 설레더라. 많은 선배님들이 계셔서 다행이다. 실제 촬영하면서도 (선배들이) 힘이 됐고 의지가 됐다. 최선을 다해 촬영했다. 많이 기대해달라"는 스크린 데뷔 소감을 밝혔다.
대선배 문소리에게 박형식과 협업은 마치 국민참여재판의 과정과 같았다고. 서툴렀던 그를 깎고 다듬어 출연진 모두가 박형식의 권남우라는 인물을 만들어냈다. 이에 문소리는 "처음엔 정말 맑고 화사하고 그림 같이 아름다운 청년이 오기에 '저 사람이 8번 배심원이라고요?'라고 했다. 여럿이 나오는 영화인데, 저 아름다움이 튀지 않을까했다. 특별한 화사함이 있었다. 만화에서 나온 것 같더라. 우리는 솔직히 다 현실에서 나오지 않았나. 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두번째 촬영까지 고생을 하더니 권남우 캐릭터가 됐더라. 다른 배심원들의 역할이 컸다. 권남우를 꼭 끌어안고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권남우는 이 영화의 메시지가 담긴 중요한 캐릭터다. 홍승완 감독은 왜 권남우 역을 캐스팅하며 박형식의 손을 잡았을까. 홍 감독은 "박형식을 TV에서 보고 알게 됐다. 순수함이 있어 보였다. 권남우라는 캐릭터가 사회생활을 잘 하는 이들에겐 답답해 보이는 인물이다. 그런 이미지에 박형식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만나보니 잘 맞았다. 순수하다"고 전했다.
'배심원들'은 마블 스튜디오의 신작 '어벤져스: 엔드 게임' 개봉 3주 뒤 극장에 걸린다. 짧지 않은 텀을 두긴 했으나 쉬운 대결이 될 것이라 장담할 순 없다. 그럼에도 '배심원들'은 '배심원들'만의 매력으로 승부를 건다. 1번 배심원 윤그림 역의 백수장은 "'어벤져스: 엔드 게임'과 붙어도 될만큼 좋았다"며 자신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