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햄버거 업계 '간판'인 맥도날드와 버거킹이 4900원짜리 햄버거 세트를 두고 경쟁 중이다. 최근 외식 업계가 침체하면서 할인 메뉴를 고정화해 매출을 끌어올리고, 소비자의 발길을 잡아당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버거킹은 지난해 10월부터 인기 세트 메뉴 3종을 하루 종일 4900원에 할인 판매하는 '올데이킹'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버거킹에서 인기가 많은 콰트로치즈와퍼 JR 세트, 통새우와퍼 JR 세트, 롱치킨버거 세트를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인 4900원에 판매한다.
반응이 좋다. '하루 종일 킹처럼 즐겨라'는 슬로건 아래 시간 한정 없이 스테디셀러인 버거 세트 메뉴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에도 시동을 걸었다. 드라마 '야인시대'로 유명한 배우 김영철을 모델로 기용했다. 김영철이 "사딸라"라고 외치는 광고는 SNS 등에서 화제가 됐다.
버거킹 측은 "올데이킹 프로모션은 '가성비' '가심비'를 중요시하는 소비자에게 맛과 가격 모두 높은 만족을 안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지난해 12월까지 계획됐던 이 프로모션은 흥행에 성공하면서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4900원 전쟁의 서막은 맥도날드가 먼저 열었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3월부터 점심 할인 메뉴인 '맥런치'를 폐지하고, 하루 종일 4900원에 판매하는 '맥올데이' 세트를 선보였다.
맥도날드의 스테디셀러인 빅맥버거·슈슈버거 등을 포함한 맥올데이는 론칭 3개월 만에 1000만 개가 팔렸다. 1년째에는 4000만 세트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10월부터 주력 제품인 '맥 스파이시 상하이 버거'까지 맥올데이 세트에 포함하며 고객을 당기고 있다.
이 같은 가격 경쟁은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패스트푸드 업계는 최근 식재료 가격 인상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품목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최근 '햄버거병' 등 패스트푸드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했고, 건강식이 인기를 끌면서 매출도 하락세다. 이에 따라 4900원에 가격을 맞춘 메뉴를 출시해 관심을 끌려는 것이다. 가격은 낮췄지만 할인 메뉴를 고정화하면 마진 폭도 최대한 높일 수 있다.
외식 업계 관계자는 "정크푸드라는 버거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다 먹거리 메뉴가 다양해지면서 패스트푸드 업계가 한동안 고전해 왔다. 4900원 마케팅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것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