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싱어', '팬텀싱어'에 이은 JTBC 대형 음악 프로젝트 '슈퍼밴드'의 관전 포인트를 노윤 작가가 밝혔다.
노윤 작가는 '스타킹' '히든싱어' '팬텀싱어' 등 일반인이 출연하는 음악프로그램을 10여년 넘게 기획하고 참여해왔다. 노윤 작가는 "예측 불허한 일반인 참가자의 매력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며 "음악이라는 무기로 자신이 가진 것을 다 바쳐 싸우는 참가자들에게 눈길이 갈 것"이라고 전했다.
-'스타킹' '히든싱어' '팬텀싱어' 등 10여년간 일반인이 출연하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일반인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은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예측 불허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언제 어느 시점에 어떤 감동과 희열을 안길지 예상할 수가 없다. 그들 각자가 갖는 절실함, 아직 세상에 제대로 드러내 본 적 없는 자기만의 음악적 열정과 재능, 이런 것들은 그들이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해서 감추고 살아야 했던 것들이다. 그런 게 고농도로 응축돼 있을수록 제작진이 판을 깔아주기만 하면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도 못한 엄청난 폭발력과 파급력을 내뿜으며 폭발한다. 일반인들이 갖는 이런 신선한 에너지를 사랑한다. 나 스스로도 매번 프로그램을 만들 때마다 쉽게 감동받고 울컥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음악'이라는 장르에 숨어있는 고수들, 아직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갖는 절실함이 크고, 어렵지 않게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유희 거리라는 점에서 좋은 포맷이라고 생각한다."
-'히든싱어' '팬텀싱어' 등이 성공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둘 다 기획단계에서 받았던 질문은 '그거 되겠어?'였다. '히든싱어'는 진짜 가수와 그를 따라 노래하는 모창자 사이에서, 과연 청중을 헷갈리게 할 정도로 진짜 가수와 똑같이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애초에 불가능한 발상이란 소리를 들었다. '팬텀싱어'는 크로스오버를 TV에서 다루면 어려워서 누가 보기나 할까? 였다. 사람들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정확할수록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쉽다고 생각한다. 안된다고 생각하는 그 지점을 뚫으면 되니까. '히든싱어'는 청중을 헷갈리게 할 정도의 싱크로율을 가진 팬들을 찾아냈고, '팬텀싱어'는 크로스오버가 결코 어려운 음악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제대로 접해본 적 없어서 그렇지 한 번 들으면 계속 다시 듣고 싶은 아름다운 음악이라는 점을 설득 포인트로 삼았다. 개인적으로 프로그램 만들 때, 주변 반응이 '그거 되겠어?' 라고 걱정해 줄 때 '아, 이거 되겠구나!' 하는 촉이 확 발동되는 편이다. 기획안 상에서 말이 되고 이치가 딱딱 맞아떨어지는기획은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기획안 보고 '아이구 이거 되겠어?'라고 하는 기획을 선호하는 편이다. '슈퍼밴드' 기획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윤종신 프로듀서처럼 '드디어 올 게 왔구나!' 하는 격한 반응도 있었지만 '밴드 음악 새로울 게 있어?'였다. 일단 비우호적인(?) 반응에 출발이 좋다고 본다."
-일반인 출연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음악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음악을 시청자에게 들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로서 좀 더 주력하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면면이다.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인가! 그것이 재능일 때도 있고, 재능은 좀 쳐지지만 캐릭터나 인성이 사랑스러울 때도 있다. 혹은 이 사람에겐 누구보다 이 프로그램이 기회가 될 수 있겠구나, 절실한 사람일 때도 관심이 간다. 방송 다음 날, 음악이 기억에 남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연자가 화제가 되면 더 기분이 좋다."
-'슈퍼밴드'는 기존 음악 예능 프로그램과 무엇이 다른가. "'팬텀싱어'가 최고의 남성 4중창 멤버를 조합해가는 오디션이었다면 슈퍼밴드는 최고의 밴드 멤버를 조합해나가는 오디션이다. 매 미션을 보면서 세계적인 밴드에 버금가는 글로벌 슈퍼밴드의 일원을 한 명 한 명 선택해나가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본선 진출자가 50명이 넘는 대규모 참가자들로부터 시작되는데 미션마다 자기 마음에 훅 들어온 매력적인 참가자를 한 명씩 고르면서 자신이 원하는 최종 슈퍼밴드의 멤버는 누구누구로 이뤄졌으면 좋을지, 그걸 그려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슈퍼밴드' 만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밴드 하는 남자들이 갖는 매력이 있다. 기타연주에 심취한 남자, 건반 치는 남자, 세상 것을 모두 부술 듯이 연주하는 드러머! 기타 훌렁하게 매고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 리드보컬! 퀸의 열풍도 있었지만 콜드플레이, 마룬파이브, 원리퍼블릭 등 내한공연하는 밴드 공연이 '피켓팅'이 되고 거기에 무수한 남녀 관객이 몰려 열광하는 것을 보면서 제작진이 기획의 단초를 마련하게 된 프로그램이다. 몇 초만에 매진을 부르고 만사를 제쳐두고 공연을 보러 뛰어가게 만드는 힘은 음악에 있겠지만 저는 '사람'에 있다고 본다. 전 세계 무대에서 팬들의 환호와 찬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지, 참가자 개인의 매력에 주목해주셨으면 좋겠다."
-'슈퍼밴드' 녹화하면서 느낀점이 궁금하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는데 '싸움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흉기들고 싸우는 그런 거 말고, 악기와 자기 목소리를 들고 싸우는 전쟁이다. 서로 팀이 되고싶은 사람들끼리 밴드를 만들어 1대1로 상대팀과 맞대결을 펼치는데, 남자들이 서로 이기기 위해 밤새 곡을 만들고, 상대 팀보다 더 돋보이기 위해 무대 퍼포먼스부터 의상까지 어떤 것 하나도 소홀한 법 없이 치열하게 대비한다. 그들이 무대에서 프로듀서 호평을 받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열정이 굉장히 멋지다. 요즘은 싸움이라고 하면 정치권 청문회 싸움이라든가 계급 세대 갈등 이런 것들이 먼저 떠오르는데 오직 음악이라는 무기로 자신이 가진 것을 다 바쳐 싸우는 참가자들의 싸움에선 순수함과 열정, 요즘엔 좀체 느끼기 힘든 사라져가는 싸움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어서 감동적이다."