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부산 아이파크에서 성남 FC로 이적한 김현성. 지난달 31일 강원FC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김현성은 이날 교체 출전해 시즌 1호골을, 지난 6일 대구FC와 경기에선 첫 도움을 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 시즌만 보고 뜁니다. 내년은 없습니다."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성남 FC 공격수 김현성(30)은 시즌 초반 좋은 경기력이 후반 '골 폭풍'으로 변하는 꿈을 꾼다. 올 시즌 부산 아이파크(2부리그)에서 성남으로 이적한 김현성은 2경기에서 공격포인트 2개를 올리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는 성남 데뷔전인 지난달 31일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4라운드 강원 FC전에서 조커로 투입돼 득점포(시즌 1호)를 가동했다. 후반 30분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를 밟고 8분 만에 골 망을 흔들었다. 지난 6일 리그 5라운드 대구 FC전에서는 선발 출전해 에델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시즌 첫 도움까지 올렸다. 지난 9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만난 김현성은 "그동안 많이 위축돼 있었는데, 성남에 오면서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며 "더 많은 골로 남기일 감독님과 홈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로 프로 11년 차 선수가 된 김현성은 아직 전성기라고 할 만한 시즌이 없다. 2009년 FC 서울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한 그는 강팀의 일원으로 탄탄대로를 달릴 줄 알았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최용수 감독 지휘하에 황금기를 지나고 있던 서울에는 K리그 역대 최고의 공격수 데얀을 비롯해 박주영과 아드리아노가 버티고 있었다. 여기에 박희성·윤주태 등 백업 공격수들까지 따지면 신인 김현성이 출전 기회를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김현성은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도 참가하며 한국 축구 역사상 첫 동메달을 따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이후 서울로 복귀했지만,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IS포토
2010년과 2011년 대구로 임대 이적해 주전급으로 뛰었고, 2012년 후반기에는 일본 J리그 시미즈 에스펄스에서 임대 생활을 하며 떨어진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189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제공권을 인정받아 2012 런던올림픽 대표팀에도 발탁됐고, 한국 축구 역사상 첫 동메달을 따는 데 기여했다. 나름 치열한 생존 경쟁을 경험하고 서울에 복귀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쟁쟁한 선배들을 뛰어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서울에서 5시즌을 뛴 김현성이 남긴 기록은 53경기 출전에 6골이다.
김현성은 "대구와 J리그 그리고 올림픽을 거치면서 자신감을 끌어올렸는데도 서울에서만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더 열심히 하지 않은 것도 이유"라면서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더 성숙해질 수 있었던 기간"이라고 털어놨다.
2016년 부산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새 도전에 나선 그에게 이번에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16년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10개월을 쉬다 재활을 통해 복귀했지만, 2017년 4월 다시 왼쪽 발목을 다치며 1년 1개월 동안 쉬었다. 김현성은 "처음 부상당했을 때는 다시 복귀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런데 또다시 다치니 '내가 다시 뛸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생기면서 겁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든 걸 티 내지 않는 성격이라 아무도 몰랐겠지만, 올림픽 동료들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부러웠다.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많은 영상을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뿐이었다"고 했다.
천신만고 끝에 지난해 5월 다시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22경기 출전이라는 충분한 기회를 받고도 겨우 1골을 넣는 데 그쳤다. 친정팀 서울과 치른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골침묵을 지키며 부산이 승격에 실패하는 것을 지켜봤다. 김현성은 "처음엔 내가 다시 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뻤다. 하지만 부상 트라우마 탓에 득점보다는 내려와 연계 플레이를 하게 되더라"면서 "공격수는 골을 넣어야 하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아 스트레스도 많았다. 심리적으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김현성의 능력을 알아본 것은 남 감독이었다. 남 감독은 부산에서 자리 잡지 못하던 그를 지난 2월 정성민과 맞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성남이 손해 보는 트레이드를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품었다. 광주 FC 사령탑 시절 한 물 갔다는 평가를 받던 정조국을 득점왕으로 이끈 남 감독은 김현성에게 골 상황을 시물레이션을 통해 재연해 주며 자신감을 심어 줬다. 잠들어 있던 득점 본능을 깨운 것이다. 김현성은 "감독님이 충분한 기회를 주신다. 또 최대한 골 지역으로 들어가 득점을 노리라고 꾸준히 주문해 주신다"라며 "믿어 주시니 나도 부상 악몽을 떨칠 수 있었다"고 했다. 대구에서 뛰던 2011년 7골 2도움이 최고 기록인 김현성은 올 시즌 공격포인트 15개 이상이 목표다. 김현성은 "내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올 시즌을 전성기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